주체111(202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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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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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6월 8일 《통일의 메아리》
교수의 이야기 (2)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류원규작 《교수의 이야기》, 오늘은 두번째시간입니다.

 

2

 

저녁무렵이였다.

집에 들어서던 기연은 대문가에서 무춤 멈춰섰다일곱살난 아들애가 퇴마루에 걸터앉아 수수대총을 멋없이 흔들거리며 흥얼거리고있었기때문이였다.

 

왔다갔다 군정청

흐지부지 재판소

먹고보자 관재처

다짜고짜 경찰서

 

미군정청의 정책에 대한 비난과 야유가 풍기는 노래였다언제부터인가 서울장안에서 류행되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조무래기들까지 배운 모양이다헌데 저 녀석은 뭘 안다구 신명이 나서 저러는가?

웃방 창문너머로 공부에 열중하고있는 강영훈이가 눈에 띄운것은 그후였다아들녀석은 그냥 흥얼거리고있었다원 저런 녀석 봤나?

크게 헛기침을 깇었다그제야 노래소리가 물을 끼얹은것처럼 뚝 그쳤다.

기연은 낮으나 엄한 어조로 꾸짖었다.

《영훈삼촌이 공부하는걸 못 보느냐?

아들애는 목이 찔끔해서 비실비실 뒤걸음질했다그 서슬에 땅에 넙죽 엎드린채 뭔가 열심히 씹고있던 누렁이의 배를 걷어찼던지 개가 죽는다고 비명을 질렀다.

(헛참.)

랑패한 기색으로 웃방쪽을 흘끔 바라본 기연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비꼈다영훈이가 여전히 공부에 골몰하고있었기때문이였다하긴 일단 무슨 일이든지 열중하면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끄떡하지 않는 수제자였다.

대견스러운 눈길로 그를 보느라니 자연 한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대학시절의 스승!

스승은 제자들가운데서 성미가 참대처럼 곧고 탐구심이 남달리 강한 기연을 제일 믿고 사랑했었다.

《왜놈들을 짓누르고 올라서자면 뭐니뭐니해도 실력을 배양해야 한다.

스승이 늘 외우던 말이다기연은 밤늦도록 공부하느라 자주 책상우에 코피를 쏟군 했다스승의 입술에도 허연 물집이 사라질 날이 없었다기침을 할 때면 피가 나오기도 했다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나 기연의 실력을 높이려고 아글타글 애썼었다.

마가을의 어느 밤에 오래전부터 불치의 병을 앓던 스승은 수제자의 무릎우에서 운명했다.

《내가 죽으면 우리 영훈이는 홀로 남게 되네그러니 자네가 그 애를 맡아 돌봐주게.어떻게든 대학을 졸업시켜서 큰 학자로 키우려 했댔는데…》

여기까지 말한 스승은 아들에 대한 걱정때문에선지 눈도 감지 못한채 한많은 생의 마감문을 닫고말았다.

그날부터 스승의 아들인 강영훈은 기연네 식구로 되였다.

몇푼 되지 않는 식민지교원의 월급은 향학열에 불타는 제자의 월사금과 그 뒤바라지에 아낌없이 바쳐졌다그 바람에 가족들은 말할것도 없고 온종일 강의를 해야 하는 기연이도 멀건 죽물로 끼니를 에우군 했다그런 속에서도 그의 가슴에는 날이 갈수록 제자에 대한 긍지가 구름처럼 피여오르고있었다한것은 영훈이가 대학 3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전교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던것이다. 4개 나라 외국어에 정통했고 외국기술문헌을 소설책처럼 줄줄 읽는 실력남들이 난해해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리론과 량자론에 대한 폭넓은 리해…

대학가에는 장차 조선의 《뉴톤》이 나올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그러나 영훈의 실력이 비상히 높아진데는 본인의 뛰여난 두뇌덕도 있지만 그보다도 기연의 사심없는 노력이 깃들어있음을 아는 사람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다.

지난해 가을기연은 우연히 영훈이가 두어깨를 떨군채 책방에서 나오는것을 보았다.

《웬 일이요?

《아아무것두 아닙니다.…》

하고 대답하는 제자의 얼굴에는 당황해하는 빛이 력연했다.

《영훈이!

기연의 엄한 시선앞에서 빗장을 지른듯 싶던 영훈의 입술이 힘들게 열렸다책방에 최근 세계기계공학발전추세에 대한 서적들이 새로 들어왔는데 차례만 훑어보고 나왔다는것이다.

기연은 입을 꾹 다물고말았다영훈의 심중은 묻지 않아도 뻔했다스승의 집에 얹혀사는것만 해도 송구스러운데 차마 책을 살 돈까지 달랠 용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던 기연은 갑자기 바지주머니를다음은 양복웃주머니를 뒤졌다.처음의 맹렬한 움직임과는 달리 차츰 느른해진 그의 두손에 묻어나온것은 낡은 전차권 두개뿐이였다.

난처했다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러던 기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저 혼자 성큼성큼 걸어갔다어찌나 급히 갔던지 하마트면 옆에서 미끄러져오던 구식궤도전차에 치울번 했다궤도전차가 아츠러운 소리를 지르며 멎어섰다감때사납게 생긴 중년운전사의 성난 얼굴이 차창밖으로 쑥 나왔다.

《여보정신 나갔소누굴 감옥에 넣지 못해 그래?… 젠장살기가 싫은게로군.

그랬으나 당자는 상대방을 멍히 쳐다보다가 제 갈길을 갔다.

《아니저 사람 귀를 못 듣는게 아니야?… 쯧쯧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기연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오직 한가지 생각이 온 정신을 그러잡고있을뿐이였다.

 

지금까지 단편소설《교수의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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