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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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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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6월 4일 《통일의 메아리》
58년전 이야기(8)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송병준작 《58년전 이야기》, 오늘은 여덟번째시간입니다.

 

통절한 비애가 일범의 가슴을 휩쓸었다. 아, 38°선! 38°선! 너는 뭐냐? 너는 뭣이길래 가마타고 시집가던 새색시가 총에 맞아 죽어야 한단말이냐, 국수봉아 말해다오. 황포바다여, 이 땅이 생겨 언제 이런 일이 있었는지 말해다오.

마을사람들도 슬픔에 못이겨 고개를 비틀고 눈물을 뿌렸다. 일범은 정신나간 사람처럼 싸늘하게 식어가는 두순의 시신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목구멍으로 무엇인가 자꾸 치밀어올라 숨을 쉴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끝내 참고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렸다. 아, 미군놈들은 드디여 본성을 나타낸것이다. 가마바리에 총질을 하여 새색시를 죽이는 야만, 인간의 법도와 륜리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놈들!…

일범의 눈빛은 적의에 불타올랐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벽력같은 고함을 질렀다.

《저놈들을 죽이라!》

마을사람들이 왁 들고 일어났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장교놈은 언제 뺑소니를 쳤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은 사생결단할 태세로 미군놈들에게 육박했다. 그것은 화약에 불달린듯 한 폭발적인 행동이였다. 보초놈들이 뒤걸음을 치며 총질을 해댔다. 더욱 분노한 마을사람들은 죽기내기로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문서방은 들고있던 술방구리로 통역을 하던 송정수의 골통을 내리쳤다. 그놈은 찍소리도 못하고 너부러졌다. 마을청년 하나가 놈을 개처럼 끌고가서 다리아래로 집어던졌다. 미군보초소는 순식간에 풍지박산이 났다. 미군놈들은 더 견딜수 없게 되자 어디론가 줄행랑을 놓았다.

《여러분! 군청으로 갑시다.》

태응렬은 딸의 시신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격분에 찬 소리를 쳤다. 마을사람들이 호응하며 그를 따라나섰다. 눈발은 언제 멎었는지 모든것이 정적속에 잠긴듯 했다. 다만 서켠 하늘틈새기로 한줄기 석양빛이 힘차게 뿜어나왔다. 음산한 재빛구름이 그 빛발을 막아보려고 그쪽으로 몰려가고있었다. 그러나 그 틈새기는 점점 넓어지면서 불길같은 노을을 토했다. 미구에 노을은 온 우주를 불태울듯 장엄하게 타올랐다. 그 하늘밑으로 딸을 안은 태응렬을 앞세우고 버들천사람들이 하얗게 읍쪽으로 몰려가고있었다.

 

…일범로인은 금강산 온정각의 어느 한 방에서 이제나저제나 태두남을 기다리고있었다. 이윽고 방문이 열리며 안내원처녀를 따라 백발이 성성한 로인이 천천히 들어왔다. 일범은 자리에 앉은채 방안으로 들어오는 로인을 지그시 지켜보았다. 전혀 낯설은 사람이였다. 방안에 들어온 로인도 일범을 뚫어질듯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와뜰 놀라며 《매부, 날 모르겠소. 내가 태두남이요.》 하면서 두팔을 뻗치고 허둥지둥 다가왔다. 일범로인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찬찬히 상대방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그만에야 일범로인은 《아!》 하고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주글주글한 턱언저리에서 유표하게 박힌 까만 김을 알아보았던것이다. 태두남이 분명했다.

열두살 그 시절에 누이의 편지를 가지고 눈웃음을 치며 나타났던 그 두남이가 옳았다. 아, 그런데 그 당돌하고 오돌찼던 두남이는 어디 가고 허리굽고 백발이 날리는 로인이 나타난것이다.

《매부, 내가 왔소. 두남이가 왔단 말이요.》

태두남은 목갈린 소리로 부르짖으며 무릎을 꿇고 일범의 발밑에 엎드렸다.

눈굽이 확 달아오른 일범은 급히 태두남의 어깨를 잡아일으켰다.

《매부!》

《처남!》

두 로인은 소리쳐부르며 와락 부둥켜안았다.

《보고싶었소. 그리웠소.》

태두남은 일범의 가슴에 허연 머리를 박은채 목메여 중얼거렸다.

《자리에 앉자구.》

일범은 두남의 어깨를 부여잡고 안락걸상에 앉았다. 아,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가. 광복된 그해 첫 겨울에 헤여져 60년세월이 가까와왔으니 이제는 모두가 백발의 로인들이 되였다. 그 세월이 그들을 몰라보게 변모시켰지만 아직도 분렬의 장벽은 그대로 남아있는것이다.

《반갑네. 이렇게 만나니…》

일범은 손수건으로 눈굽을 문지르고나서 진정으로 사의를 표했다.

《비록 누이는 저 세상으로 갔지만 처남, 매부간의 정이야 어디 가겠소. 난 어느 하루도 매부를 잊은적 없소이다.

이걸 좀 보시우.》

태두남은 품속에서 하얀 명주천에 정히 싼것을 꺼냈다. 그리고는 명주천을 헤치고 은빛이 나는 자그마한 장도를 내놓았다.

《?!…》

일범은 순간 놀랐다. 이윽고 그는 두순이와 정을 나누던 그 시절 언젠가 잔치를 앞두고 쪽지편지를 가지고 왔던 두남이가 내보였던 그 은장도임을 알아보았다.

일범은 장도에 깃든 사연이 피맺히게 가슴에 젖어들었다. 그는 두순의 숨결이 깃든 장도를 꽉 쥔채 말없이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미국놈들이 이 땅에 남아있는 한 우리 겨레의 피는 마르지 않는다.

일범은 엄숙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처남, 우린 누이만이 아닌 민족의 피값을 천백배로 받아내야 하네.》

《매부의 말씀을 명심하겠소.》

자리에서 일어선 태두남의 두눈에도 굳은 의지가 빛발쳤다. 그에 화답하듯 창밖에서는 파도소리가 메아리쳤다.

창가에서 천천히 돌아선 일범은 태두남에게 다가와 두손을 꽉 잡아주며 믿음어린 미소를 지어보였다. 수없는 경난을 겪은듯 한 태두남의 주름진 얼굴에 투지와 신심에 넘친 표정이 어리였다.

어느덧 두손을 굳게 맞잡은 그들의 가슴속에는 수십년동안이나 얼어붙었던 분렬의 장벽이 봄날의 눈석이마냥 무너져버리고 분계선패말이 뽑히여지고있는듯 했다.

그것은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 마련하여주신 6. 15북남공동선언이 있어 분렬의 어둠은 가셔지고 《우리 민족끼리》의 리념밑에 통일의 려명이 밝아오고있는것이였다.

 

×

 

다음해 서울의 미국대사관앞에서는 《남북공동선언실천련대》가 주최한 집회가 또다시 열렸다. 시민들은 민족의 통일념원을 짓밟고 민족화해와 단합의 길을 방해하는 미국은 당장 나가라고 웨쳤다.

그 소리는 하늘땅을 진감했다. 그들속에는 백발을 날리며 앞장에서 구호를 웨치는 태두남의 모습도 보였다.

 

지금까지 단편소설 《58년전 이야기》를 여덟번에 걸쳐 전부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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