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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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11월 20일 《통일의 메아리》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52)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희찬작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 오늘은 쉰두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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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가 마른명태 찐것을 반찬으로 해주는걸 늘 맛있게 먹군 하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반찬을 별로 좋아하는것 같지 않았다. 내가 맛있게 먹을 때도 우리 어머니는 내가 먹는걸 구경만 했지 자기는 한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는 한번 어머니에게서 이상한것을 보았다. 부엌에서 내가 먹다가 내놓은 찐 명태반찬을 뼈까지 맛있게 빨고있었던것이다. 그래서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어머니도 그걸 좋아하나?》

《좋아하지 않구. 내가 좋아하니까 너도 엄마를 닮아서 이걸 맛있어하는거지 뭐.》

그 이상 더 깊은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도 어렸던 탁아소시절이였다.

그런데 주탁아소에서 어느 하루는 바로 마른명태 찐것을 한토막씩 밥우에 놓아주었다. 나는 어머니가 생각났다. 자신은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나만 먹여주던 어머니의 생각이 났다. 그래서 보모들이 보기 전에 찐 명태 한토막을 얼른 주머니에 몰래 넣었다. 그리고는 호실에 오자바람에 그것을 종이에 꽁꽁 싸서 베개밑에 아무도 모르게 감추었다. 어머니가 나를 찾으러 오는 날에 나는 그 찐 명태를 잊지 않고 어머니에게 꼭 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은 내 마음처럼 그렇게 되지 못하였다.

주탁아소는 이름그대로 아이들을 한주일에 한번 월요일에 맡겼다가 토요일 저녁에 찾게 되여있었다.

그 찐 명태 한토막이 여러날째 되다보니 나의 베개옆에서 개미들이 진을 치며 돌아가게 되였다. 보모들이 하도 이상하게 생각되여 나의 베개를 뒤져보니 그밑에서 종이에 꽁꽁 싼 찐 명태토막이 나왔다.

보모가 그것을 밖에 있는 휴지통에 버리였을 때 나는 너무도 분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다.

《우리 어머니가 좋아해서 나도 안 먹구 감추어놓은건데…》 하며 슬피 울었다.

어머니는 나를 생각해서 안 먹고 나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안 먹었던 탁아소시절의 찐 명태 한토막으로부터 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류창하게 일기장을 읽던 기옥의 목소리가 뚝 멎었다. 아버지가 의아해서 고개를 쳐들어보니 기옥이는 지금 목이 메여 소리없이 흐느끼고있었다.

최국락이도 갈린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됐다. 네 오빠가 이제는 세상이 좁다하게 못 가보는데가 없구 못 먹어보는게 없겠는데 그랬으면 됐지 않니.…》

오순이는 아까부터 혼자 몰래 눈굽을 찍고있었다.

《녀석두, 이제는 산같이 큰 배를 몰구다니는 사내대장부가 그런 잔정에 매달리지 말아야지.…》

《어머니!》 하며 기옥이가 목메인 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사람에게 그보다 더 귀중한건 없을거예요. 바로 그래서 못 먹고 못 입어도 제 부모가 제일이구 그 어디에 가봐도 제 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보이는게 아니겠어요? 나는 그래서 우리 오빠같은 사람이 나타나기 전에는 시집도 안 가겠다고 롱을 했던거예요. 아니, 롱이 아니고 나는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요.》

어머니는 딸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만하면 다들 용타. 너희들은 이젠 우리가 그리 걱정을 안해도 일없을것 같은데 저쪽집 경식이까지도 마음을 놓을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두집이 다 말이다.》

《아이때부터 그런걸 미리 다 간직했더라면 더 좋았지요. 그 경식동무가 아이때 또 하나 놓친게 뭔지 아세요?》

이번에는 아버지가 서로 엇바꿔가며 물었다.

《그게 뭐니?》

《자기가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한 후과를 미리 생각하지 못하는거예요.》

최국락은 저으기 놀라와하였다.

《나는 그 소리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군 한다. 사람이 제가 하는 일의 뒤끝을 미리 걱정할줄을 모른다면 무슨 일을 저지르게 될지 어찌 알겠니.…》

《아버지, 그것도 사람은 아이적부터 배워야 해요. 오빠의 일기장에는 이런 구절도 있어요.》

기옥은 다시 일기장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읽기 시작하였다.

 

6월 7일(월요일)

나의 첫 스승인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에게 가르친 세번째는 사람이 제가 어데서 무슨 일을 하든 그 뒤끝을 생각할줄 알고 그 후과를 생각할줄 아는 법을 배워준것이였다.

아직도 물인지 불인지 모르던 주탁아소시절이였다. 그때 우리 반에는 얼굴색이 감실감실한 외국아이도 있었다. 이름을 뚜삔이라고 부르는 나와 동갑나이였다. 나와 무척 친했다. 낮은반에서부터 우리와 같이 다녔기때문에 조선말발음도 우리와 조금도 다를바 없었고 벌써 여러해 같은 반, 같은 보모에 같이 먹고 같이 자며 재미나게 놀다나니 어느덧 친형제처럼 가까와졌다.

그런데 이날 나는 뚜삔과 처음으로 다툼질을 하였다. 우리 높은1반과 2반이 바줄당기기를 할 때였다. 우리 반이 이기자면 키가 제일 큰 내가 앞에 서야 하겠는데 뚜삔은 제가 몸이 더 뚱뚱하기때문에 제가 맨앞에서 바줄을 당겨야 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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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쉰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