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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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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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6월 6일 《통일의 메아리》
교수의 이야기 (1)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류원규작 《교수의 이야기》,오늘은 첫번째시간입니다.

 

 

 

초빙강의를 끝내고 잠시 휴식하고있던 백발의 로교수는 뜻밖에 유럽에서 온 해외동포녀기자와 만났다갸름한 얼굴에서는 당돌함이침착한 몸가짐에서는 세련미가 다분히 느껴지는 30대 중반의 녀성이였다.

《김선미라고 합니다.… 저이번에 <8.15민족대축전>차로 서울을 다녀오셨다죠?!

로교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렸다.

녀기자는 성황리에 벌어졌던 《8.15민족대축전》에 대한 인상이며 서울을 방문한 소감 등을 물었다그러더니 돌연 이런 질문을 꺼내는것이였다.

《제가 알고있는바에 의하면 교수선생님은 해방후 서울ㅅ대학에서 학부장의 중책을 맡고계셨다던데 어째서 굳이 평양으로 오셨는지 그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로교수의 주름진 볼이 눈에 띄우게 씰룩거렸다그것은 오래전의 일이였으나 가슴속에 옹이처럼 박혀있었던것이다.

 

1

 

1947 3월말의 어느날 오후서울ㅅ대학 학부장 류기연은 학장방에 모이라는 련락을 받았다신임학장의 부임인사가 있다는것이였다.

그가 학장방에 들어서니 중키의 다부진 사람이 먼저 온 교원들과 인사를 나누는중이였다이윽고 신임학장이 이쪽으로 돌아섰다.

순간 기연은 채찍으로 가슴을 얻어맞은것처럼 꿈틀 놀랐다.

(아니이 사람이 어떻게…)

신임학장은 해방전 《학도병》을 기피하고 산속에 숨어있던 기연의 수제자를 악착스레 찾아내여 왜놈경찰에게 넘겨주었던 당시의 서울ㅅ대학 교무주임 최민웅이였던것이다그때 그자의 검은 마수에 걸려 많은 학생들이 일본군의 대포밥으로 끌려갔었는데 그들중 대부분은 제 집의 뜨락을 두번 다시 밟지 못했었다.

해방이 되자 민웅은 사람들의 복수가 두려웠던지 땅속으로 잦아들듯 감쪽같이 사라졌었다그랬던 그가 어떻게 되여 다시금 나타났는지그것도 평교원이 아니라 대학학장으로까지 되였는지 암만해도 알수 없었다.

민웅은 상대방의 감정은 아랑곳 않고 마치 가까운 사이였던듯이 벙글벙글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이렇게 만나니 정말 기쁩니다.

《…》

기연은 그를 뚫어지게 쏘아보았다그러자 민웅은 흡사 로련한 연극배우가 능숙한 솜씨로 자기의 실수를 만회하듯이 앞으로 내밀었던 손을 자연스럽게 거두어버렸다그리고는 멋적은 기색이란 꼬물만큼도 없이 또다시 벙글거리며 량수책상쪽으로 걸어갔다.

《에- 여러분!

왜정시기때와 다름없이 상고머리를 한 길쑴한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표정이 스물거리고있었다.

《아시다싶이 우리 교육자들의 임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다시말해서 내 나라의 미래가 여기에 모인분들의 손에 달려있다 그겁니다헌데 일부 건전치 못한 학생들은 감히 <해방군>과 엇서면서 무질서와 혼란을 조성하고있어요때문에 우리의 건국사업은 많은 지장을 받고있습니다.

에또… 아니에- 여러분그래서 저는 학장으로서 학생들이 오직 학업에만 열중하도록…》

기연의 귀에는 이미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저자가 건국이니 내 나라의 미래이니 하고 말할 자격이나 있는가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얼마후 교원들이 흩어져갈 때였다.

《류선생은 잠간…》 하고 민웅이가 찾았다자신심에 한껏 충만된 힘있고 경쾌한 발자국소리가 방안을 드릉드릉 울렸다.

《류선생뜻밖일테죠운명이란 참…》

민웅의 치째진 입귀에 묘한 미소가 맴돌았다.

《보십시오이건 미군정청에서…》

품속에서 뭔가 정히 꺼내는 그였다.

《…정식 발급한 제 임명장입니다.… 왜 그런 눈길로 절 보는거죠어쨌든 차후 과거의 감정에 매달려 이 학장을 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내뱉는 그의 입가에 다시금 방금전의 불쾌한 미소가 그려졌다.

《아해방이 아닙니까.

민웅은 마치 노래부르듯이 《해방》이라는 단어를 발음했다.

기연은 소태를 씹은것처럼 입안이 쓰거웠다.

《그 해방이 결코 만인에게 골고루 차례지는 혜택은 아니요.

…방으로 돌아온 기연은 길을 잃은 나그네마냥 우두커니 서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친일파가 학장이 되다니그래이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요즈음 그런자들이 활개를 친다더니 정말 헛소문이 아니였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당시까지만 해도 그 놀라운 사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것을 몰랐다.

미국은 총독부마당에 성조기를 게양하고나자 남조선이라는 《고기덩어리》를 제 구미에 맞게 《료리》하기 위한 군정을 실시하였다.

그 첫 조치로서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마싸무네(일본청주)와 다꾸앙냄새가 물씬 풍기던 일본인들의 턱밑에 바싹 붙어서 《댄노헤이까 반자이!(천황페하 만세!)를 웨쳤던 친일파민족반역자들을 노린내가 풍기는 저들의 겨드랑이밑으로 슬그머니 끌어당겼다그 바람에 거미줄이 촘촘히 건너간 음침한 지하실에서 두더지처럼 들어박혀있던자들이 얼씨구 좋다 하고 뛰쳐나왔다.

1945 10 5일 김성수를 비롯한 친일파들이 《군정장관최고고문》이라는 상징적인 벙거지를 뒤집어쓴데 이어 수많은 민족반역자들이 생선토막을 발견한 도적고양이마냥 권력의 바구니속으로 너도나도 뛰여들었다.

교육부문에서도 사정은 다를바 없었다미국의 입김에 고무되여 나라와 민족앞에 지은 죄악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없이 그 두꺼운 얼굴을 뻔뻔스럽게 쳐들고 다니는 최민웅과 같은자들이 이른바 《조선교육위원회》와 《조선교육심의회》에 기여들었다금방 사입은 양복자락에 미국제향수를 물뿌리듯 친 그들은 재빨리 익힌 서투른 영어로 저들의 《구세주》를 목터지게 구가하면서 남조선교육전반에 미국식교육제도를 부식시키려고 동분서주했다.

미국의 속심을 알수 없었던 기연은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 미국인들이 최민웅의 과거를 모르고있는게 아닐가?)

그럴 가능성은 충분했다권모술수에 능한 그로서는 그까짓 경력쯤 위조하는 일은 손바닥뒤집기와 같은것일것이다.

기연은 며칠내로 미군정청 문교부담당관 제임스를 만나 최민웅의 임명문제를 바로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까지 단편소설《교수의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첫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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