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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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8월 22일 《통일의 메아리》
《공후의 노래》에 깃든 사연 (1)

차천로가 쓴 《오산설림》이라는 책에는 려옥이 《공후의 노래》를 창작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전해오는 이야기가 기록되여있다.

고조선의 평양 대동강나루터 가까운곳에서 배사공인 곽리자고라고 하는 사나이가 얌전하고 아름다운 려옥이라는 안해와 함께 가난하지만 한쌍의 원앙새처럼 오붓한 살림을 펴고있었다.

부지런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수 있었던 시기인지라 곽리자고는 늘 이른 아침이면 한길이 넘는 노를 어깨에 둘러메고 강으로 나가 온종일 배를 젓다가 날이 어둑어둑해져서야 별을 이고 돌아오군 하였다.

어느날 동틀 무렵에 강으로 나갔던 곽리자고가 아침나절도 지나지 않은 때에 맥없는 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부엌일을 하던 려옥이가 가슴이 철렁해서 달려나가 맞아들이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혹시 몸이라도 편안치 못하신게 아니세요?》라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물어보았으나 남편은 입을 꾹 다문채 고개만 가로저었다.

려옥이가 너무 애타 눈물이 가랑가랑해서 《그럼 이년이 무슨 죄된 짓이라도 저질러서 그러세요?》라고 해서야 곽리자고는 눈가로 가져가는 안해의 두손을 잡아내리우며 자기가 때아니게 돌아오게 된 사연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이른 아침부터 길손들을 태우고 넓은 강을 몇차례 오고간 곽리자고가 또 건너편을 향해 배를 저어가고있을 때였다. 맞은켠 나루터 하류의 모래둔덕으로 웬 백발사나이가 허둥지둥 달려오는것이 보였다. 그 사람은 세상풍파에 모질게 시달려 겉늙어보이는듯 싶었다. 몹시 헤덤비는 품이 얼핏 보기에 미친 사람 같았으나 눈여겨보니 마음의 안정을 잃어서 그러는것이지 실성한 사람은 아니였다.

그 사나이는 호로병을 하나 들고있었다. 곽리자고가 약간 안심이 되여 배를 저어나가는데 그 사나이가 강기슭에 이르렀을 때 모래둔덕에 다른 또 한사람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중년나이 차림새의 녀인이였다. 녀인은 넘어질듯 달려오면서 목이 터져라하고 애절한 소리를 질렀다.

《여보, 물에 들어가지 말아요. 위험해요. 들어가면 안돼요.》

곽리자고도 , 배에 탔던 길손들도 영문을 몰라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상하였다. 사나이는 녀인이 뒤쫓아오며 애원하는데도 그냥 물살이 센 강중심쪽으로 자꾸 들어가는것이 아닌가.

곽리자고도 다급히 소리쳤다. 《여보시오, 그쪽은 소용돌이가 심해서 위험하오. 돌아나오시오.》

웨침소리가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강물에서 헤덤비던 사나이는 그만에야 소용돌이에 말려들고 말았다. 남편을 잃은 녀인은 강기슭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그를 구원할수 없게 되자 그 자리에 폴싹 주저앉더니 공후를 끌어안고 슬픈 노래를 불렀다.

《님아 강을 건느지 마소···》라는 구슬픈 노래가락이 강물에 빠져죽은 사나이의 넋이라도 위로하여주려는듯 물안개가 그물거리는 물우로 퍼져갔다. 노래를 마친 녀인은 공후를 끌어안은채 남편이 들어간 그 강물속으로 정신없이 들어가는것이였다. 배우에서 또다시 《저런, 저런》, 《나오시오.》라는 길손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누구보다도 이 강의 속내를 바닥까지 속속들이 알고있는 곽리자고는 당장 강물에 뛰여들어가 녀인을 구원하고싶었으나 물살도 빠르고 소용돌이가 심한 하류에서 헤덤비는 녀인을 구원하기는 이미 때가 늦었다. 그것은 둘째치고라도 자기가 배에서 뛰여내린다면 길손들을 태운 배 자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것이였다.

곽리자고는 안깐힘을 다 써서 배를 저쪽기슭에 대자마자 웃옷을 벗어던지면서 강하류로 달려갔으나 백발사나이부부는 찾을수 없었다. 다만 더 아래쪽에서 공후만이 떴다잠겼다 하면서 흘러내려가는것이 서글프게 바라보였다.

(아! 저 불쌍한 사람들, 분명 나처럼 굶어죽지 않으려고 떠살이를 하였을것이리라. 이 고장 사람이면 왜 낯이 설겠는가? 그 불쌍한 사람들을 나는 구원해주지 못하였구나. 그들을 구원해주지 못한 내가 과연 이 나루터를 지키는 사공노릇을 할 면목이 있는가. 언제면 이런 참변이 없어질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