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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3월 9일 《통일의 메아리》
《 홍천에 출도한 암행어사》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홍천에 출도한 암행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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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학 리병태가 임금의 지시를 받고 동협을 검열하러 가면서 홍천을 지나가게 되였다. 홍천은 고을과 10여리 떨어진 마을이였는데 검열하도록 제비에 뽑힌 동네는 아니였다. 그래서 들어가지 않고 동네 변두리를 지나 다른 고을로 가다가 한 마을앞에 이르러 너무도 배가 고파 웬 집 문앞에서 밥을 빌었다.

한 녀인이 문가에 나와서 《남정이 없는 집이여서 가난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집에 시어머니가 있지만 아침저녁을 번지는 판에 어느 겨를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먹일 밥이 있겠습니까?》라고 하기에 《남편이 간 곳이 어데냐?》하고 물었다.

《그건 왜 묻나요. 제 남편은 이 고을 리방이예요. 요염한 기생에게 빠져 어머니를 박대하고 저를 내쫓았답니다.》

녀인은 한동안 혼자 툴툴댔다. 그러자 방안에서 늙은 로파가 《며늘애야. 뭣때문에 긴요치 않은 말을 하여 지아비의 허물을 드러내느냐.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느니라.》라고 하였다.

부제학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다시 길을 나서서 고을 한끝에 있는 리방아전네 집으로 찾아갔다. 때마침 한낮이라 그 집에 들어가니 리방아전이 대청의 마루우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있었다.

그 옆에 기생 하나가 역시 밥상을 마주하고있었다.

부제학이 마루언저리에 앉으며 말을 붙였다.

《나는 서울에 사는 지나가던 손님인데 우연히 이곳에 왔습니다. 점심때를 놓쳐서 그러는데 밥 한그릇을 얻어 배고픔이나 면했으면 합니다.》

당시로 말하면 흉년이 들어 주린 백성들을 도와주느라고 진휼(봉건사회에서 굶주린 사람들을 구제하는것)을 하는 때였다.

그 아전은 눈을 들어 길손의 아래우를 한참  훑어보더니 머슴을 불렀다.

《아까 개를 주자고 만들어놓은 삶은 죽이 있느냐?》

《있소이다.》

《이 비렁뱅이에게 한그릇 퍼다주어라.》

머슴이 깔깔한 겨로 쑨 죽 한그릇을 길손의 앞에 가져다놓았다.

그러자 부제학이 성이 나서 말하였다.

《임자가 넉넉한 살림을 하고있지만 임자인즉 아전일세. 나는 비록 비렁뱅이행색이지만 나인즉 사대부일세. 점심때를 놓쳐 밥을 빌면 임자는 다른 그릇에 담아주어야 옳은걸세. 만약 그렇게 못하겠으면 먹던 밥을 덜어서 주어도 안될거야 없지. 그런데 개돼지가 먹다가 남긴 먹이를 사람에게 먹으라고 주니 이게 무슨 도리인가.》

그러자 리방아전이 눈이 동그래가지고 아니꼽게 쏘아보며 욕사발을 퍼붓더니 《네가 량반이라면 뭣때문에 네 집 사랑방에 앉아있지 않고 이런 걸음을 한단 말이냐. 지금은 참혹한 흉년이 들어 설사 이런 먹이라도 남들은 얻어먹지도 못하는데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감히 이 모양이냐!》하고는 죽그릇을 들어 부제학의 얼굴에 던지는것이였다.

상한 이마에서는 피와 죽물이 흘러내렸다.

부제학은 아픔을 참고 즉시 일어나 나가서 암행어사출도를 알렸다.

이때 이 고을원은 마침 진휼로 쓰고 남은 곡식을 돈으로 바꾸어 서울에 있는 자기 집에 문서처럼 꾸며 보내다가 들장나 파직되였고 리방아전과 기생은 다같이 형장을 쳐서 죽였다.

옛적에 녀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것이 바로 이런것을 두고 하는 말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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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을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