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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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5월 20일 《통일의 메아리》
연기로 날려간 300여편의 시(2)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태워버리기로 결심했던 두툼한 종이뭉테기가 절반나마 축났다.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써온 시편들이였던가. 거기에는 한생의 한 시절이 비껴있었고 그 기간에 뿌린 땀이 슴배여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없애버려야 한다. 대담하게 그리고 보다 높은 요구성을 위해서!

또다시 눈에 안겨오는 시가 나타났다. 그것은 언젠가 고루한 사대부들속에서 만연되고있던 모방주의적인 풍조를 문단에서 반드시 없애버려야 할 그릇된 병집으로 락인하고 날카롭게 폭로규탄한 시였다.

 

더우기 버려야 할것은

깎고 아로새겨 곱게만 하는 버릇

곱게 하는것이 나쁘기야 하랴

겉치레에도 품을 들여야 하지만

곱게만 하다가 알맹이를 놓치면

시의 참뜻은 잃어버리는것이라

요즈음 시짓는 사람들

시로 사람을 깨우칠줄 모르도다

겉으로는 울긋불긋 단청을 하고

내용은 한때의 산뜻한것만 찾누나

 

리규보는 그 시도 집어 옆에 내놓았다. 역시 앞으로 두고보면서 교훈으로 삼을수 있는 시편이였다.

어느덧 시들을 모두 불태워버린 리규보는 자리에서 일섰다. 품들여 써온 300여편의 시가 삽시에 재가 되여 하늘로 날아났다.

그러나 리규보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지금까지 마음속을 괴롭히던 잡스러운것들을 털어버리고 새로 일떠선 기분이였다. 이제부터 보다 참신하고 훌륭한 시편들을 쓰리라.

집안에 들어온 리규보는 책상앞에 마주않아 붓을 꺼내들었다. 오늘 저녁의 일을 시로 기록하여 마음속의 거울로 삼고싶었다.

《시고를 불사르다》라고 큼직하게 제명을 써붙인 리규보는 힘있게 획을 그어나가기 시작했다.

 

… …

명년에도 올해 지은 시들을 보고

또 이같이 불태워 버리리라

 

이처럼 리규보는 스스로 자신에 대한 엄격한 시험관이 되여 자기가 품들여 지은 시를 서슴없이 불태울줄 안 요구성이 높은 시인이였다.

오늘까지 전해지는 그의 훌륭한 시작품들은 시인 자신이 스스로 정한 엄격한 관문을 통과하여 나온 성공적인 작품들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얼마나 많이 썼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전해지는가 하는것이 중요하다는것을 속속들이 깨우쳐주는 산 증거인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