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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107(2018)년 5월 16일 《통일의 메아리》
조상의 땅을 지켜 ( 71)

장편사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성환 작 《조상의 땅을 지켜》, 오늘은 일흔한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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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임금이 거란왕에게 말씨름을 붙여보아야겠다고 한 분부의 진목적이 무엇인가를 다시 따져물어보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과인의 뜻인즉은 거란에 투항하자 함이 아니고 외교적경로를 타고 사리를 따져보는것도 필요한것이라 생각되여 그러는것이요.》

임금은 충혈진 눈으로 은천을 바라보며 자기의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하실줄 알았소이다, 페하! 소신은 페하께서 혹여 저 투항파들의 어불성설에 기울어지시는가 하여 온밤 걱정하였소이다. 용서해주시오이다.》

《나라의 사직을 떠맡고있는 몸으로 어찌 그런 소리에 기울어지리오. 그들 말대로 하면 종당에는 사직을 포기해야 하는줄 과인이 모를 사람이요?

그래, 어떻소. 다소 늦춰주는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장난삼아 말씨름을 해보는 수가 아니요?》

《그른 일은 아닌듯 하옵니다만… 말씨름에 내보낼 적임자가 보이질 않아 그러하오이다. 하나같이 심지가 얄팍하니… 저, 소신 생각엔…》

《하공진을 점찍고있는게 아니요?》

《그러하오이다. 그를 소환하여 보내는 수옵니다.》

《그 사람이 거란문물에 밝고 접촉도 많이 해보아 안면도 넓겠다, 게다가 그는 배심도 있는 편이지. 그럼 빨리 조처해야겠소.》

《알겠소이다. 서신은 인츰 초잡아 올리겠소이다.》

《성종때에는 문무겸전한 서희가 있어 국난을 무난히 처리할수가 있었다보오만 내 대에는 그런 인물복이 태우지 않소그려. 강조 그 어른을 크게 믿고있었는데… 그렇게 맥없이 잡히고말았으니…》

임금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너무 상심마소이다, 페하! 장수들이 적지 아니 죽었다 하나 군사들은 여전히 살아있지 않소이까. 압록강이남의 우리 성들이 하나같이 버티고있는건 엄연한 현실이오이다.

서희대감께서 선견지명으로 성쌓기를 다그쳐서 조밀한 방어진을 형성해놓은것이 지금 큰 도움이 되고있소이다. 적이 서경까지 왔다 해도 그건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닌줄 아옵니다. 우리가 결사로 막아 적의 맥을 뽑아놓으면 기필코 돌아서지 않을수 없사온데 그때가 바로 적을 치는 적기가 될것이온즉 종당에는 우리가 이길것임을 신은 믿어의심치 않소이다 》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반드시 이긴다 하였던가? 싸움에선 이긴다는 신심이 중요한가보오.》

《지당한 말씀이시오이다.》

은천은 임금이 맥을 놓지 않고있는것이 마음놓이였다.

《페하! 제 생각에는 만약의 경우를 예견해서 페하께서 잠시잠간 개경을 뜨실 준비도 해두는것이 좋으리라 생각하옵니다.》

《그런 생각도 안해본건 아니오만… 성종임금처럼 전장으로 나간다면 몰라라 뒤걸음친다는것이 어쩐지 거북해서 그러질 않소.》

《그때하고 사정이 다른 점을 생각해야 하옵니다. 그때는 거란이 우리로 하여금 압록강 이북땅을 포기하게 하는게 기본목적이였고 그 다음목적이 저들의 속국이 되게 하려는것이였는데 지금은 청천강 이북땅을 내놓기를 바라는것이옵니다.

우리 고려의 국토를 줄여놓아서 약소국으로 만들어놓으면 속국으로 되라 안해도 자연 속국이 되리란걸 알고 하는짓이온데 문제는 적이 페하를 직접 상대하여 이 일을 매듭지으려 하는것이옵니다. 무엄하게도 페하를 포로하려는것입니다. 이런 때 자칫하면 적의 전술에 말려들수 있사오므로 페하의 종군은 가당치 않사옵니다.

강조의 교훈이 말해주고있소이다. 적진에 깊숙이 들어가는것은 아무때나 하는것이 아니오이다. 지금 우리 고려에 있어서 첫째로 나서는 중대사는 페하의 안전을 지키는것이옵니다. 이 일이 빈틈이 없어야 결사항전도 무난히 치르어질수 있고 종당에는 거란을 이기고 국토가 보존되는것이옵니다.》

《시랑이 그렇게 생각해주니 과인은 고맙기만 할뿐이요.

내 좀 생각해온바가 있는데… 강은천시랑은 성종임금때부터 목종대를 거쳐 지금까지 근 20년을 례부의 시랑으로만 종착하고있었소그려. 이는 대단히 잘못되였소. 늦게나마 이를 바로잡으려 함이니 어떤 자리가 합당할는지 본인의 의사를 들어봅시다.》

임금의 이 말에 은천은 난감을 표시했다.

《란시일수록 관리임명에 신중해야 할것이오이다. 지금같은 때에 많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시옵소서. 신은 지금 이 자리로도 만족하옵니다. 페하께서 저의 소견을 중히 여겨주시는 그것이면 전 더 바랄것이 없사옵니다.》

《과인이 새삼스레 생색을 내는것 같아 독촉은 않겠소만… 이후에 더는 사양말기를 바라오.》

말이 끝났음을 알리는 뜻으로 손을 들어올리던 임금은 다시금 은천을 바라보며 물었다.

《가만, 지금까지 과정을 놓고보매 과인의 일처리에 빈틈이나 허실이 많았을것인데 급히 바로잡으라 간할 사항은 없소?》

《큰 탈선이 없었사온데 무슨 간할 사항이 있겠소이까. 신이 진심으로 아뢰옵는데 페하께서 현명하시와 그간에 조정의 정책방향이 정확하여 국위선양에 흠이 없었을뿐더러 인재의 등용이 적재적소하니 만사가 페하의 뜻대로 원활하게 풀려왔고 페하의 검소함을 따르니 나라기강이 바로 서고 민심이 한곬으로 흐르고있소이다. 현실이 보여주는바로 40만의 적대군이 두달째나 압록수에서 청천수사이의 좁은 구간에서 맴돌이를 하고있는것은 우리 고려의 국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수 있게 하거니와 조정의 일처리가 원만하였음을 증명하는것이 아니겠소이까.》

《강시랑의 말은 들을수록 힘이 생겨 좋소이다. 참, 리인택 그 사람이 조금 지나쳐보이는 감이 들지 않으시오?》

《그 사람도 페하께 충성함은 의심할바 없사오나 한사코 투항만을 주장하니 여간 눈에 거슬리지를 않소이다. 말이 난김에 한마디 보탠다 하면 그는 현지의 수장들을 존대하지 아니하고 깔보면서 분수에 넘는 훈계를 례사로 하여 종종 물의를 일으킨 일이 있는줄 아뢰옵니다.》

《알고있소. 그를 아무때건 단단히 신칙해야 할가보오.

그럼 돌아가 눈을 좀 붙이시오. 서신초안은 천천히 해도 될것이니… 하공진이 돌아오는데 사나흘은 걸리겠지요?》

《데리러 가는 걸음까지 더하면 빨라서 엿새는 걸릴것이오이다.

페하께서도 옥체를 돌보시오이다. 페하가 무탈하셔야 만사가 무난할것이오이다.》

은천은 머리숙여 임금의 건강을 빌었다.

《나야 한창나이인데 걱정할게 있소? 강시랑이 그 년세에 탈이 날가 걱정이요.》

은천은 어느덧 예순두살에 이르고있었다. 그 나이에 마흔세살 아래인 스물전의 년소한 임금을 받들고있는것이였다.

하지만 은천은 걱정하지 않았다.

임금은 여간 총명하고 대가 바르지 않았다.

측근대신들이 주저없이 제 소견을 펴게 하면서도 자기 소견은 제 머리로 세울줄 아는것이였다. 우왕좌왕하는 모양을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투항을 운운하는 관료대신들을 구태여 나무람하지 않고 내버려둔채로 조용히 그리고 꼼꼼히 매사를 제 주견대로 처리해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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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사화소설 《조상의 땅을 지켜》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일흔한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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