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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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5월 18일 《통일의 메아리》
연기로 날려간 300여편의 시(1)

1219년 가을 어느날 리규보가 살던 개경의 어느 한 자그마한 집에서는 활활 불길이 타오르고있었다.

(이런 시들을 써놓고 지금까지 시를 쓰노라고 자처했단말인가. 표현은 현란하지만 내용이 없는 시, 형식밖에 없는 시, 이런 헛가비 시들을 써놓고 시라고 가지고있었으니 참 한심하도다!...)

리규보는 시를 쓴 종이장들을 하나하나 집어 불속에 던져넣었다. 순식간에 확 불길이 달리며 불꼬리가 춤추더니 곧 한점의 재가 되여 공중에 이리저리 흩어져갔다.

사실 리규보가 지금 불태우고있는 시는 그리 한심한것이 아니였다. 당시에 류행되던 태평성가식의 형식주의적이며 모방주의적인 시에 비해 볼 때 훨씬 가치있고 무게있는것들이였다.

그러나 리규보는 지금 자기가 애써 지어온 시들을 부정하며 불에 태우고있는것이다.

한장 또 한장 …

가물거리던 불길이 다시 확 퍼져오르더니 옆에 나떨어진 종이장 하나를 밝게 비쳤다. 순간 리규보의 손은 굳어진듯 그 자리에서 움직일줄 몰랐다. 그것은 《시에 대하여》라는 제명을 단 한토막의 시였다. 타오르는 불길에 글자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동공에 차 들었다.

 

시짓기란 참으로 어려운것

말과 뜻이 함께 아름다워

그안에는 깊이 숨은 뜻이 있고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야 하리

뜻은 통하여도 말이 거칠거나

어렵기만 하고 뜻이 통하지 않으면 무엇하랴

 

(참 이렇게 써놓고서도 시를 한심하게 써왔군. 내 다시 뜻이 깊고 힘있는 시를 쓰리라!)

규보는 이 시를 두고 앞으로 교훈으로 삼으리라 결심하고 그것을 옆에 밀어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시뭉테기를 집어들고 한장한장 태우기 시작했다.

(말과 뜻이 조화롭게 결합된 시, 그런 시야말로 아름다운 시라고 할수 있다. 젊어서 쓴 시편들은 그때엔 옥과 같이 잘되였다고 여겨졌으나 오늘 다시 보니 어느 한편도 마음에 드는것이 없구나. 돌이켜보면 참 부끄러운 일이야! 부끄러운 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