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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7(2018)년 6월 9일 《통일의 메아리》
조상의 땅을 지켜 ( 83 )

장편사화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성환 작《조상의 땅을 지켜》,오늘은 여든세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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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츰 날이 밝았다.

거란군은 마지막총공격을 가해왔다.

락타무리를 앞세우고 고려군이 차지한 진지를 톺아올라온 적들은 급기야 창을 휘둘러대며 미친듯이 덤벼들었다.

화살이 이미 떨어진 고려군은 적을 바투 끌어붙인 다음 백병전으로 소멸하는 전술로 맞섰다.

적들은 제놈들의 시체를 타고넘으며 물밀듯이 공격해올라왔다. 앞에 선 적병들은 고려군의 창에 찔리고 칼에 베여지면서도 뒤로 돌아설념을 못하였다. 뒤로 돌아설 틈사리가 없었기때문이였다.

한겹, 두겹 고려군의 방어진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수적우세를 믿고 적군은 시체를 쌓아가면서도 앞으로만 밀려들었다.

고려군의 마지막방어진이 무너졌다. 남은 고려군사들은 양규와 김숙홍을 에워싼채 최후격전에 나섰다.

거란군은 한덩어리로 굳어진 고려군에게 더는 다가붙지 못하고 궁수들로 화살전을 들이댔다.

비발치듯 날아드는 적의 화살을 칼날로 쳐떨구며 고려군사들은 마지막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굴함없이 싸웠다.

양규와 김숙홍도 선혈을 쏟으며 쓰러졌다.

바로 그무렵에 적군의 등뒤에서 귀에 익은 고려군의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둥! 두둥! 둥둥둥둥!…

유방과 김훈이 지휘하는 고려군의 지원부대가 적의 뒤통수를 답새기며 구름처럼 공격해왔다. (유방은 거란왕을 놓친것이 분하다며 내처 평양성까지 올라와서 장수 김훈이 지휘하는 부대와 함께 퇴각하는 적을 추격소멸하는 싸움에 또다시 몸을 잠근것이였다. 이 일에 대해서는 은천이 이후에 임금에게 보고하도록 의논이 되여있었다.)

거란군은 역포위에 들어 좌왕우왕하다가 드디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란왕은 고려군의 새로운 병력이 기치창검을 번뜩이며 진격해오자 케가 틀렸음을 알아차리고 황황히 꽁무니를 사려버렸다. 그는 졸개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채 압록강을 건너 쫓겨가고말았다.

고려군은 맹렬한 추격전으로 강을 건느는 거란군을 뒤쫓아가며 족쳐댔다.

구주계선에서 압록강까지 가는 길우에 죽은 거란군의 시체가 한벌 뒤덮였다.

양규는 이 한달어간에 적은 수의 군사를 가지고 일곱차례의 큰 전투를 벌려 3만여명의 적을 살상하고 그만한 수의 랍치되였던 인민들을 구원하였으며 수많은 말과 락타, 식량과 기재를 로획하였다.

적을 물리친 고려군은 승리의 환호를 올리였다.

하지만 쓰러진 양규와 김숙홍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채 봉수대지휘터에 선채로 굳어져있었다. 이들의 온몸에는 적의 화살이 빼곡이 박혀있는것이 흡사 고슴도치를 련상케 하였다.

《아버지! 눈을 뜨세요, 내가 왔어요, 아버지!…》

열두어살 나보이는 소녀애가 죽은 군사의 시체를 흔들며 애타게 울부짖고있었다. 그뒤에 수염이 허연 로인이 눈물짓고 서있었다.

로인과 소녀애가 붙안고 우는 그 시체는 봉화지기였다.

《래일이 네 생일인데… 이렇게 숨지고말았구나, 아들아!》

로인은 비오듯 흐르는 눈물을 걷잡지 못하였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빈 오지단지는 바로 이날 새벽에 양규와 김숙홍과 봉화지기가 함께 마신 돌배주가 들어있던 그 낯익은 오지단지였다.

아마도 봉화지기는 이 오지단지를 집에서 떠나올 때 가지고왔던 모양이였다. 자기 아버지와 무엇인가 약속이 오갔던것 같았다. 이곳 구주성에 유명한 돌배주를 드리겠으니 한번 찾아오라고, 그래서 생일을 앞두고 찾아온것일수 있었다. 그동안 몰라보게 큰 딸도 보일겸 해서…

하지만 이들의 상봉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아, 얼마나 많은 이 나라의 장정들이 전장에 피를 뿌리며 쓰러진것인가.

오랑캐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그 하나의 생각으로, 조상이 물려준 이 땅을 단 한치도 오랑캐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이들은 싸웠다. 고려의 남녀로소 모두가 떨쳐나서 싸웠다. 싸워서 이긴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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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사화《조상의 땅을 지켜》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여든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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