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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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5월 22일 《통일의 메아리》
《시 짓는 병》

세상에는 이름난 시인들이 많다. 그러나 그 자신이 《시 짓는 병》이라고 제목을 달고 시를 쓴 시인은 오직 리규보 한사람뿐이다.

 

두서너달 병석에 누워있었건만

그동안에 몇편이나 시를 지었는가

앓는 소리와 시읊는 소리

서로 뒤섞여 요란하였네

시짓는 버릇 이 또한 큰 병이라

아무리 약을 써도 고치지 못하니

… …

생각을 다른 일로 옮기려고 해도

마음이 통 쏠리지 않으니

아 마침내 고치지 못하고

아마 이 병으로 죽게 되리라

 

그 자신이 시에서 노래한것처럼 시짓기는 그에게 있어서 고칠수 없는 《불치의 병》이였다. 그는 태여나 11살때부터 죽기전 73살까지 이 《병》을 《앓았는데》 그 결과는 막대한것이였다.

다른 한 작품에서는 나이 70이 넘어 벼슬도 재상에 올랐으니 글재간 부리기는 그만두어야 할터인데 왜 이리도 옛 버릇을 버리지 못할가고 하면서 시속에 살며 시짓기에 정열을 쏟아붓지 않고는 견딜수 없는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손벽을 치고 웃으며 노래하였다.

 

아침에는 귀뚜라미처럼 중얼거리고

저녁에는 새매같이 휘파람을 부니

아마 무슨 마귀가 들어

밤낮으로 나를 따라다니는가봐

 

온 몸에 기름이 마르고

이제는 살점마저 남아있지 않아

뼈만 앙상하여 그래도 시읊는

이 모양이야 정말로 우습구나

 

그 시라는것도 뛰여나지 못하여

천추에 남길것이 되지 못하니

내 스스로 손벽을 치며 웃노라

그러나 웃고나선 또다시 시를 쓰네

 

리규보는 이처럼 창작으로 한생을 살고 인생행로에서 겪는 기쁘고 슬프고 괴롭고 즐거웠던 모든 일들을 시에 담아 읊었던만큼 참으로 많은 시들을 썼고 또 쓴 시들을 검토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며 시로서는 잘되지 않은것은 스스로 비웃으며 없애버리기도 하였다.

그는 일찌기 이렇게 썼다.

《마음에서 새여나온바는 반드시 글에 나타나는것이기때문에 그 글로써 족히 그 사람을 알수 있다. …

구름과 노을을 고움과 달리 이슬의 정기와 벌레와 물고기의 기이함, 새와 짐승의 기괴함과 움돋고 꽃피는 초목의 천만가지 현상이 온 천지를 장식하는것을 나는 서슴지 않고 닥치는대로 취하여 열에 하나도 남기지 않으며 보는대로 읊어 옹긋종긋한 삼라만상을 붓끝으로 옮기지 않은것이 없다.》

유승단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그는 자신의 창작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소년시절부터 시짓기를 좋아하여 평생에 지은 시가 아마 8 000수가 넘을것이다.》고 하면서 그중에서 일부는 불살라버렸다고 썼다.

리규보는 이처럼 시짓기를 즐겨했을뿐아니라 변천하는 생활속에서 열정적인 탐구와 진지한 노력으로 시세계를 파고들어 독자적이며 심오한 창작경험을 쌓았으며 현실비판적안목과 예술적기량을 발전하는 시대의 요구에 접근시켜 진보적시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나갔다.

소년시절부터 70이 넘을 때까지 《시짓는 병》을 무섭게 《앓았고》 또 그 《앓음》속에서 생의 희열을 느낀 《만성적인 시짓는 병환자》였던 리규보, 그는 진정 고려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가운데서도 제1인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