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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107(2018)년 5월 8일 《통일의 메아리》
조상의 땅을 지켜 ( 67)

장편사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성환 작《조상의 땅을 지켜》, 오늘은 예순일곱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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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거란의 2차침공을 물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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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전, 이 금수만도 못한 노옴! 네놈이 오랑캐의 삽살개가 돼서 내앞에 나타나? 이 더러운 놈아, 퉤!》

거란왕이 보낸 투항지시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로전에게 침을 뱉는 사람은 고려군 중랑장 최질이였다.

최질의 좌우에는 같은 중랑장인 홍숙과 통주성 방어사 리원구, 방어부사 최탁, 대장수 채은겸이 늘어서서 편지를 가지고 온 거란조정의 합문사 마수와 변절자 로전을 쏘아보고있었다.

행영도통판관이던 로전은 강조와 함께 포로된 즉시 전향하여 거란왕의 끄나불노릇을 하고있는것이였다.

《내 말을 들어보구서 욕을 해도 하시오. 내가 이 노릇을 하고싶어하는줄 아시오? 행영도통사 강조나리를 살리려거든 통주성을 투항하게 하라 강박하니 어쩔수 없어 이러하는거란 말이요.》

로전은 제사 억울하다는듯 억지울음을 삼키며 주억거렸다.

《도통사나리 선성을 함부로 팔지 말라. 그분은 죽으면 죽었지 투항하라 할분이 아니다. 제 목숨을 살리겠다고 투항을 지시할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방어사 리원구가 걸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마수인지 하는 저 작자는 억류해두고 인질로 써먹을것이고 변절자 로전은 공개처형해서 성안의 군심을 바로잡도록 하는게 좋겠소.》

대장수 채은겸이 한마디 이르고 쓰거운듯 돌아섰다.

통주성 방어사 리원구는 즉시 성안의 군사들과 백성들을 모아놓고 로전의 목을 벤 다음 성루에 걸어놓았다.

《사나이로 세상에 나서 한번 죽는것은 당연지사로되 오랑캐의 앞잡이가 돼서 죽는 이따위 개죽음은 절대로 따를바가 아닌가 하노라.

우리모두 내 나라 고려를 지켜 온전한 남아장부 기개를 떨치고 죽어도 죽자!》

리원구의 호소에 군민은 다같이 호응하였다.

수장 강조의 포로소식으로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던 성안의 민심, 군심이 비로소 안정되였다.

소배압은 5만의 군사로 통주성을 사흘동안 공격했으나 완강히 저항하는 통주성 군민을 끝내 당해내지 못하고 물러서고말았다.

소배압은 방향을 돌려 남쪽방향으로 80리 내려와 곽주성을 들이쳤다.

곽주성 군사들은 거란군과 맞서 치렬한 격전을 벌렸으나 이틀만에 함락되고말았다. 이 싸움에서 장수 신녕한과 대장수 대회덕(발해유민후손이다.), 공부랑중 리용기, 례부랑중 간영언 등 지휘장수모두가 전사하였다. 신녕한은 앞서 있은 완항령싸움에서 거란군을 물리친 뒤 남은 군사들을 데리고 곽주성으로 들어와있다가 싸움을 지휘하였었다.

곽주성을 방어하던 군민 5 000여명이 마지막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우다가 성과 운명을 함께 하였다.

며칠후 곽주성이 함락되였다는 비보를 접한 양규는 참지 못하고 뛰쳐일어났다. 그는 700명의 기마군을 인솔하고 은밀히 흥화진을 빠져나와 통주성에 도달한 다음 군사 1천을 넘겨받아 력량을 보강하고 새벽에 곽주성을 불의에 공격하여 소배압이 떨구어놓았던 거란군 6 000여명을 모조리 소멸해버리였다.

그리고 그사이에 주변의 민가들을 략탈하고 강제로 끌어들였던 주민 7 000여명을 통주성으로 옮겨가게 하였다.

 

한편 통주성은 깨지 못했지만 곽주성을 까고서 체면은 세웠다 위안하며 돌아섰던 소배압은 자기 임금으로부터 곽주성이 다시 고려군의 수중에 들어간것도 모르고서 무슨 승전타령이냐고 된욕을 먹고나서 그 분풀이를 포로된 강조에게 들이대였다.

《거란군사를 5만이나 죽인 고려군 수장을 아직도 살려두고있어?

당장 그놈을 끌어내고 불을 지피라! 내 그놈의 살고기를 베먹어야겠다.》

수고했다, 술 한잔 마셔라 할줄 알았는데 되지 않게 웬 욕지거리냐?

부아통이 터져와 참을수가 없구나. 제길할! 뭐든 피를 좀 봐야지 이거야 견딜수가 있나.

소배압은 자기 임금이 들으라는듯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감히 뉘 살고기를 먹겠다는거냐. 이제 곧 내 신하가 될 사람보고…》

거란왕은 소배압의 약을 더 바싹 올려주려는듯 입을 삐쭉했다.

《신하가 되다니? 그럼 저자가 그사이에 속을 굽혔다는것이오이까?》

소배압은 두눈을 흡떴다.

《이제 곧 그렇게 될게다. 네가 통주성에 갔다오는 사이에 난 저놈의 부장인 행영도통부사란 놈을 휘여잡았다. 이제 그놈을 내세워서 저 강조란 놈을 굽혀놓고야말겠다. 너는 이제 곧 강조에게 통주성을 함락시키고 왔다고 말하라. 그다음에 행영도통부사인지 하는 놈을 저놈앞에 내세우잔 말이다.》

《그런다고 굽혀들 놈이 아니오이다. 시간 끌지 말고 숨을 끊어놓읍시다.》

《왜 그리 보채느냐. 어렵게 잡은 놈인데 써먹고서 죽여도 죽여야지. 저놈을 잡기만 하면 고려군이 기가 죽을줄 알았는데 아직 딩딩하단 말이야. 하지만 저놈을 돌려세워만 보지? 고려군은 진짜로 기가 꺾일것이다. 그다음에 땅짚고 헤염치기로 일을 끝내는거다. 자, 시작해보자.》

거란왕은 소배압을 부추겼다.

잠시후 거란왕과 소배압은 두손 걷고 나앉아서 강조를 취조하기 시작했다.

《방금 그대 수하이던 통주성과 곽주성을 함락시키고 왔다. 이제 그 여세로 우로는 흥화진을, 아래로는 안북부(안주), 순주(순천), 봉학(평성)성을 차례차례 점령하면서 서경으로, 개경으로 진격해나갈것이다.

현명한 장수는 제때에 패배를 인정하고 손을 드는 법이거늘 내가 아량을 베풀적에 응해나옴이 어떠한가?》

거란왕은 거드름 절반, 야유 절반으로 강조를 회유해나섰다.

《그따위 꾸민 소리에 넘어갈줄 아느냐? 설사 통주성이 무너졌다해도 난 달리 마음먹을 생각 없으니 괜한 수고 말라.》

강조는 두눈을 질끈 감은채 귀찮은듯 고개를 저었다.

《그럼 우리 함께 통주성으로 가보자는가? 투항한 그대 군사들앞에 그대의 꼴불견을 보여주어도 일없겠는가?》

소배압이 비꼬자 강조는 머리를 끄덕였다.

《보여주라! 내 몰골을! 하지만 우리 군사들은 내 꼴을 보고 교훈을 찾을것이다. 백배천배로 힘을 내서 복수전을 해나올것이다.》

《보소이다, 저놈은 이가 먹어들 놈이 아니오이다. 씨원히…》

소배압은 칼을 쭈욱 뽑아들며 벌떡 일어섰다.

《아서라.》

거란왕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대에게 보여줄 사람이 있다.》

거란왕이 손벽을 두번 치자 군막안에서 행영도통부사 리현운이 어정어정 나왔다.

그를 얼핏 띄여본 강조의 눈길이 대번에 시퍼래졌다.

함께 포로될 때 피칠갑을 하였던 얼굴이 희멀쑥해진것을 보고 모든것을 알아차린것이였다.

(저것도 변절했구나!)

강조는 쓴입을 다시였다. 판관 로전과 감찰어사 로의가 포로된 즉시 변절한것은 알고있었지만 부사인 리현운은 버티는줄 알았는데 그도 결국은 무릎을 꿇은것이였다.

《도통사나으리! 생사를 함께 하여온 이 사람의 말을 긴히 들어주사이다. 사람이 한번 나서…》

《닥치지 못할가! 난 자기 집 개짖는 소리는 가려들어도 거란의 개가 짖는 소리는 알아듣지 못하니라. 내앞에서 썩 사라지라!》

강조는 가련한 변절자의 넉두리를 단박에 밀막아버렸다.

《거 욕이 너무 과하군.》

거란왕은 강조의 불호령에 덴겁하여 목을 움츠리는 리현운의 당황해하는 꼴을 보며 이마살을 찌프렸다.

《리현운! 저 강조나으리는 네가 거란의 개가 되였다 하시는데 개가 아니라 거란의 신하가 되였음을 알려드려라. 엊그제 내앞에서 읊은 시가 있지 않느냐.》

거란왕이 이렇게 부추기자 리현운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나서 벌거우리해진 상통을 들어올려 떠듬떠듬 주둥이를 놀렸다.

《구름은 바람을 따르옵거늘… 새 임금을 뵈옵는데 어찌 옛 임금을 생각하리오.》

《자, 들었소? 자기를 거란 신하라 자칭하는 저 소리를!…》

느물느물 웃는 상통을 해가지고 이죽거리던 거란왕은 별안간 소배압이 쥐고있는 칼을 나꿔채서 휘익 뿌려던졌다. 뒤이어 피잉!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칼이 리현운의 목을 뎅강 베여버렸다.

헉! 소리와 함께 변절자 현운놈은 단박에 목없는 귀신이 되여버렸다.

《난 저런 얄팍한 심지를 가진 놈은 탐나지 않소. 저런자는 열백이라도 싫단 말이요. 하지만 도통사 당신만은 정말이지 욕심이 나오. 부디 마음을 돌려먹으시오. 그대와 함께 손잡고 천하를 평정하고싶단 말이요.》

거란왕은 정색해서 애원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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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사화소설《조상의 땅을 지켜》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예순일곱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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