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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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10월 13일 《통일의 메아리》
《독장수 구구》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독장수 구구》

 

옛날 어느 한 고을에 독장수로 살아가는 한사람이 있었다.

하루종일 흙을 주무르고 밤새워 구운 독을 장에 내다파는 일은 일년 열두달 꼭같았다.

어느날 아침 밤을 새워 독구이를 끝낸 독장수는 아침 일찌기 장마당에 가려고 잘 익은 독을 지게에 올려놓고 안해가 차려놓은 밥상에 마주앉았다.

이때 어디선가 시큼하고 달콤한 막걸리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자, 이것 봐라. 웬 막걸리냄새가 난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독장수라 코를 벌름거리며 집안을 살폈다.

아래목에 웬 오지항아리가 있고 그우에 무엇인가 씌워놓은것이 보였다.

(옳지! 저것이로구나!)

독장수는 얼른 보자기를 들추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야!》

그가 좋아하는 막걸리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무렴. 뭐니뭐니해도 로친이 제일이지.…)

안해의 다심하고 후한 정에 가슴이 찡해진 그는 얼른 한종지를 퍼내여 입술에 가져다대였다.

정신이 핑 돌 지경이였다. 다시 한종지를 마셨다.

《카! 아 좋구나!》

식전이라 속이 띠끔하였다.

더없이 마음이 즐거워진 그는 풋절이김치를 서걱서걱 깨물었다.

또다시 막걸리 두종지를 비운 독장수는 얼근하여 문을 나서 장마당으로 향하였다.

 

     어화 좋구나

     이 독 팔아 무얼 살가

     한독 팔아 한냥 사고

     두독 팔아 두냥 사고

 

기분이 붕 뜬 독장수는 제 혼자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고개길에 올라섰다.

《여보게 독장수! 오늘은 기분이 썩 좋았구려!》

한참 고개길을 올라가느라니 건너마을 친구가 역시 장마당에 가는 보짐을 풀어놓고 한숨 쉬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암, 좋구말구!》

《자, 더운데 좀 쉬였다 가세나.》

《음, 그럴가?》

아직 시간이 있는지라 독장수는 친구의 물음에 대답하며 그곁에 털썩 지게를 내려놓았다.

《거참, 독이 잘 구워졌구만. 한냥은 문제없겠는데.》

《무슨 소리, 이렇게 잘 익은 독은 두냥도 남네.》

친구의 칭찬에 독장수는 마음이 흡족하여 저도 모르게 손이 독으로 올라갔고 다시한번 이리저리 쓸어보았다.

(암, 잘 구워지고말고. 두냥은 문제없지.)

제 흥에 겨워 이리 쓸고 저리 쓸고 하던 독장수는 속구구를 해보았다.

(그렇지. 우선 이 독을 팔아 암닭을 한마리 사자. 그 다음에는 알낳이를 해서 열마리, 백마리로 늘구어보자. …)

독장수의 눈앞에는 벌써 집뜨락에 우글거리는 닭무리들이 떠올랐다. 생각할수록 흐뭇하다.

(어, 그 다음엔 무엇한다?)

이렇게 속구구를 하던 독장수는 무릎을 탁 쳤다.

(옳지. 그러니 그 백마리의 닭이 알을 낳으면 닭알낟가리가 되겠다? 어이구, 그 닭알이면 소도 사구말고… 그래 암소를 사가지고 송아지를 내고 그 다음에는 또 황소 열마리를…)

독장수는 마음이 흐뭇해졌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누런 황소, 암소들을 줄줄이 앞세우고 동구길을 걸어 대문안으로 들어서는 광경이 눈앞에 선하다.

피둥피둥 살진 황소의 뒤잔등을 흐뭇하게 쓸어보고난 기분으로 독장수는 다시 속구구를 하였다.

(자, 이제는 소도 있겠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한다? 그렇지, 이번에는 큰 기와집 한채를 덩실하게 짓고… 또 그 다음에는 땅도 사자!)

어느덧 그의 눈앞에 알알이 여문 벼이삭들이 가을바람에 넘실넘실 춤을 추는 논벌이 펼쳐지는가 하면 쌀섬들이 가득가득 쌓인 고간들이 보인다.

(허, 이게 다 우리것이란 말이지.)

남부럽지 않게 한번 잘살아보려던 소원이 순식간에 펼쳐지니 너무도 기쁘고 흥이 나서 저도 모르게 독을 두드리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한참 흥이 나서 이팔저팔 흔들던 독장수는 그만 지게를 쳤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지게가 넘어졌다.

안될 때라 그처럼 귀한 독이 넘어지면서 돌에 맞아 박산이 났다.

《아이쿠!―》

독장수는 그만 어처구니가 없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말았다.

주관적욕망에 사로잡혀 실속없는 타산을 하다가 그만 일을 망쳤던것이다.

아마 그래서 옛날 속담에 《독장수 구구》라는 말이 생겨났을것이다.

 

야담을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