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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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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5월 15일 《통일의 메아리》
얼굴을 높이 들어라(1)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박장광작 《얼굴을 높이 들어라》, 오늘은 첫번째시간입니다.

 

 

 

요즘 일본반동들이 미제의 무분별한 반공화국적대시정책에 발 맞추어 총련에 대한 탄압의 도수를 높인다는 소식이 전해 질 때마다 나는 격분을 금치 못한다. 하면서도 불안감 또한 없지 않다.

이럴 때 총련일군인 오랜 지기로부터 한통의 편지가 날아 들었다.

《선생님…》

아득한 옛 시절 어느 한때 교편을 잡았던 나에게서 잠시 배운적 있는 그는 백발을 머리에 인 오늘까지 깍듯이 스승대접이다. 그는 편지에서 총련을 둘러 싼 일본반동들의 광란적인 탄압소동에 대해 전하면서 이렇게 썼다.

《…놈들이 그럴수록 우리 총련의 오랜 세대뿐아니라 3세, 4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배심이 든든하여 살아 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조국을 세계최강국으로 빛내여 주시는 위대한 장군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선생님, 생각납니까. 우리가 일본벽지 서광이란 곳에서 살던 때의 일을 말입니다. …》

나의 머리속에서는 추억의 나래가 너울거리였다.

먼저 눈앞에 떠오른것은 세면이 침침한 바다로 둘러 싸인 일본 와까야마현 아리다군의 미나미소학교의 나지막한 단층목조교사였다. 이어 떠오른것은 고색 짙은 한자루의 고루자루 긴 칼이다. 아직도 칼날에 서렸던 섬광이 생생하다…

그것은 야마또왕조시대 그 고장을 타고 앉아 통치한 이소노무라지가 차고 있던 쯔루기(검)이였다. 내가 소학교 6학년을 담임했을 때 우리 학급에 림호란 소년이 할미산에 올라 가 얻은것인데 그 일로 하여 그는 학교에서 쫓겨 났다. 그는 조선학생이였다.

…어느 날이였다. 마을 앞산에 희유스름한 달이 떠올랐으나 학교에 공부하러 갔던 아이들은 어쩐지 집으로 돌아 오지 않았다. 밤이 퍼그나 깊었을 때 사람들은 조선집 림호가 마을아이들을 끌고 할미산으로 들어 갔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였다. 할미산은 옛날 늙은이들을 지게에다 짊어 지고 내버리군 했다는 기 막힌 전설을 가지고 있는 험한 산이였다. 그곳은 이 고장을 지키고 있는 산신령이 있다는 산이였다. 마을은 삽시에 벌둥지를 쑤신것처럼 들끓었다. 마을사람들은 그 길로 조선집으로 달려 갔다. 그리고는 그 집  어머니를 밖에 불러 내여 어서 아이들을 찾으라고 소동을 피웠다.

양주집주인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는 조선녀인을 흘겨 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금 때가 어느 때라구 그따위 못된짓을 한단 말이요. 전번에도 절간지붕에 기여 올라 불상을 못쓰게 하더니만… 당신네 조선사람때문에 온 마을이 큰 화를 입게 된다는것을 모르오? 당장 이 마을에서 나가시오!》

마을사람들이 물러 간 뒤 어머니는 문앞에 우두커니 서서 할미산을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였다. 그러지 않아도 징병에 끌려 간 남편이 돌아 오지 않아 어린 림호를 믿고 하루하루 품팔이를 하며 살아 가는 어머니였다.

《애도 참…》

어머니는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긴 한숨을 내쉬였다.

이럴 때 인적이 끊어 진 할미산의 기슭을 따라서 《칙칙 폭폭, 칙칙 폭폭》 하고 웨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고개를 넘어 들려 왔다. 이윽고 달빛이 비치는 고개마루에 한무리의 아이들이 줄렬차를 타고 나타났다.

맨앞에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짚신을 신은 아이가 우뚝 솟아 났다. 장난기어린 얼굴에 새별같이 반짝이는 두눈, 꼭 닫긴 작은 입은 당돌함과 의지가 엿보였다.

그가 바로 조선집아이 림호였다. 그뒤에는 올망졸망한 마을아이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 왔다. 맨뒤에는 몸집이 실한 아이가 맨머리바람으로 어슬렁거리며 따라 왔다. 사꾸라꽃(벗꽃) 금단추가 달빛에 번들거리는것을 보아 양주집아들 도라오였다. 줄렬차에는 처녀애들도 몇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은 랑랑한 목소리로 《칙칙 폭폭-》 하고 소리치며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단발머리에 쎄라복을 입은 이마에 송골송골 구슬땀을 흘리며 달리고 있는 처녀애가 선주집 유미꼬였다. 복상하게 잘 생긴 얼굴에 눈매가 고운것이 무척 사랑스러워 보였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올무렵 림호는 어제 땔나무를 하러 할미산에 올라 갔다 주어 온 하얗고 각이 진 수정돌을 아이들에게 자랑하였다. 호기심이 동한 아이들은 림호가 주어 온 그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돌쪼각을 돌려 가며 보다가 당장에 할미산에 오르자고 림호에게 졸라 댔다.

수정돌은 할미산의 깊은 골짜기에 묻혀 있었는데 땅을 조금만 뚜져도 그 쪼각들이 나지군 하였다. 어떤 때는 손가락만 한것도 얻을수 있었다. 그리하여 마을아이들은 림호를 앞세우고 할미산으로 들어 갔던것이다.

봄날의 해는 어느덧 산너머로 떨어 지고 산속에는 어둠이 깊숙이 스며 들었다. 수정돌을 찾기에 온 정신을 팔고 골짜기를 헤매이던 아이들은 숲속에 있는 부엉이가 울어서야 제 정신으로 돌아 갔다. 아이들은 급기야 뿔뿔이 흩어 진 동무들의 이름을 찾으며 산등성이우로 모여 들었다.

《호짠!》(림호의 일본식이름이다.)

《사부로!》

안타까이 찾고 부르는 아이들의 고함소리가 산울림을 타고 골안에 메아리쳤다. 그런데 림호가 보이지 않았다. 길안내자를 잃은 아이들은 갑자기 울상이 되여 버렸다. 숲이 설레이며 여우들이 일제히 캥캥 울부짖었다. 그 소리에 한 아이가 갑자기 쿨쩍거리자 다른 애들도 덩달아 울어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주집 도라오만은 산에서 아이들이 얻어 낸 수정돌을 골숨하게 담아 놓은 모자안에 손을 넣고 열심히 뒤지더니 히쭉 웃으며 제일 큰 수정돌 하나를 얼른 바지주머니에 밀어 넣는것이였다. 그것은 림호가 벼랑꼭대기에 기여 올라 얻은 돌이였다. 도라오는 곧 자리를 털고 일어 섰다. 그 모양을 보던 유미꼬가 톡 내쏘았다.

《너 정말 가겠니?》

《가잖고.》

《호짠이랑 기다려 같이 가면 못 쓴다던?》

《흥! 그 애는 우리 일본아이가 아니야. 조선사람은 다 나쁜 사람이라구 우리 아버지가 말했어. 너도 나하고 어서 내려 가자!》

《싫어. 넌 정말 의리가 없는 아이야!》

《뭐 의리?!… 흥 개똥 같다.》 하고 혀를 널름 내민 도라오는 돌아 섰다. 그러나 몇걸음 떼지 못하고 유미꼬에게 옷자락을 붙잡히였다.

《가도 그 수정돌은 내놓고 가!》

《제것이 아니면 참견 말아.》

도라오는 유미꼬를 밀쳐 대며 얼굴이 벌개 소리쳤다. 이럴 때 산신령에 건너 갔던 림호가 아이들과 함께 산발을 타고 내려 왔다. 아이들은 림호를 보자 환성을 올리며 마주 달려 갔다.

《왜들 싸우니?》

아이들은 방금전 도라오와 유미꼬사이에 있었던 일을 입 모아 이야기하다 그만 눈이 휘둥그래져 입만 항하니 벌렸다. 무명옷을 입은 림호의 작은 어깨우에 한자루의 자루 긴 칼이 위엄 있게 얹혀 있었던것이다.

《저거-》

《멋이 있구나!》

아이들은 그 긴 칼을 부럽게 바라보았다.

림호는 씩-웃으며 그 칼을 제일 앞에 선 꼬마의 가슴에 안겨 주었다.

《자, 실컷 보아라. 이소노무라지님의 산신묘가 있는 골짜기에서 파낸것이다.》

이때였다. 림호가 나타나자 잠시 주눅이 들었던 도라오가 슬금슬금 다가와 칼을 보더니 대뜸 눈이 올롱해 소리쳤다.

《너희들 신령묘를 파헤쳤구나.》

그러자 유미꼬와 소녀애들은 덴겁을 하며 물러 섰고 꼬마는 얼른 칼을 땅에 내던졌다. 신령을 노엽히면 귀신이 잡아 간다는따위의 옛말을 많이 듣던 아이들이였기때문이다.

《핫핫핫.》

도라오는 배를 그러 안고 웃다가 덥석 칼을 거머쥐였다. 림호는 어느새 도라오의 손목을 잡았다.

《그건 어쩌자는거야?》

《어쩌긴, 아까마쯔선생님에게 바쳐야지.》

그러자 림호는 성이 나서 도라오의 손목을 더 단단히 틀어 쥐였다.

《이건 내가 얻은 칼인데 어떻게 네가 바친다는거야?》

그러자 도라오도 만만치 않게 맞받아 소리쳤다.

《큰소리 치지 말어. 그건 다 리유가 있어.》

림호가 다시 도라오에게 덤벼 들었다.

《뭐야?!》

그러거나말거나 도라오는 칼을 다른 손에 옮겨 쥐며 이죽거렸다.

《알고 싶다면 내가 말해 주마. 할미산은 우리 마을의 산이지?》

림호는 잠시 도라오를 노려 보다가 대꾸했다.

《그래.》

《산신령은 이소노무라지님을 받드는 산이지?》

《그래.》

《그럼 이소노무라지는 조선사람이니?》

《?!》

자기의 역습에 림호가 걸렸다고 생각한 도라오는 앞가슴을 내밀며 으시댔다.

《헹! 이소노무라지는 일본사람이란 말이야! 그리구 이 산은 우리 아버지가 촌장을 할 때 나라에서 허가권을 받고 지금까지 우리가 관리하여 온 산이라는걸 모르니? 이 칼은 내것이야!》

빙 둘러 서서 싸움을 구경하던 아이들은 도라오가 칼을 냉큼 집어 제 어깨우에 올려 놓자 《저거!》 하고 놀라며 림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림호는 가슴속에서 불덩어리가 일었다. 생각 같으면 무쇠이마로 기름진 도라오의 낯짝을 보기 좋게 한대 받아 넘어 뜨렸으면 하였지만 참을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단편소설《얼굴을 높이 들어라》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첫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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