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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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9월 13일 《통일의 메아리》
《황고집》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황고집》

 


철종1년 경술년(1850) 5월 어느날이였다.
한양에 온 평양선비 황진사는 형의 환갑잔치가 끝난 뒤 제일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멀리로 나가면서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리라 마음먹었다.
거리에 나서자바람으로 그는 마침 지나가는 한 친구를 만났다.
반가운 인사끝에 황진사가 물었다.
《…자네와 한동네 사는 팔성이 그 사람 지금 어떻게 지내나? 평양으로 날아오는 소식들은 늘 봐야 그 사람 앓는다는것뿐이였는데…》
《팔성이? 허, 그 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네.》
《뭐, 뭐라구?!》
《간밤에 그 친구 잘못됐다는 부고를 받구 내 지금 그리로 조상을 가던 길일세.》
《?!》
창졸간에 아연해진 황진사는 어쩔줄 몰랐다. 친구가 그의 팔소매를 끌었다.
《황진사, 자네가 여기 한양에 온게 마침일세. 나랑 같이 고인 팔성이한테 조상을 가자구.》
《…》
《뭘 꾸물거리나?》
《아, 좀 가만있으라구!》
《<가만>이랄게 뭐 있어. 이왕 온 길이 이 아니 다행인가?  <엎어진김에 뵙는다.>구 잘됐네. 가세.》
《가만, 가만…》
《그래두 또 <가만>이야?… 줄곧 한다는 소리가 <가만>이라, 아무래두 이 친구 이상한데?》
《<이상>할거란 꼬물두 없네. 난 이길루 도로 평양에 가야겠어.》
  친구는 깜짝 놀랐다.
《평양으로 도로 간다?… 자네 제정신인가? 정말 이상한데? 평양에 있다가두 급히 달려와야 할 사정인데 도로 평양으로?》
《걱정말게. 갔다 인차 다시 오겠네.》
《갔다 인차 다시 와? 그건 또 무슨 소린가?》
《거야 뭐 리치가 뻔하지 않는가. 난 지금 친구상사에 조상을 온 길이 아니라 형님 환갑연에 왔던 길이니…》
《그래서?》
《환갑연경사에 왔던 몸으로 조상을 만나면 그처럼 무도한 짓이 어디 있겠나. 팔성이의 령혼이 노하구 세상이 웃지.》
《아, 그래서였구만.》
  드디여 깨도가 된 친구는 그를 타일렀다.
《엄연한 례의로 따진다면 자네 생각도 무리는 아닐세. 리치소리가 나올만도 하이. 허나 이보라구, 모르고 왔다가 일을 당했으니 그길로 그냥 조상을 간다 해서 뭐 잘못될거야 없지 않나. 리치에 어긋날것두 세상이 웃을것두 아니니 여러 생각말구 어서 가세!》
  친구는 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황진사는 뿌리치면서 성을 냈다.
《나는 우리 집에서부터 조객의 행색으루 왔어야 명분이 선단말이야, 명분이. 알아들었나? 자네 제발 패륜패덕의 길로 나를 부추기지 말게!》
《하, 이 사람 황진사, 여기에 무슨 법도가 있구없구가 있으며 패륜패덕이 당한가 말야, 엉? 참, 답답하기란… 쯧쯧! 비록 환갑연보다 더 큰 경사에 왔댔어두 뜻밖에 변을 만났은즉 그대루 찾아봄이 도리이지 다시 그 평양 천리길을 갔다와야만 도리겠나, 응?》
《아무튼 난 그렇게 못해!》
황진사는 결연히 돌아서서 북상의 길에 올랐다.
친구는 그의 뒤모습을 한동안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을 털고 초상집으로 갔다.
친구는 상주인 고인의 맏아들에게 방금 헤여진 황진사의 처사에 대해 전부 고하였다. 맏상제는 놀랐다. 그런 법이 어디 있는가. 그는 즉시 동생에게 황진사를 데려오라는 분부를 내렸다.
동생은 곧 말을 달려 황진사를 따라잡았다. 그는 상주의 이름으로 황진사에게 돌아가기를 간청했다.
《일이십리도 아닌 천리길을 무슨 고생을 못해서 이러하십니까. 정성은 고맙습니다만 이러시지 않은들 무슨 흠이겠습니까. 우리 부친령혼이 지금 선생님을 기다리고계십니다. 어서 돌아가십시다.》
《아―니, 나는 자네 엄친혼령앞에 그런 욕된짓을 못해. 난 사람이니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지켜야 하네. 사람의 도리를! 저한테 편리하게끔 하는 처신은 도리가 아니야. 부디 내앞을 막지 말라구!》
처음 만났던 친구와는 달리 상주가 만류하면 숙어들줄 알았건만 황진사는 작은 상제를 밀어내고 평양행 길을 내처 걸었다.    
작은 상제는 급히 뒤쫓아가서 그의 앞을 막으며 《정 그러시다면 이 말을 타고 가셨다가 오십시오.》하고 말고삐를 내여밀었다.
《아니, 친구가 운명을 했는데 조객의 몸으루 말을 타다니? 무엄한지고!》…
이로부터 도무지 융통성이 없고 제 생각만 옳거니 하는 고집불통들을 가리켜 《황고집》이라는 말이 나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황고집》은 옹색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라는 본바탕이 같은 의미로서 그저 입에 올리기 좋도록 《옹고집》으로 달리 부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야담을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