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이 거란침략군과의 첫 전투에서 실패한 후에 있은 일이였다.
일시적인 패전소식은 완고하고 나약한 조정관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조정은 벌둥지를 쑤셔놓은것 같았다.
그런 가운데 어사대에서 패전의 책임을 따지고들었다. 어사대는 현행정사에 대하여 론의하며 문관이든 무관이든 벼슬아치들의 능력과 수완을 조사장악하고 각종 위법행위를 통제하는 일을 맡아보는 관청이였다.
어사대는 왕에게 상소문을 제출하였다.
《중반보와 조충이 적의 기세에 위축되여 싸우려 하지않고 군졸들을 버리고 돌아왔으므로 많은 병사들을 희생시켰을뿐아니라 력대로 전하여오는 병서(군사관계도서)와 문부(문서와 장부)로부터 병기와 자재에 이르기까지 모두 적에게 빼앗겼으니 이것은 임금이 친히 추곡(뒤를 떠밀어 전진하게 함)한 뜻에 보답하지 못한것이니 그들을 관직에서 파면하기를 바랍니다.》
왕은 이 제기를 듣지 않았다. 당장 적이 쳐들어오고있는데 조충같은 장수를 전선지휘에서 떼버릴 형편이 못되였던것이다. 그렇지만 어사대는 막무가내로 또다시 저들의 주장을 고집하면서 재차 파직시켜야 한다고 제기하였다. 왕도 더는 어쩔수 없어 파직처분을 내리지 않을수 없었다. 여기에는 조정내부의 복잡한 갈래다툼이 깔려있고 일시적패전의 미묘한 내막이 얽혀있었다.
사태는 그 전해에부터 시작되였다.
그때 거란의 왕자인 금산이라는자가 군대를 끌고 우리 나라 국경을 넘어 침입해왔다. 이를 격퇴하기 위해서 고려조정에서는 정숙첨을 총사령관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