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비가 저녁녘에 옛 친구의 집을 오래간만에 찾았다.
그런데 이 집은 잘 살면서도 내외가 어찌나 린색한지 들여온 음식상에 콩나물 몇오리, 김치쪽 몇개가 다여서 저가락질 몇번에 그릇이 모두 바닥이 났다.
선비가 불쾌하여 한마디 했다.
《여보게, 초불이 더 없나?》
《그건 왜?》
《초불을 몇개 더 켜야지 어두워서 음식이 보이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