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간 아침 7시~9시 낮 1시~3시 저녁 9시~11시 주파수안내 단파 : 6 250KHz, 5 905KHz, 3 970KHz 초단파 : 97.8MHz, 97MHz, 89.4MHz
주체 107(2018)년 5월 10일 《통일의 메아리》
조상의 땅을 지켜 (68 )

장편사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성환 작《조상의 땅을 지켜》, 오늘은 예순여덟번째시간입니다.

> <

하지만 강조는 가볍게 머리만 가로저었다.

이 시각 침통한 얼굴을 하고있는 강조의 머리속에서는 수치와 모멸감만이 세차게 고패치고있었다.

(내 어찌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였단말이냐. 내가 사람으로 치지도 않는 이 오랑캐족속의 맘에 들다니. 이따위 야만의 무리와 함께 있자는 애원을 듣다니, 세상에 이런 까무러칠 일이 또 어디 있담!…

강조야! 너 이런 치욕을 당하자고 세상에 났단말이냐?!…)

강조는 욕지기가 올라와 마른침을 꿀꺽 삼키였다.

목없는 귀신이 되여버린 변절자 리현운의 몸뚱이에 시선이 닿자 강조는 또 한번 몸서리를 쳤다.

치양일당을 숙청해버리고 궁성을 장악한 바로 그날 저녁에 저 현운이란자가 뭐라고 하였던가. 병이 든 전 임금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열여덟 코흘리개인 대량원군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수 있겠는가, 고려가 사는 길은 바로 강조 당신이 룡상을 차지하는 길이다, 기회란 두번다시 있는것이 아니니 천재일우의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 이렇게 줴쳐대지 않았던가.

너 이 강조를 뭘로 보는거냐, 김치양이 고려왕조에 타성갈이를 하려드는것을 막자고 나선 이 강조에게 되려 치양의 본을 따라고 부추겨?! 리현운, 이놈! 똑바로 새겨들으라, 이 강조는 고려를 떠받드는 기둥이 되자 함이지 룡상을 탐할 역적이 되자는게 아니란 말이다. 우리 고려는 태조이래 왕씨만이 임금이 돼야 한다. 이건 하늘의 뜻이거늘 감히 날보고 하늘의 뜻을 거역하라 해?!

강조는 단칼에 현운의 목을 베려다가 그가 눈물을 쥐여짜며 실언을 용서해달라 비는통에 칼을 거두었었다.

현운이 네 말이 본심이 아니고 실언이라니 이 일은 없었던것으로 치겠다만 다시는 그따위 역적소리를 하지 말라! 이 강조는 어제나 오늘이나 래일에나 죽으나사나 오직 고려의 신하일뿐이다!

그날 강조는 이렇게 부르짖었었다.

그때 저 현운이놈의 목을 베여버렸더라면 지금같은 꼴은 보지 않았을것을! 임금을 아무렇게나 갈아댈수 있다고 생각한 저런 놈을 살려주었다가 오랑캐임금을 섬기며 목숨을 부지하려드는 개보다 못한 역신이 나게 하였구나!

생각이 이에 이르자 강조는 도리질을 멈추었다.

《그래, 이젠 마음을 돌리였소?!》

거란왕은 강조의 기색을 뜯어보며 목을 빼들었다.

강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람따라 돛을 다는자 역적임을 알고서야 어찌 그 본을 따 인생을 망칠소냐!》

《그렇다?!…》

여전히 한모양새인 강조를 노려보는 거란왕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였다. 허나 검질긴 거란왕의 입에서는 다시금 회유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대는 패한 장수다. 돌아가도 죽음을 면치 못할줄 잘 알터인데… 그대의 기개가 지극히 장해보여서 내 함께 손잡자 함인데 나의 진심을 그렇게도 몰라준단 말이뇨!》

《그만하라, 장부로 세상에 나서 어찌 두 맘을 먹을소냐. 그만큼 나를 상대해보고서도 미련을 가지다니… 참말로 가소롭구나!》

《그런가?!… 좋다, 마지막으로 부탁할건 없느뇨? 그대 임금에게 전할 말이라도 있으면 하라. 내 인츰 고려왕을 꿇어앉힐터인즉 그대의 마지막말은 전해주겠노라.》

《그렇게는 안될터이나 정 내 부탁을 들어줄셈이면 마지막으로 시원히 칼춤이나 추어보게 해달라.》

《칼춤을 추어보겠다고?!…》

《춤상대로는 저 소배압이 맞춤한줄 아노라.》

《뭣이?!…》

소배압은 공중 뛰며 이발을 사려물었다.

《뭘 그렇게까지 성낼거야 있느냐! 발목은 묶인채로 놓아두고 두손만 풀어달라. 아무래도 내 죽는 꼴을 보아야 할터인데. 속시원히 직접 손대봄이 좋지 않느냐!》

강조는 태연하게 청을 했다.

《네놈이 우리 페하를 노리고 흉측한짓을 하려 하는줄 모를줄 아는가. 이 엉큼한 놈!》

소배압은 길길이 뛰였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 사람이 아무리 궁한 목에 들었다한들 경우야 바르게 처신해야 할것 아니냐? 내가 고려임금이라면 거란왕과 겨루어보자 하겠으나 나는 수장이라 거란수장과 겨뤄보자 함이다. 싫으면 싫다 하라. 비웃지는 않을터이니.》

《좋다, 정 소원이라면 …》

소배압은 주먹을 부르쥐며 튀여나왔다.

《야, 저놈의 상체를 풀어주라!》

소배압은 기가 올라 저희 왕이 무어라 말할 사이도 없이 칼싸움에 응해나왔다.

결박이 풀리자 강조는 끄응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두다리는 여전히 쇠사슬에 묶여있는채로였다.

강조의 량쪽발목에는 족쇄가 채워져있었고 족쇄에 련결된 쇠사슬은 또 짐을 잔뜩 실은 수레채에 비끄러매져있었다. 아무때건 량쪽수레에 말을 메우고 몰아채면 사지가 찢기워 죽게 되여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두팔만 써서 상대를 어느 정도나 막아낼는지…

> <

지금까지 장편사화소설《조상의 땅을 지켜》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예순여덟번째시간이였습니다.

 

:
:
:
:protect_autoins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