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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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6월 27일 《통일의 메아리》
로인의 부탁을 잊지 않고(1)

김지대가 젊었을 때 성남에 간 일이 있었다. 길을 가는 그를 어떤 늙은이가 붙들더니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것이였다.

《로인님, 왜 그러십니까?》

《아, 늙은것이 하도 귀인상을 한 귀공자를 만나 너무도 신기해서 그럽니다. 참, 이 늙은이는 성남에 사는 천민이올시다. 관상쟁이는 아니오나 귀하게 될 분은 가려볼줄 압지요.》

로인은 김지대의 한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면서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소리쳐 불렀다. 《예.》하는 대답소리에 뒤따라 길옆에 있는 초막의 부엌문이 열리며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가 달려나왔다.

《내 외동딸이올시다.》

로인은 이렇게 소개하고나서 딸에게 독촉했다.

《어서 이 귀인에게 절을 올려라.》

로인은 김지대를 억지로 저의 오막살이로 데려가더니 마당에 자리를 펴고 간소하게나마 식사대접을 하였다. 헤여질 때 로인은 딸과 함께 마을어구까지 따라나와 헤여지기 섭섭해하면서 부탁하는것이였다.

《후날에라도 귀인께서 이 고장 천한 사람들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그런 일이 있은지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가 전라도 안찰사가 되여 전라도에 내려가보니 《도적패》라는 루명을 쓴 농민 여러명이 옥에 갇혀있었다. 김지대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전장에 나가 뼈가 굵어진 사람으로서 그때 함께 싸우던 군졸들 대부분이 농사군이였던 생각이 나서 무슨 사연으로 옥에 갇혔는지 알아보았다.

《도적이란 말이 어인 소리오이까. 저희들은 관가가 등살을 깎고 토호들이 오장을 녹여 살래야 살수 없어 조세를 낮추어달라고 호소하였을뿐이올시다.》

사회의 밑바닥에 차고넘친 이 원한이 착취사회제도에 뿌리를 두고있다는것을 그가 어찌 알수 있었으랴. 그러나 무신통치의 악페와 탐관오리들때문이라는것은 짐작하고있었다. 옥에 갇힌 죄없는 사람들을 동정하는 마음으로 가슴은 답답했다.

수염이 시커먼 수인이 나가고 다음으로 불리워나온 사람은 중년기에 들어선것 같은 수척한 녀인이였다.

(저 녀인도 도적패란 말인가?) 하는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는데 들어서던 녀인이 얼어붙은듯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것이였다.

《너 어째서 그러느냐?》

김지대의 엄엄한 물음에 녀인은 울먹이면서 대답하였다.

《대인께서 저를 모르시겠소이까.》

《너 그게 어인 말이뇨?》

《대인께서 20여년전 성남에서 한 로인의 집에 들리셨던 기억이 나시오이까?》

생각났다. 그러나 그것뿐이였다.

《생각난다.》

《천민이 그때 그 로인의 외동딸이올시다.》

《무엇이?!》

김지대는 너무도 놀라워 벌렸던 입을 다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