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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107(2018)년 4월 9일 《통일의 메아리》
《궁한 선비가 아전역을 타고 앉아 재물을 모으다》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궁한 선비가 아전역을 타고 앉아 재물을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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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판 남이신은 소시적에 임아무개와 함께 공부하면서 사귄 정분이 매우 두터웠다. 남은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하였지만 임은 글재주는 있으나 여러 차례의 과거시험에서 미끄러졌고 서발막대 휘둘러야 걸릴것없는 매우 궁색한 살림을 하였다.

남이 안동고을원으로 나갔을 때이다.

임이 시간을 내서 와보고 《자네는 이미 높은 벼슬에 후한 록봉을 받는데다가 또 부유한 고을을 차지하였으니 금상첨화라 할수 있네. 어찌 버들가지에 앉은 학을 부러워 하겠나. 나도 그대 덕에 가난 귀신 신세를 면하게 되였네. 단지 한때의 배고픔이나 면하게 해주는데 그칠게 아니라 평생 먹을 걱정 입을 걱정이 없게 해주게나.》라고 하였다.

남이 허허 웃으며 말하였다.

《나 같은 하찮은 몸이 자네를 위해 타는 가마에 물 부어주고 목전의 눈섭불 꺼주듯 급한 고비를  넘겨주면  그만이지 어찌 이것저것 다 푼푼히 해줄수 있으며 자네의 평생 먹고입는것까지 도맡을수 있겠나?》

《자네의 로적가리를 헤치고 창고를 털라는것은 아닐세. 일전도 허비하지 않고 스스로 구제해줄 방도가 있으니 생각해보게.》

《허비하지 않고 혜택을 입히는것이라면 내가 왜 아끼겠나. 단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러지.》

《안동부야 도서원의 인원수가 자못 많은 곳이니 자네가 능히 이 자리에 나를 넣어줄수 있지 않나.》

《어랍쇼, 자네야 당당한 사대부라고 말할수 있는데 어찌 아전역에 발을 들여놓을수 있겠나?  게다가 본 부의  향리는 법이 매우 엄격하여 다른 고장 사람이 섞여드는것을 허락하지 않네. 설사 고을원의 위엄으로라도 억지로 성사시킬수 없는 일일세.》

《내가 먼저 내려가서 아전명부에 끼여들도록 일을 꾸미겠네. 아전명단에 오른뒤에야 어렵게 시행할게 뭐 있겠나?》

《명단에 올리는게 쉬울가?》

《자네가 부임되여 내려간 뒤에 이러이러하게. 만약 그렇게 하면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내가 듣는 족족 기록하여 보고하겠네. 그러면 자네는 귀신같다는 평판을 얻을것이고 정사를 잘한 공수나 황패처럼 될수 있으니 그 또한 좋지 않겠나.》

《그랬다가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가? 좀 생각해보세나.》

임은 즉시 내려가서 다른 고을에서 관청물건을 축낸 아전이였다고 하면서 려점에서 숙식하였다.  그는 아전들이 있는 청사에 왕래하면서 글쓰는 일을 대신해주기도 하고 장부를 맞춰주는 일도 해주었다. 사람들과 이미 친숙해졌고 글과 셈놓이 또한 뛰여나 아전들 모두가 극진히 대해주면서 잠시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고을에 부임한 남은 동헌뜰에 가득한 백성들의 상소문과 책상우에 잔뜩 쌓인 공문서들의 먼지를 털며 제목을 불렀는데 마치 병에 담긴 물을 쏟듯이 연방 내리불렀다.

글쓰는 아전이 미처 글을 받아쓰지 못하거나 틀리게 쓰면 어김없이 죄를 주고 아전직에서 떼버렸다. 지어 문서를 읽을 때 조금만 잘못 읽어도 트집을 잡아 매끄럽게 다그어댔다. 그런가하면 형리를 잘 고르지 못했다고 우두머리아전에게 죄를 주니 아전들이 두려워하며 일을 보지 못하였다.

혹 임이 대신 문서를 꾸며 바치면 대뜸 《좋아!》라고 하였다. 그래서 여러 아전들은 임의 덕으로 무사하였다.

어느날 고을원은 아전청에 가서 신칙하기를 《본고을은 본래 문장으로 소문난 고을이라고 하였는데  지금  보니 형리 하나 변변히 할 사람이 없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은가. 너의 현직아전들과 한가한 사람들중에서  글재간이 있는 자의 이름을 써서 올리라. 내 재주를 시험치겠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제목을 내여 시험을 쳤다.

임이 첫 자리를 차지하였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고 물으니 《다른 고을에서 물러난 아전인데 저희들한테 와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이 사람이 문장과 글씨가 제일 낫다. 또 일찌기 아전경력이 있는 자이니 아전명단에 적어넣고 형리로 임명해도 되겠다.》

이때부터 임아전은 고을원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일마다 받들어 한번도 책망을 들은 적이 없었다. 아전들이 모두 편안해졌다.

아전역을 교체할 때가 되여 형리로 오래동안 수고하였다고 도서원으로 임명하였으나 누구도 감히 입을 삐죽이지 못했다.

임은 마침내 집을 사고 데리고 다니던 기생을 첩으로 삼았다. 매번 고을원앞에서 일할 때마다 꼭꼭 밖에서 떠도는 소문을 기록하였다가 슬그머니 자리밑에 두고나갔다. 고을원은 몰래 그것을 꺼내보고 아전들의 간사한 행위와 백성들이 숨기는것을 귀신같이 밝혀냈다. 그래서 베개를 높직이 베고 누워서 정사를 보게까지 되였다.

다음해에도 그대로 도서원을 시키여 두해동안 얻은것이 거의 만여냥에 이르렀는데 몰래 서울집에 보내였다.

고을원의 임기가 거의 끝나갈무렵 임은 한밤중에 도망쳤다. 어디로 내뺐는지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았다. 아전들이 놀라 고을원한테 들어가 보고하자 고을원이 첩도 데리고 도망갔는가고 물었다.

《집도 버리고 첩도 버리고 홀로 도망갔습니다.》

《그가 관청의 물건을 축낸것이 있더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도망갔겠느냐. 통 무슨 영문인지 모를 일이로군. 워낙 떠돌아 다니는 녀석이니 그가 하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것이 좋겠다.》

임 아무개는 집으로 돌아가 이집저집에 물어 밭을 구하였다. 이때부터 그는 가난을 털어버리게 되였다. 

그후 임은 과거에 급제하여 여러번 고을원을 하였는데 이르는 곳마다 정사를 잘한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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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을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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