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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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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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5월 23일 《통일의 메아리》
58년전 이야기(2)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송병준작 《58년전 이야기》, 오늘은 두번째시간입니다.

 

처녀는 흰 적삼에 깜장치마를 입고 하얀 앞치마를 둘렀는데 몸매가 퍼그나 날씬해보였다. 그들앞에는 막내인 어린 두남이가 회초리로 풀대를 후려치며 최뚝에 매놓은 염소처럼 깡충깡충 뛰여온다.

《허, 들판에서 마시는 술맛이란 둘이 마시다가 하나 죽어도 모른다니까.》

보리밭옆을 지나가도 취한다는 애주가인 문서방은 벌써부터 턱밑의 울대뼈를 꿈틀거리며 군침을 흘렸다.

일범이 얼른 뛰여가서 땀을 철철 흘리며 오는 성녀의 머리우에서 곁참광주리를 냉큼 들어안고 왔다. 어느새 문서방도 뛰여나가 두순의 술방구리를 받으며 일범인 뭘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나무그늘밑에서는 또다시 즐거운 웃음이 터졌다. 그바람에 두순은 낯빛이 홍시처럼 붉어져 어쩔바를 몰라했다.

《애개개…》 성녀는 풀밭에 하얗게 깔려있는 팔뚝같은 숭어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아주머니, 숭어를 잡은김에 두순이 잔치술을 아예 마시자구요.》 문서방이 신명이 나서 소리쳤다.

《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광복이 됐는데 숭어나 놓고 잔치를 하겠나요.

난 소를 잡고 보란듯이 하겠어요. 안 그런가? 이 사람아.》

문벌의 엄한 통제밑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온 성녀도 오늘만은 기분이 흥떠서 사위가 될 일범에게 롱을 다 걸었다.

《어머닌 참.》 광주리에서 음식그릇을 꺼내놓던 두순의 귀밑이 또 단풍잎처럼 된다.

《쯧쯧… 무슨 말이 그리 다사한가. 빨리 숭어회를 치고 두순인 청주사발을 돌려라.》

눈꼬리에 주름을 짓고 빙그레 웃고있던 태응렬은 안해에게 짐짓 꾸중을 하면서도 딸에게만은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순은 아버지의 말이 떨어지자 얼른 청주방구리를 기울여 사발마다에 가득가득 부었다.

밥알이 동동 뜬 젖빛술에서는 감미로운 향기가 물씬 코를 찔렀다.

《어서 문서방부터 올려라.》

태응렬이 딸에게 귀띔하자 문서방은 펄쩍 뛰며 무슨 당치 않은 말을 하시느냐고 손을 홰홰 저었다.

《허허… 그러지 말게. 로친네 없이는 살아도 술없이는 못사는 문서방이 아닌가.》

태응렬은 껄껄 웃으며 어서 들라고 했다.

《고맙소이다. 두순아, 이 다음에 아들딸 많이 낳고 부디 복많이 받아라.》

문서방은 사뭇 격해져서 이렇게 말하며 술사발을 단숨에 쭉 비웠다. 그리고나서 노랑수염을 쓰다듬으며 의례히 나오는 명담을 했다.

《아, 이래서 인생은 좋고 천하 또한 내것이로다!》

그 누구보다 지지리 못사는 문서방이지만 술을 마신 다음에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인간으로 자부하는 그였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모두 웃어버리지만 가슴을 찌르는 눈물겨운 부르짖음을 느끼군 했다.

《문서방말이 옳네. 왜놈들을 족치신 김일성장군님께서 우리같은 백성을 위해 좋은 정사를 펴실것이네.》

술사발을 들이킨 응렬이도 취기가 올라 감개무량해졌다.

일범은 불현듯 감격의 그날이 눈앞에 떠올랐다. 밭고랑에 앉아 김을 매고있던 마을청년들은 나라가 광복되였다는 꿈같은 소식을 듣고 호미자루를 집어던진채 만세를 부르며 읍으로 달려갔다. 뒤이어 경찰서가 불에 타고 살기등등하여 조선사람들을 못살게 굴던 왜놈순사들을 요정냈다. 면에는 인민위원회가 서고 가대기군이던 사람이 위원장이 되였다.

참으로 세상은 꿈같이 달라졌다. 징용과 《보국대》로 끌려갔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해주세멘트공장에서는 로동자들이 공장의 주인이 되여 총을 들고 지킨다고 한다. 정녕 우리 세상이 온것이다.

《이제부터 올해 낟알을 걷어들일 잡도리를 잘하세. 그리고 가을걷이나 끝난 다음에는 두 동네가 달라붙어 황포바다기슭에 동을 막고 갈밭을 개간하여 땅마지기도 더 마련하고 마을에 학교를 세워 아이들 공부를 시키자구.》

희망에 넘친 태응렬의 말이다.

《그렇게만 되면야 얼마나 좋겠소이까.》

《좌상집어른이 이 일을 주관해주신다면 우린 발벗고 나서겠시다.》 두 동네사람들은 한결같이 좋아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리고 햇곡식을 빨리 찧어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 다음 두 동네가 모여서 한가위명절을 잘 쇠보자구. 우리 집에서도 가을에 잔치를 하겠네.》

응렬의 말에 사람들은 또다시 좋아서 그렇게 하자고 떠들어댔다. 일범의 마음은 더욱 흥그러워졌다. 생활에 웃음이 있다는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지금껏 우리 백성들은 캄캄한 세상을 살아오느라고 기를 펴지 못하였지만 이제부터는 좋은 일만 생길것이다. 동네를 리상촌으로 꾸리고 자식들을 시집장가보내면서 오손도손 의좋게 살아간다면 이보다 더 큰 락이 어디 있으랴. 이 꿈은 그 누구도 빼앗을수 없는 백성의 권리라고 일범은 확신했다.

어느덧 서켠하늘에 락조가 비끼기 시작했다. 노을빛은 한량없이 부풀어오르는 일범의 마음인양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퍼져갔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국수봉밑에 의좋은 형제처럼 이마를 맞대고 자리잡은 두 마을, 마을의 지붕마다 널려있는 푸른 박과 빨간고추 등, 두 동네사이에서 물구슬을 날리며 돌아가는 궁치방아, 주절대며 흐르는 버들천의 빨래방치소리!…

일범은 오늘따라 이 모든 정경이 소중하고 정답게 안겨왔다.

 

지금까지 단편소설 《58년전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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