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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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MHz, 89.4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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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4월 6일 《통일의 메아리》
《전해지지 못한 청기와의 비결》(3)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전해지지 못한 청기와의 비결》

오늘은 세번째시간입니다.

 

아름다운 꽃일수록 한꽃잎에서도 울긋불긋 그 색갈이 차이나듯 값진 청자기그릇들도 한그릇에서 비취색의 진하고 연함이 묘하게 어울려야 멋지다고 한다.

하지만 청기와는 그릇들과 사정이 다르다. 만일 나라의 큰집들에 색갈이 차이나는 청기와를 씌워놓는다면 그 웅장함에 큰 손실을 주게 될것이다.

로인은 푸르른 광택을 머금은 청기와를 집어들었다.

《우리가 구워내는 청기와는 천장이고 만장이고 이것과 한본새로 꼭같은 비취색이다. 청기와를 판에 박은듯 한가지 색갈로 만들어내는 비결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기와를 구워내는 불길의 세기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기와를 빚는 여러가지 흙을 어떻게 섞는가 하는것이다.》

아들은 숨을 죽이고 아버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였다.

《그런데 이 두가지 비결중에서 보다 터득하기 힘든건 기와를 구워내는 불길의 세기이다. 한생 자기가마와 씨름질을 한 오랜 자기공들도 그 비결은 가르쳐주어도 익히기 어려운데 하물며 너야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 그래서 난 나 홀로 해온 가마안의 불길의 세기를 알맞게 다루는 그 비결부터 먼저 배우라는게다. 그 비결만 배우면 기와를 빚는 흙들을 섞는 비결은 한식경도 못되여 물려받을수 있으니 무얼 더 조급해하겠느냐.》

아들은 비로소 깨달아지는것이 있었다.

해마다 풍작을 거두어들이는 실농군에게서는 땅냄새, 거름냄새가 나듯 근면한 자기공이라면 응당 내굴내, 그슬음내가 나야 할것이다.

이 아들도 내굴내, 그슬음내가 나는 진짜배기 자기공이 되여야 늙은 아버지가 한생 터득해낸 불길의 세기를 마음대로 다루게 될것이다. 기와공로인은 자책감에 어려있는 아들을 대견해하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얘야, 오늘은 일손을 다그쳐 기와를 빚고 래일은 가마에 불을 지피자꾸나. 넌 보다 직심스레 불을 다루는 일을 맡아해야겠다.》

아들은 자기를 보다 훌륭한 자기공으로 키우려는 아버지의 깊은 마음에 감동되여 눈굽이 축축해졌다.

몇달후, 기와공로인은 방금전에 가마에서 구워낸 청기와를 넣어둔 고간을 돌아보고있었다.

오늘까지 구워낸 청기와이면 또 한채의 지붕을 넉넉히 씌울것이다. 이런 기세로 한 몇해쯤 청기와를 구워내면 왕궁의 본전들은 청기와로 갈아씌우고도 남을것이다.

그것도 기쁜 일이지만 그 못지 않게 기쁜 일은 아들의 불을 다루는 재주가 나날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것이였다.

그애가 요즘처럼 이 아비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불의 세기를 익히느라 열심히 분발한다면 늦어 한해후에는 제 혼자서도 얼마든지 청기와를 구워낼수 있을것이다.

그러니 래년 가을에 가서는 아들에게 청기와를 만드는 모든 비결을 물려주게 될것이다.

아들이 아주 젊은 나이에 나라에 둘도 없는 훌륭한 청기와공이 될수 있다는 생각은 기와공로인의 기분을 마냥 들뜨게 하였다.

못내 흡족해서 청기와를 굽어보던 기와공로인은 문득 정신이 아찔해져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개경의 토질병인 중풍(뇌출혈에 해당되는 병)에 걸린것이였다. 뒤늦게 아버지를 발견한 아들이 그를 업어다 방에 눕히고 용한 의원을 청해왔건만 중풍은 천하명의일지라도 어쩔수 없는 무서운 병이여서 고칠수 없었다.

밤중에 겨우 정신을 차린 기와공로인은 자기가 죽을병에 걸렸다는것을 알아차렸다.

아들에게 기와를 빚는 여러가지 흙들을 섞는 비방은 전혀 알려주지 못했다는것을 생각해낸 그는 몹시 바빠났다.

이제라도 그 비방을 알려주면 불길의 세기를 어느 정도 터득한 아들이 이 아비가 없더래도 청기와를 만들수 있을것이다.

기와공로인은 눈물이 글썽해서 지켜보는 아들에게 입을 열었다.

허나 무슨탓인지 혀가 돌아가지 않았다.

기와공로인은 가슴이 덜컥 무너져내리는것 같았다.

이러다 가문의 보배이자 나라의 보배인 청기와의 비방을 물려주지 못하는것이 아닐가.

기와공로인은 안깐힘을 써서 손을 쳐들었다.

손가락을 놀려 글의 형체로써 그 비방을 물려주고싶어서였다. 허나 야속하게도 손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 이럴줄 알았으면 글로 써두는건데…

관례만 치르었지 아직 장가도 보내지 못한 애젊은 아들을 쳐다보느라니 원통하기 그지없었다.

아, 아들이 젊은것만 보았지 내 늙은건 생각지도 못하고 청기와의 비방을 아끼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원통함을 못이긴 기와공로인은 병이 더 악화되여 그날로 운명하고말았다.

기와공로인이 돌아간 후 그의 아들이 청기와를 구워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아버지로부터 기와빚을 흙을 섞는 비방은커녕 가마안의 불길을 다루는 묘리도 채 물려받지 못한 까닭에 끝내 빛을 볼수 없었다.

고려의 국보였던 청기와의 비결이 영영 끊어지고만 가슴아픈 이 사실을 두고 선조들은 누구나 자기가 알고있는 좋은 비방들을 제때에 후배들에게 넘겨주는것이 나라를 위해 얼마나 큰일인가 하는것을 절감하였다고 하니 이 교훈이 준 의의는 자못 크다고 할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전해지지 못한 청기와의 비결》, 이런 제목의 야담을 세번에 나누어 전부 보내드렸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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