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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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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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5월 17일 《통일의 메아리》
얼굴을 높이 들어라(2)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박장광작 《얼굴을 높이 들어라》, 오늘은 두번째시간입니다.

 

 불현듯 집을 떠날 때 아버지가 하시던 말이 떠올랐다.

《조국은 일본놈들에게 빼앗겼지만 조선의 얼은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얼굴을 항상 들고 살아야 한다.》

그때 림호는 쉽게 대답을 하였지만 후날 일본학교에 들어 가서 공부도 하고 어머니와 함께 갖은 천대를 받으면서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뼈 저리게 체감하였다. 배우는것은 등잔불밑에서 머리를 쓰면 일본아이들을 앞섰고 싸움도 힘과 담력을 키워 일본아이들을 눌러 얼굴을 높이 들수 있었지만 조선사람이라고 깔보고 모욕하는 말을 들을 때면 자기도 모르게 기가 죽어 고개를 숙이게 되는것이 정말 안타까왔다. 그는 칼을 빼앗기고 너무 분해서 바위를 냅다 차며 소리쳤다.

《개똥 같은 자식! 어디 두고 보자.》

그리고는 이를 악물고 으시대는 도라오의 낯짝을 노려 보았다. …

그날 밤 바다가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나의 하숙집에는 림호학생이 찾아 와 있었다. 그는 내가 막부가 넘어 지고 유신이 일어 섰을 때 우리 할아버지가 일본국적으로 등록되는 바람에 나도 일본국적을 가지게 되였지 실지에 있어서는 조선사람이라는 누구도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었던탓에 나를 무척 따르고 어떤 일이 생기면 모든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터놓군 했었다.

그날 밤도 나는 림호의 말을 통하여 할미산에서 벌어 진 일을 죄다 알수 있었던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광복된 조국에 영명하신 김일성장군님께서 개선하시였다는 기쁜 소식을 림호에게 알려 주려고 기회를 얻던 참이였다.

아직은 아는것보다 모르는것이 더 많았지만 조선사람에게는 나라가 있고 위대한 령도자가 계신다는 나의 말에 림호는 눈이 더욱 반짝이였다.

림호의 말을 죄다 듣고 난 나는 림호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일본사람들이 세상에 대고 그처럼 자랑하는 야마도민족의 문화는 조선사람들에 의하여 그 초석이 마련되였다는 사실을 일본고대신화와 고분묘의 실례를 들어 하나하나 가르쳐 주었다. 림호는 너무 놀라 눈만 깜박거렸다. 먼 옛날 조선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일본땅에 와서 갈대만 무성한 황무지를 개간하고 거기에 새로운 농경문화를 일떠세우고 산성까지 쌓고 바다를 다스렸다는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림호였다. 나는 림호에게 할미산의 산신묘도 고구려사람들이 만든 횡렬식고분묘라고 찍어서 밝혀 주었다. 그리고 이소노무라지는 력대 야마또왕조시대 문관(통역)벼슬을 하던 조선이주민계통의 귀족이라는 사실도 알려 주었다. 밤이 퍽 깊었을 때 마을의 비상종소리가 울렸으나 림호와 마주 앉은 나의 하숙집에는 새날을 맞이하도록 밤새 등잔불이 꺼질줄 몰랐다.

나는 아침 일찍 하숙집을 나섰다. 어제 밤 비상종소리가 울린것은 오늘 일본천황이 《특별렬차》를 타고 촌맥을 통과한다는 중대사를 알려 준 신호였기때문이였다.

원래 천황은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자로서 응당 처단되였어야 할 놈인데 한동안 숨어 살다가 미국놈들의 비호밑에 버젓이 되살아 났던것이다.

다음날 학교로 올라 가는 마을아이들도 하나와 같이 새옷을 입고 나섰다. 그런데 마을아이들속에 무명옷을 입은 아이는 조선집 림호 한사람뿐이였다.

그래도 림호는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거짓웃음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샘처럼 솟아 나는 밝고 긍지에 넘친 웃음이였다.

억눌리고 천대 받던 가난한 조선사람에게도 이제는 나라가 있고 위대한 령도자가 있다는것을 알고 있는 림호인데야 왜 안 그러랴.

학교에 올라 가는 시간이 박두했지만 웬일인지 도라오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애는 왜 오늘 따라 늦장을 부리니?》

마을아이들은 두덜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유미꼬가 양주공장쪽에서 뛰여 왔다.

《큰일났어, 도라오가 아버지한테 매를 맞고 울고 있어.》

그 말에 호기심이 난 아이들은 유미꼬를 빙 둘러 쌌다. 유미꼬는 숨을 몰아 쉬고 난 뒤 도라오네 집에서 벌어 진 소동을 아이들에게 자초지종 말했다.

어제 밤 도라오가 집에 와보니 산신령의 신기한 칼은 훌렁 벗어 지고 끈만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는것이였다.

《거 잘한다!》

유미꼬의 이야기가 끝나기도전에 누군가 볼 부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보나마나 어제 밤 화장터에서 잃었을게야!》

그 소리에 마을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제 밤 소름 끼치는 일을 더듬듯 눈들을 깜박거렸다.

…마을아이들은 줄렬차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마을로 돌아 오고 있었다. 그들이 고개마루에 올랐을 때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마을이 달빛아래 우렷이 나타났다.

《우리 마을이다!》

아이들은 가물거리는 마을의 불빛을 보자 기쁨에 넘쳐 소리쳤다. 이때 그들앞에는 으슥한 숲머리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고 막아 섰다. 그 숲은 마을에 있는 화장터였다. 화장터의 숲을 보는 순간 림호의 머리속에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자기를 조선사람이라고 업수이 여기며 쭐렁대는 도라오를 한번 단단히 혼쌀내리라는것이였다.

줄렬차가 화장터앞까지 이르자 림호는 서슴없이 아이들을 끌고 그 숲속으로 들어 갔다. 그것은 눈 깜박할 사이에 벌어 진 일이였다.

마을아이들이 눈을 번쩍 떴을 때는 그들의 줄렬차가 무시무시한 화장터안을 돌고 있었다.

도라오는 아차하는 순간에 림호에게 속은것이 분했으나 어쩔수가 없었다. 어둑시근한 나무사이에서는 검은 그림자가 얼씬거리는것 같고 지붕우에서는 며칠전에 죽은 장교가 외눈깔로 내려다보고 있는것 같아 오금이 저려 말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느라고 혀끝을 사려 물고 림호를 따라 달렸다.

나무밑에 방울방울 매달려 있던 밤이슬이 아이들의 하얀 목덜미에 내려 앉아 찬물을 끼얹어 주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흠칫흠칫 놀라며 자라목처럼 목을 움츠렸다. 죽은 장교가 빨간 혀바닥으로 자기들의 보동보동한 목덜미를 핥아 준다고 생각한 한 아이가 그만 죽어 가는 소리로 《히얏!》 하고 비명을 지르자 가뜩이나 속이 콩알만 해서 달리고 있던 아이들은 난데없이 터져 나오는 아츠러운 비명소리에 혼을 잃고 《와-》 들고 뛰였다.

화장터는 삽시에 수라장이 되였다.

급해 맞으면 부처님다리도 끌어 안는다고 늘쌍 야마도의 무사가 되겠다고 뽐내고 자랑하던 도라오는 화장터에 있는 말뚝을 뽑아 안고 엉금엉금 밖으로 기여 나와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였다.

도라오는 이 복새통에 산신령의 칼을 잃었던것이다. …

유미꼬는 말을 마치자 근심어린 눈을 들어 림호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도라오가 잃어 버린 그 칼이 화장터에서 밤사이 감쪽같이 없어 졌다는거야.》

《그것 정말 조화로구나.》

마을아이들은 머리를 기웃거렸다. 그러나 림호는 혼자 빙그레 웃었다. 어제 밤 나의 말을 듣고 날 밝기전에 화장터로 다시 들어 간 림호가 칼을 얻어 가지고 남몰래 집으로 돌아 왔던것이다. 그것은 볼수록 조선의 얼이 깃든 훌륭한 칼이였기때문이였다.

아이들이 줄을 서서 막 떠나려고 할 때 도라오가 잔뜩 볼이 부어 나오자 바람으로 림호에게 달려 들었다.

《이 자식아, 내 칼을 내놔!》

《도적이 매를 든다더니 그 칼이 어디 네것이냐?》

《이소노무라지는 일본의 야마모또의 이름난 장수란걸 넌 모르니?》

《아니야. 그 사람은 조선에서 건너 온 고구려사람이다. 옛날에는 일본사람들이 집도 지을줄 몰랐고 옷도 지어 입지 못해 틀옷으로 몸뚱이를 가리웠다고 했어. 그리고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구뎅이를 파고 아무렇게나 묻었는데 이소노무라지의 묘지는 곱게 다듬은 돌로 쌓은 횡렬식고분묘였어. 횡렬식고분묘는 고구려의 묘라고 했어. 이소노무라지는 일본사람이 아니라 우리 조선사람이다. 알겠니?》

《피피, 조선사람이라고? 너 머리가 돌지 않았니. 그따위 허튼소리 하지 말고 어서 칼을 내놔. 내놓지 않으면 아까마쯔선생님한테 일러 바치고 너는 학교에서 내쫓고 말테다. 이 조선놈!》

도라오는 침방울을 튕기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마을아이들앞에서 조선놈이라고 망신 당한 림호는 도라오의 멱살을 와락 거머쥐고 단번에 머리로 받아 넘어 뜨렸다.

마을아이들은 림호의 팔소매를 붙잡고 말리였다. 도라오는 코피를 쏟으면서도 아직도 기가 시퍼렇게 살아서 욱욱하고 있었다.

촌역주변은 이른새벽부터 붐비고 있었다.

일본의 패전과 함께 자취를 감추고 있던 히노마루(기발)가 푸른 하늘에 보란듯이 높이 솟아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경찰들이 철길주변에서 어슬렁거렸다.

환영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와 학급별로 줄을 맞추고 있었다.

 

지금까지 단편소설《얼굴을 높이 들어라》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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