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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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10월 15일 《통일의 메아리》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34)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희찬작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 오늘은 서른네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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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을 알리는 신호나팔소리가 울렸다.

여유시간이 생기니 기옥은 또 다른 근심이 하나 더 덧쌓였다.

그것은 경식이가 식료매대에 맡기려했던 시계를 자기가 건사하고있는 사실을 아직까지 본인이 알지 못하고있는것이다. 하루이틀이 지나고 사흘째가 되니 어쩐지 자꾸만 그 시계가 문득문득 떠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불안해지기까지 하였다. 이제라도 한시바삐 돌려주리라 결심한 기옥은 점심 먹는것도 뒤로 미루고 거의 달리다싶이 하며 걸음을 다우쳤다.

기옥은 작은 다리모퉁이에서 뜻밖에 식료매대녀인과 마주쳤다.

기옥이를 만나자 몹시 반가와하며 수선을 피우던 그 녀인은 기옥의 손목에 척 내려드리워져있는 시계를 보며 호호 웃었다.

《이 시계주인때문에 처녀도 마음고생을 좀 하는것 같은데…》

《예?》

《나두 남동생들이 셋이나 돼서 총각들은 한번 척 보면 삼천리야. 이 시계주인도 쭉 빠지구 잘 생긴데다가 남자답구 사람은 또 얼마나 좋아보이나.

틀림없이 법이 없이도 살 사람일거야.…》

《흥, 법이 없이도 살 사람?…》

경식이때문에 공연한 마음고생을 하고있는 기옥에게 이 말은 알지 못할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옥이 이래저래 화가 나서 혼자소리처럼 투덜대는데 매대녀인은 제김에 떠서 그의 등까지 쓸어주었다.

《용타! 그래서 이렇게 뒤거두매질을 해주는 무던한 처녀가 총각의 옆에 착 붙어있지 않니.…》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억측을 하고있는데 그렇다고 무엇이라 얼른 변명할수 있는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쨌든 기옥이는 지금 이 녀인의 말마따나 경식의 뒤거두매질을 하고있는것만은 사실이였던것이다.

기옥이가 공사장에 거의 당도했을 때 여기서는 큰 기쁨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지휘부병실앞에 아버지의 차가 서있었던것이다. 약속보다 좀 늦어져서 그새 속은 많이 탔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이렇게 왔으니 오늘부터는 발편잠을 잘수 있게 되였다.

《아버지!》

기옥은 어린애처럼 깡충깡충 뛰여서 승용차 가까이로 다가갔다.

최국락이도 몇해만에 만나는 딸처럼 너무 좋아서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기옥아, 약속을 어겨서 안됐다. 얼마나 속이 탔겠니.…》

《경식동무는?…》

《경식인 오늘 못 오구 경식이의 어머니만 혼자 먼저 왔다. 여기 지휘부하고 잘 토론해서 경식이가 시간을 좀 받는 몫으로 후방사업을 맡으려는가보더라. 그렇게만 되여도 너야 한결 마음이 편안하구 피차 딱한 일이 없이 서로 좋긴 하겠는데 어떻게 락착되겠는지… 지금 경식이 어머니가 지휘부에 들어가서 대대장을 만나고있는데 인차 나올거다.》

《그래요?》

한켠에서 두명의 대원들이 짐을 부리우고있는데 지함들이며 물고기며 차에 싣고온 물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때 대대장의 바래움을 받으며 진순영이 마당으로 나오고있었다.

《어머니두 원, 단꺼번에 뭘 이렇게 많이…》

《이게 어디 많습니까? 다 우리 자식같은 애들이 먹을건데…》

진순영은 대대장과 헤여지고나서 기옥이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잔등을 정답게 쓸어주었다.

《기옥이가 여기 나와있다는걸 우리 경식이에게서 다 들었다. 뭐 필요되는게 있으면 아버지한테 조르지 말고 나한테 찾아오렴.》

그러다가 진순영은 기옥의 손등에 척 내려덮인 경식의 시계에 얼핏 눈길이 갔다.

시계를 어쨌는가고 물었을 때 아들은 직일을 서는 제 동무에게 빌려주었다고 하더니 그것이 지금 기옥의 팔목에 저렇게 척 걸려있는것이다. 녀자의 시계도 아닌 저 큼직한 남자용시계를 왜 기옥의 손목에 척 채워주었는지 그리고 저는 요새 전자시계를 아무렇게나 대충 차고 돌아가는 그 내막이 무엇인지 통 알수가 없었다.

이제 차차 알게 되겠지. 지금 당장은 최국락의 앞에서 딸이 급해하는 모양을 구태여 펼치고싶은 생각이 없어 진순영은 얼른 말머리를 돌리였다.

《기옥아, 조심해서 일을 잘해라.》

《안녕히 가세요, 큰어머니.…》

기옥은 차에 다가가 최국락의 팔에 매달렸다.

《아버지, 천천히 모세요!》

《오냐.》

기옥은 만시름을 다 놓고 아버지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있었다.

대대장의 얼굴에서 경식의 문제가 어떻게 락착되였는지 그 눈치를 살피느라고 기옥은 제 손목에 채워져있는 시계가 진순영의 눈에 사진기렌즈처럼 찰칵 하고 또렷하게 찍히는것도 전혀 모르고있었다.

시계가 자기한테서 며칠밤이나 묵어있은것이 안심치 않아 마음을 썼던 일이며 방금 그것을 되돌려주려 점심도 못 먹고 바쁜 걸음을 걸었던것을 생각하면 그 어떤 갈래의 자그마한 오해라 할지라도 기옥에게는 너무나 억울한것이였다.

그러나 이 며칠동안 대렬점검때 경식의 이름을 부를적마다 가슴을 조이던 시름들이 꿈처럼 사라진것만도 기옥은 이제부터 발편잠을 잘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오산이였다. 처녀에게는 또 다른 마음고생, 또 다른 고민이 생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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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서른네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