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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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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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5월 27일 《통일의 메아리》
58년전 이야기(4)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송병준작 《58년전 이야기》, 오늘은 네번째시간입니다.

 

 

황포바다에서 그물그물 피여오르던 해무가 걷히자 마을은 흥성거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한가위날이 온것이다. 사람들은 아침부터 하얗게 산으로 올랐다.

꽁무니에 낫을 차고 지적퉁구리를 어깨에 멘 남정들이 한발 먼저 산에 올라 한해 여름 길길이 자란 풀들을 벌초하느라 묘곁에 앉아있고 녀인들은 제사를 지낼 음식들을 싸리광주리에 담아 이고 땀을 철철 흘리며 걸음을 재촉한다. 제사를 지낼 산소가 있건 없건 남자들은 친척이 아니면 친구를 따라 모두 산으로 올랐다.

일범이도 부지런히 아버지를 따라 산소로 올랐다.

올해따라 한가위가 이채로왔다. 벌써 먼저 산에 오른 축들은 제사를 지내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도 빨리 지내자.》

벌초를 끝내자 아버지가 서둘렀다. 버들천 놀이터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것이다. 산소에 제를 지낸 다음 두 마을이 모여 씨름경기를 하기로 약속이 되였던것이다. 바다기슭의 넓은 풀판에서는 어석소를 탄 아이들이 무슨 소타기경기를 하는 모양인지 와와 떠들어댔다.

이때 갑자기 둔중한 발동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사방을 두리번거리였다. 옹진쪽 길에서 이쪽을 향해 군용차 한대가 누런 흙먼지를 일으키며 질풍같이 달려오고있었다. 일범은 깜짝 놀라 두눈을 흡떴다. 차우에는 철갑모를 쓴 미군놈들이 가득 탔는데 어깨에 멘 총들이 해빛에 살기를 뿜으며 번쩍거리였다.

《아니 이게 웬일이냐?!》

일범의 어머니가 와들와들 떨며 공포에 질려 물었다. 그러나 일범은 입을 꽉 다물고 맹렬하게 달려오는 차를 지켜볼뿐이였다. 산에서 제를 지내던 사람들이 황급히 제상을 거두고 마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큰길로 오던 군용차는 급기야 마을쪽으로 꺾어들었다.

《저런, 동네로 들어오는게 아니야?》

누군가 절망에 찬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나운 기세로 미칠듯이 질주해오던 군용차는 버들천 나무다리근방에서 시커먼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땅을 물어뜯듯 멎어섰다. 개들도 그 위세에 겁을 먹고 꼬리를 사타구니에 낀채 낑낑거리며 뜰안으로 숨었다.

《미국놈들이 아니야?》

누군가 일범의 곁에 와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

일범은 말없이 놈들의 거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차우에 탔던 미군병졸들이 와르르 쏟아져내렸다. 운전칸에서 장교인듯 한 놈이 천천히 내리더니 여기저기 모여선 마을사람들을 거만한 눈길로 훑어보았다. 그동안에 놈들은 무슨 말뚝같은 나무토막들을 와락와락 부리고나서 앞가슴에 총을 건채 한줄로 늘어서는것이였다. 여차하면 무시무시한 총구에서 흉탄이 날아올것만 같았다. 장교놈이 뭐라고 하자 몇놈은 국수봉쪽으로 올라가고 다른 놈들은 취야로 통하는 큰길방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나머지 놈들이 남아서 다리옆에 땅을 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웅성거렸다. 도대체 놈들이 하는짓을 알수가 없었다. 땅을 다 파자 놈들은 쇠메로 말뚝을 쾅쾅 내리박았다. 그 말뚝박는 소리가 그대로 사람들의 가슴을 지끈지끈 때리는듯 했다. 말뚝에는 시커먼 먹글씨로 《북위38°선》이란 글이 큼직하게 씌여있었다.

(아하, 38°선 경계표식을 하러 나왔구나.)

일범은 한순간 안도의 숨이 나왔다.

그것도 모르고 온 동네가 공포에 떨었다고 생각하니 어이없기도 했다.

《말뚝은 왜 박는다는거야?》

《글쎄 무슨 표식을 하는 모양이겠지.》

모여선 마을사람들속에서 제나름대로 수군거리였다. 이때 국수봉쪽에서 무슨 타령같은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가

무정세월…

 

노래소리는 점점 가까와졌다. 이윽고 한사람이 갈지자걸음을 하며 건들건들 목청을 뽑으면서 버들천 나무다리로 오고있었다. 술에 억병으로 취한 문서방이였다. 산소에 갔다가 마음껏 마신 모양이였다. 웃말사람들이 나무다리를 건느려는 문서방을 붙잡고 가지 말라고 말렸다.

그러나 문서방은 딸꾹질을 하며 그들을 뿌리쳤다.

《왜 가지 말라는거야. 내 술먹고 내가 취했는데 무슨 상관이야. 상관이…》

문서방은 오히려 제편에서 성을 내며 비틀비틀 나무다리에 들어섰다. 그의 입에서 또다시 노들강변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건너편쪽에 있던 미군병졸놈 하나가 문서방을 보고 새된 소리를 지르며 총을 들고 겨누었다. 사방에서 《문서방!》, 《이 사람아!》 하는 웨침소리가 날아갔다. 그러거나말거나 곤드레만드레해진 문서방은 아무런 주저도 없이 허청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진 일범은 불상사가 날것만 같아 그에게로 달려가려고 했다. 옆에 있던 아버지가 팔목을 잡는 바람에 잠시 멈추었다.

 

지금까지 단편소설 《58년전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네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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