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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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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5월 29일 《통일의 메아리》
58년전 이야기(5)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송병준작 《58년전 이야기》, 오늘은 다섯번째시간입니다.

 

문서방을 지켜보던 장교놈이 한손을 자기 어깨우에 난딱 들어보이자 금시 사격할 태세를 하던 병졸놈이 총구를 내리였다. 놈들도 호기심이 든 모양이다. 총을 든 병졸앞에까지 간신히 다가온 문서방은 너무도 만취되여 눈물이 질적거리는 흐릿한 눈을 뜨고 혀꼬부라진 소리를 질렀다.

《넌 도대체 누구야? 왜 여기 와서 어물거리는가 말이야. 비키란 말이야.》

문서방은 손을 들어 한쪽으로 홱 밀어제끼는 시늉을 하다가 제김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칠거리였다. 문득 장교놈의 상판에 얄궂은 웃음이 비끼였다. 그는 문서방곁으로 천천히 다가와 어깨죽지를 우악스럽게 걸머쥐고 뭐라고 지껄였다.

《뭐, 뭐라구? 이게 무슨 고양이울음소리야?》

문서방은 불시에 어깨를 들썩이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곁에 서있던 병졸놈들도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해있다가 저희끼리 마주보며 킬킬 웃어댔다. 그러자 약이 오른 장교놈은 문서방의 턱수염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문서방은 그놈이 흔드는대로 도리머리를 하다가 장교놈의 손을 탁 뿌리치며 노발대발하여 소리를 질렀다.

《요, 발칙스러운 놈 같으니. 넌 애비에미도 없느냐 이놈, 이래뵈두 내가 버들골 상씨름군이다. 이놈아!》

문서방은 팔소매를 걷어올리며 싸울 태세를 했다. 일범은 속이 덜컥 내려앉아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잠자코 돌아오세요.》

했으나 문서방은 더욱 기광이 나서 제법 손바닥에 침까지 퉤퉤 뱉으며 허세를 부리였다. 놈들은 문서방이 노는 꼴이 재미있다는듯 허리를 흔들며 그냥 웃어댔다.

《이 자식들이 왜 이래,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 내 술먹고 내 집에 가는데 왜 길막고 지랄이야.》 문서방은 바지괴춤을 한번 추스르고 지척지척 발을 옮겼다.

《에이!》

장교놈이 능글능글 웃으며 돌아가라고 손을 저었다.

《뭐, 돌아가라구? 내 집이 저긴데?…》

문서방은 어이가 없어하며 손가락으로 아래말을 가리켰다. 그래도 장교놈은 막무가내로 머리를 흔들었다.

《원 시러베아들놈 같으니. 제 집에두 못 간단말야. 우리 문씨가 신발이 수백개씩이나 닳도록 이 길을 다녔는데 안된다구? 네놈들이 백주에 길을 막아놓고 제 집에도 못 가게 해. 날강도같은 자식들, 나중엔 별꼴을 다 보겠네. 더운밥 먹구 식은 소리만 하지 말고 어서 너희들은 네집으로나 가라. 난 내 집으로 가겠다.》

문서방은 한동안 큰소리로 엮어대더니 활개를 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놈들이 박아놓은 말뚝을 보자 《이건 또 뭐야? 오라, 너희들이 이것때문에 못가게 했구나. 뭐 38°선?! 흐흐…》 하고 자기가 알아맞힌것이 사뭇 희한한듯 껄껄 웃더니 말뚝을 뽑으려고 허리를 굽혔다. 이때 철갑모를 눈두덩이우까지 내려쓴 우직스레 생긴 병졸놈이 까마귀같은 소리를 지르며 문서방의 뒤덜미를 움켜잡고 나꾸어챘다.

《아이쿠!》

문서방은 숨 넘어가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벌렁 나가넘어졌다. 그바람에 허리춤에 꽂았던 목이 긴 청주병이 풀밭에 데그르 굴러떨어졌다. 병졸놈은 문서방의 가슴팍에 총구를 들이대고 당장 방아쇠를 당길 차비였다. 일범은 눈앞이 아찔했다. 그는 더 생각할 사이없이 문서방에게로 달려갔다. 마을사람들속에서도 고함이 터졌다.

일범은 미군놈의 총구앞을 막아나서며 격분에 넘쳐 부르짖었다.

《술취한 사람에게 이게 무슨짓이요?》

《당장 흉기를 거두지 못할가?》

어느새 다가왔는지 태응렬도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 사나운 기상에 병졸놈은 주눅이 들어 주춤거렸다. 장교놈도 소요가 일어나면 시끄러운 일이 생길것 같아서인지 문서방을 데려가라고 손짓했다. 일범이 얼른 그의 몸을 부축하며 아래말 지경으로 내려섰다.

장교놈은 버들천내가의 좌우에 하얗게 나와 서있는 두 동네사람들을 번갈아 돌아보며 뭣이라고 지껄였다. 놈의 수작을 통 알아들을수 없었지만 손짓, 몸짓을 통해 38°선 말뚝을 넘어가는 사람은 무조건 총살한다는것이였다. 사람들은 너무도 억이 막혀 한동안 말을 못하고 굳어져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가? 아침저녁으로 오고가는 마실길을, 부모형제가 있고 친척친우들이 있는 두 마을길을 백주에 막아놓고 건너다니면 죽이겠다는 강도의 말을 과연 들어야 한단말인가? 도대체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이길래, 미군놈들이 뭐길래 이런 망발을 할수 있단말인가.

사람들은 믿을수도 인정할수도 없는 사실앞에서 기가 막혀 멍청히 서있었다.

《그러니까 이젠 이 다리로 건너다니지 말라는겐가?》

수염이 허연 로인이 채머리를 흔들며 자기가 혹시 잘못 생각하는가 하여 곁사람에게 묻는다.

《그런것 같쉐다.》

얼굴을 찌프리고있던 농민이 침울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니, 그럴수가 있나.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들이 사는 이상…》 로인은 끝내 납득이 가지 않아 채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저놈들이 다리를 허무는게 아니야?!》

아까 로인에게 대답하던 농민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미군놈들이 도끼로 나무다리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놈들은 두 마을사람들이 버들천을 아예 건너다니지 못하게 할 심산이다.

《저놈들이 우리 논가운데에도 말뚝을 박았어요.》

이번에는 한 녀인이 울먹거리며 부르짖었다. 과연 38°선이라는 패말이 버들천을 따라 올망졸망한 논밭 한가운데에 박혔다.

《아이고, 우리 밭도 두동강이 나는구나!》

《아니 저렇게 되면 우리 땅은 38°선너머에 있는데 농사는 어떻게 짓구 다 지은 곡식은 어떻게 날라온다는거야.》

《허, 물방아간도 두쪼각으로 되는구나.》

여기저기서 억이 막힌 목소리가 울렸다.

《우리 딸은 몸을 풀고있는데 길을 가로막으면 시집엔 어떻게 간단말이유.》

한 아낙네가 치마폭을 들어 코물을 닦으며 울먹거렸다.

《방정맞은 소린 왜 해. 땅이 두쪼각으로 되는판에.》

남편인듯 한 농민이 녀인에게 욱박지른다.

《문서방 졸경치르는걸 보고도 그 소리요. 사람이 중하지 땅이 중해요?》

아낙네도 역정을 썼다.

《주둥아리를 다물지 못해. 땅이 있어야 목숨도 있는거야.》 두 내외는 그 경황에도 피대를 돋구며 아웅다웅했다.

그러자 채머리로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가만들 있어. 38°선이 선친의 묘잔등으로 지나는 판에 무슨 입씨름이야.》

그리고는 입을 철문처럼 다물고 서늘한 눈길로 놈들의 행동거지를 지켜보고있는 태응렬에게 어정어정 다가가 분통을 터뜨리는것이였다.

《이보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판국인가. 세상만물이 생긴이래 이런 변이 언제 있었나. 조상대대로 살아온 이 땅을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제마음대로 갈라놓는 심보는 뭐란 말인가.》

로인은 땅바닥에 펄썩 주저앉더니 땅을 치며 꺼이꺼이 통곡하기 시작했다.

《어허이구, 우리 로친은 죽었구나. 웃말 장수샘물 마셔야 속탈을 고치는건데 길을 막아놨으니!…》

옆에 있던 농민도 절망에 잠겨 탄식을 했다. 태응렬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동네사람들을 둘러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무 상심들 마시오. 아무려면 땅을 어떻게 갈라놓겠소. 내 곧 군청에 올라가서 정식 상소를 하겠소. 우리는 절대로 땅을 갈라놓는 놀음을 좋아하지 않는다구 말이요.》

미군놈들은 얼마후에 군용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취야로 통하는 큰길의 방아다리목에 미군초소가 설치되고 38°선일대를 수시로 순찰하며 걸핏하면 총질을 해댔다. 38°선말뚝을 뽑아달라고 군청을 찾아갔던 태응렬의 상소도 거절되였다.

 지금까지 단편소설 《58년전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다섯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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