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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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주체 109(2020)년 11월 1일부터 단파 6250KHz, 3945KHz, 3970KHz와 초단파 97.8MHz, 97MHz, 89.4MHz로 변경하여 보내드립니다.
주체109(2020)년 11월 22일 《통일의 메아리》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53)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희찬작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 오늘은 쉰세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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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앞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싱갱이질을 하다가 그만 뚜삔이 넘어지는통에 팔굽이 약간 긁히웠다.

보모가 뚜삔에게 빨간약을 발라주고는 우리를 다같이 앞에 가지런히 세워주었다. 그리고는 뚜삔과 나의 손을 이끌어 서로 어기치기로 바줄을 잡게 하였다.

호각소리가 울리였다. 어샤, 어샤…

처음에는 우리가 끌리워갔다가 다시 《하나, 둘! 하나, 둘!》 하며 구령을 합창하고 힘을 합쳤더니 2반아이들이 우리한테로 끌리워오기 시작하였다. 뚜삔의 말이 옳았다. 뚜삔은 정말 힘이 보통 세지 않았다.

《호르륵.》

경기를 끝내는 호각소리가 울리였다.

《뚜삔아, 우리가 이겼다!》

《기호, 우리가 이겼다!》

나와 뚜삔은 《만세!》 하며 저도 모르게 서로 부둥켜안고 돌아갔다.

우리는 아까 서로 싱갱이질하던것도 다 잊고 즐겁게 하루를 보냈는데 탁아소보모들은 뚜삔이 팔굽에 상처가 좀 생긴것때문에 무척 걱정들을 하였다. 뚜삔이 다른 나라의 아이였기때문에 더구나 그러는것 같았다.

그 다음날에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도 이 사실을 알고 탁아소에 찾아왔었다. 그때 철없는 내가 보기에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은 걱정이 가득차있었다. 어제 서로 싱갱이질하다가 뚜삔의 팔굽을 다친것때문이라는것을 어린 나도 인차 알수 있었다.

옆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물론 아이들한테서야 흔히 있는 일이지요 뭐. 그런데 뚜삔의 어머니가 어떻게 나오겠는지.… 우리도 사과할 준비는 하고있어요.》

그 다음날은 마침 토요일이여서 뚜삔의 어머니도 제 아이를 찾으려고 주탁아소에 왔었다. 그는 제가 몸이 뚱뚱하기때문에 맨 앞에서 바줄을 당기겠다고 서로 싱갱이질을 하다가 결국 둘 다 앞에서 가지런히 당기게 했다는 자기 아들의 이야기를 듣더니 너무 웃어서 배가 다 아프다고 하였다. 그리고 화해의 기념으로 사진을 찍자고 하여 나와 뚜삔이 손을 잡고 한장, 어깨를 겯고 한장, 이렇게 두장을 찍었다.

그 사진을 들여다볼 때마다 나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를 다시 듣군 한다.

《기호야! 이번에 네가 뚜삔과 다툰것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탁아소 보모들앞에서 고개를 숙이고있는걸 봤지?

이담에 커서도 무슨 일이나 잘 생각해보고 해야 돼. 내가 하는 이 일이 잘하는 일인가, 잘못하는 일인가 그리고 나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속상해하지나 않을가 하는것두…》

나의 첫 스승들인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에게 인간의 책임감에 대한 참으로 귀중한것을 배워주었다. 결코 나는 나 혼자가 아니다. 나는 나자신앞에서 자기를 책임져야 하는 동시에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의 동생앞에서까지 나자신을 책임져야 하며 나아가서는 어머니조국앞에서 자기가 하고있는 모든것에 대하여 책임질줄 알아야 할것이다.

 

기옥은 오빠의 일기장에서 잠시 눈을 떼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둘러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깊은 회억에 잠기는듯 하였다.

《허허, 하긴 그때 그런 일이 있긴 있었댔지.…》

《보세요.…》 하며 기옥이가 정색해서 혼자소리처럼 나직이 입을 열었다.

《얼마나 일찌기 배웠어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그 모든걸 우리 오빠는 벌써 얼마나 일찌기 배웠나 말이예요. 엄마 손잡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는 그 철부지때 티없이 깨끗하고 맑은 그 눈동자에 비끼는 모든것에 대해 가르쳐주고 일깨워주는 사람이 바로 자기 부모들이지요. 물론 학교교육에서도 가르쳐주게 되지만 사소한 나쁜 습관이나 그릇된 사고가 굳어지기 전에 미리 신발을 잘 신겨주는건 아버지와 어머니일거예요.

그런데 경식동무는 아직도 그걸 덜 배웠구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뒤끝과 후과에 대하여 별로 걱정할줄 모르니 글쎄 돈에 대한 우리 오빠와 경식동무의 리해에서도 얼마나 차이가 나요?》

《돈이라는건 또 무슨 소리냐?》

돈이라는 말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리둥절해하였다. 그들은 돈과 아들을 결부하여 생각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던것이다. 아버지의 입에서 놀란 목소리가 튕겨나왔다.

《아니, 그래 너의 오빠도 돈소리를 한단 말이냐?》

《하지 않구요. 오빠는 뭐 사람이 아니예요?》

이번에는 어머니가 모를 소리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수가 있나? 나는 그래도 너의 오빠만은 돈이라는건 영 생각밖에 두고 사는줄로 알았는데…》

《아니예요. 나도 오빠의 일기장을 읽고서야 사람은 돈의 가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살아야 한다는걸 알게 됐어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는 합창하듯 동시에 들려왔다.

《모를 소리다. 그래, 네 오빠의 일기장에 돈소리도 있단 말이냐?》

《있지 않구요.》

기옥은 다음대목을 읽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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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쉰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