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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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5월 26일 《통일의 메아리》
가난뱅이 재상

70고령에 리규보는 재상이라는 높은 벼슬에 올랐다. 그러나 청렴을 근본으로 삼아온 그였는지라 살림살이는 말할수없이 어려웠다.

그가 재상으로 있을 당시에 정이안이라는 재능있는 화가가 있었다. 그가 대를 뛰여나게 잘 그린다는 말을 듣고 리규보는 종이를 보내면서 한평생 두고 볼 좋은 대를 그려줄것을 부탁하였다. 당시 정이안이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문이 중국에까지 널리 퍼져 저마다 다투어 하얀 비단을 가져와도 그의 그림 한장 얻기가 힘들었다.

리규보도 이것을 모르는바 아니였다. 그러나 살림형편이 하도 가난하여 비단을 살 돈이 없었다.

리규보의 이러한 처지를 잘 알고있던 정이안은 조금도 나무람하는 기색이 없이 이슬에 젖어있는 대나무, 바람에 날리는 대나무, 늙어서 절반이나 꺾이였으나 큰 잎들이 아직 매달려있는 대나무, 약하기는 하나 생기가 흐르는 새로 솟아난 대나무를 각각 그려 한꺼번에 보내왔다. 받아놓고보니 종이에 그린것이 다시금 후회되였다. 그러나 집안형편으로서는 어떻게 할수 없는 일이였다.

집에 드나드는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고는 너무도 믿어지지 않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아무리 가난해도 재상이야 재상이겠지. 그래 집안에 비단 한필 살 돈도 없단말이요? 허 참, 도저히 믿을수 없구려.》

《원 그건 거짓말이지. 고관대작의 집에 비단 한필 살 돈도 없다니…》

이러한 말이 한입두입 건너 퍼지는 과정에 어느덧 좋지 못한 색채까지 덧붙었다.

《거 재상이라는 량반이 꽤나 쬐쬐하구만. 방아간의 참새가 낟알을 안먹는다면 누가 곧이 듣겠나?》

《량반치고 린색하지 않는 놈이 없네.》

소문이 리규보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얼토당토않는 헛소문이지만 소문의 연유가 어느정도 리해되였고 또 사람들 보기가 따분한것도 사실이였다.

일이 이쯤 되자 리규보의 안해가 발이 굵은 비단 한끝을 애써 구해왔다. 남편의 딱한 처지를 메꾸어주기 위해 남의 집에서 빌려온 비단이였다. 그다지 잘 짜지는 못했으나 종이보다는 나았다. 비단을 보내면서 리규보는 정이안에게 사죄의 뜻을 표시하고 소슬대 하나를 그려줄것과 거기에 자기의 늙은 초상까지 하나 덧그려줄것을 부탁하였다. 부탁대로 정이안은 대와 초상을 멋지게 그려 보내주었다.

이날 리규보는 자신의 빈궁한 처지를 돌이켜보며 《가난한 재상》이라는 제목으로 한편의 시를 지었다.

 

한낮에 홰불을 켜고 보게

가난뱅이 재상을 찾기 힘들리

그러나 여기 찾아와 보게나

바로 내가 그 사람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