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9월 18일  
첫페지/ 북녘의 오늘/ 주요방송기사/ 방송극/ 보도/ 아시는지요?/ 유모아와 일화/ 꽃망울실/ 문예물/ 동영상/ 사진/ 청취자마당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MHz, 89.4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MHz, 89.4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주체110(2021)년 9월 15일 《통일의 메아리》
《눈을 쓸며 옥소선을 몰래 만나보다》(3)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눈을 쓸며 옥소선을 몰래 만나보다》

오늘은 세번째시간입니다.

 

드디여 기생의 집에서 발길을 돌려 그 아전의 집으로 찾아갔다. 주인을 찾으며 들어서니 그 아전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하였다.

감사아들이 자기 이름을 알리자 그제야 아전은 깜짝 놀라며 급히 마중나와 절을 하였다.

본채의 방을 정히 쓸고 거기에 감사아들을 거처하게 하고는 음식을 잘 갖추어 들여왔다.

그곳에 며칠간 묵으면서 감사아들과 아전은 자란을 만나볼 계책을 꾸몄다. 아전이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있다가 말하였다.

《조용히 서로 만나볼 방도는 정말 없소이다. 만약 한번 그의 얼굴을 보는것이 소원이라면 제게 한가지 계책이 있습니다만 도련님께서 좋다고 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계책인가? 어서 말하게.》

《눈이 내린 뒤 감영안의 눈쓰는 일에는 의례히 성안의 백성들을 차례로 동원시키는데 제가 마침 그 소임을 맡게 되였습니다. 이번에 도련님께서 눈쓰는 인부들틈에 섞여 비자루를 가지고 산정에 가서 눈을 쓸면 자란이 지금 정자에 있다고 하니 아마 만나볼수 있을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감사아들은 아전의 계책대로 이른아침 인부들과 함께 비자루를 가지고 산정으로 가서 앞마당의 눈을 쓸었다.

지금 감사의 아들이 창문을 열고 비스듬히 앉아 내다보는데 자란은 방안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인부들은 모두 장정들이여서 썩썩 가락맞게 비질을 하여 눈을 치는데 전임감사의 아들만은 비자루질이 서툴어 다른 사람에게 뒤지였다.

지금 감사의 아들은 그것을 보며 웃다가 자란을 불러오게 하였다.

자란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방안에서 나와 앞란간에 섰다. 전 감사의 아들은 삿갓을 올리고 앞으로 나가 자란을 쳐다보았다.

자란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이윽고 홱 몸을 돌려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고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전 감사의 아들은 드디여 서운한 마음을 품고 쓸쓸히 아전의 집으로 돌아왔다.

본래 영민한 자란은 한번 보고 그가 전 감사의 아들인줄을 곧 알아보았으나 말없이 눈물만 흘리였다.

지금 감사의 아들이 이상하게 여겨 까닭을 물었으나 자란은 처음에는 말을 하지 않고 대답을 피하다가 두세번 거듭 물어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저는 천한 몸입니다. 랑군께서 저를 사랑하시여 밤이면 함께 비단이불을 덮고 낮이면 산해진미를 같이 들며 제가 잠시 집에 다녀오는것도 허락치 않은지가 벌써 몇달째입니다. 저로서는 더없이 황송한 일이니 무슨 티끌만큼이라도 원망하는 마음이 있겠습니까? 다만 저의 집이 가난한데다 늙은 어머님이 홀로 계시여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날이 되면 제가 집에 있으면서 감영에 빌어 몇그릇의 제사음식이나마 마련해가지고 제사를 지내군 하였습니다. 래일이 마침 아버지제사날인데 지금 이곳에 꾹 박혀있고 늙은 어머니만 홀로 계시여 제사음식 한그릇 못 올릴것입니다. 그걸 생각하니 갑자기 절로 슬퍼져 운것입니다. 무슨 다른 까닭이야 있겠습니까.》

감사의 아들은 이미 그에게 푹 빠진지 오랬으므로 자란의 말을 곧이듣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불쌍히 여기며 위로하는것이였다.

《그런 일이 있으면 어째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감사의 아들은 곧 제사물품을 잔뜩 마련하여 자란에게 주며 집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오라고 하였다.

자란은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물었다.

《내가 전임사또댁 도련님이 오신것을 알아요. 틀림없이 우리 집에 계시리라 생각하였는데 안계시니 어디 가셨는지 모르겠군요.》

《도련님이 오기는 왔댔다. 너를 만나자고 걸어서 아무날 오기는 했더라만 네가 감영에 들어가있어 만날 길이 없겠길래 내가 그렇게 말을 해주었더니 곧 발길을 돌리더구나. 그가 어디로 갔는지야 어찌 알겠느냐.》

자란은 목놓아울며 어머니를 나무랬다.

《사람의 도리로 차마 못할 일을 어머니가 어찌 한단 말이예요? 나와 도련님은 나이도 동갑이거니와 열다섯살 생일잔치때 부모님들앞에서 같이 춤을 추었소. 온 감영사람들이 저마다 내 이름을 불러 그와 짝을 짓도록 하였으니 비록 내가 천한 몸이기는 하나 이는 실로 하늘이 맺어준 인연입니다. 내 어찌 그를 배반하겠나요. 그때부터 하루도 곁을 떠난적이 없고 나이가 들어서는 서로 사랑을 맺었으니 그처럼 극진한 사랑과 두터운 정은 옛날에도 없었고 지금에도 없을거예요. 도련님이 나를 잊었다 해도 나는 죽어도 잊을수 없으니 내 어찌 그를 배반하겠나요. 전 사또께선 나를 도련님의 배필로 여겨 천한 몸이라 차별을 두지 않았어요. 그토록 극진히 사랑해주고 무엇이나 더 주지 못해 안타까와하던 두터운 은덕은 하늘과 같아 세상에 드물것이니 내 어찌 그를 배반하겠나요. 평양땅은 도회지라 높고낮은 벼슬아치들이 수많이 오고가건만 그많은 사람들중에 도련님만큼 뛰여난 기품과 영민한 재주를 가진 사람은 본적 없어요. 내가 본래부터 한생을 다하도록 도련님을 따르리라 결심하였으니 내 어찌 그를 배반하겠나요. 도련님이 아무리 나를 버린대도 나는 도련님을 잊을수 없어요. 내가 변변치 못하여 죽기로써 절개를 지키지 못하고 위세에 억눌려 할수없이 오늘 다시 새 사또의 아들을 섬기였어요. 행실 더러운 이 천한 몸이 뭐라고 도련님이 불원천리 걸어오셨으니 내 어찌 배반하겠나요.

이뿐이 아니예요. 도련님이 귀한 몸으로 천하디천한 기생을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며 왔으니 내 어찌 괄세하겠나요. 내가 아무리 집에 없더라도 어머니께서는 왜 전날 도련님이 살뜰히 돌봐주고 따뜻이 보살펴주던 은정을 생각지 않으시고 밥 한그릇 올려 묵게 하지 못했나요. 사람의 도리로 차마 할수 없는 일을 어머니가 하였으니 내가 왜 가슴아프지 않겠나요.

자란은 한참 목놓아울다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았다.

(이 성안에 도련님이 갈 곳이 별로 없으니 그 아전의 집에 있을것이다.)

자란이 곧 일어나 아전의 집으로 달려가니 과연 전 감사의 아들이 있었다.

두사람은 서로 붙들고 눈물만 흘릴뿐 아무 말도 못하였다.

 

지금까지 《눈을 쓸며 옥소선을 몰래 만나보다》, 이런 제목의 야담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
:
:
:
:  protect_autoins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