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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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9월 15일 《통일의 메아리》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19)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희찬작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 오늘은 열아홉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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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옥이가 서둘러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경식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대대장의 옆에 서있던 정치지도원 강명국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자리를 뜨지는 않았겠는데?…》

《예, 저에게…》

뜻밖에도 맨뒤에서 어린 처녀의 기여들어가는듯 한 목소리가 가늘게 울리였다. 경식이네 원자재공급소에서 운반공으로 일하는 18살난 처녀였다.

정치지도원은 대원들의 짬새로 그 처녀를 띄여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하, 윤희에게 보고했나?》

《보고라기보다…》

콤파스를 돌려놓은듯이 동그랗게 생긴 어린 처녀의 얼굴은 홍당무우처럼 새빨개졌다.

《야간작업이 제기될줄은 모르고 좀전에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지휘관동지들이 없으니까 저에게…》

《하긴 우리가 자리를 좀 떴댔지. 》

이렇게 대렬점검은 넘어갔다. 그러나 대대장의 전투조직이 끝난 후에 정치지도원은 기옥이를 따로 불렀다.

《자기네 동맹원에게 무슨 급한 일이 생겼는지 조직책임자는 응당 알고있어야 되지 않겠소? 위원장동무는 여기 작업장에 있었겠는데…》

기옥은 아무런 변명도 할수가 없었다.

《제가 미처…》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알아보오. 작업이 긴장하니까 아픈데 있어도 혼자 참는 동무들이 있을수 있고 미안해서 개인사정을 말 못하는 동무들도 있을수 있겠는데 조직책임자는 그런것까지도 다 알고있어야 돼. 》

기옥의 생각에는 경식이가 어데 아픈데가 있어도 혼자 참고있을 성미같지는 않고 미안해서 개인사정을 말 못할 기질같지도 않았다.

기옥은 작업장을 떠나 어둠속으로 혼자 걸어오면서 낮에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경식은 작업시간에 승인을 받지 않고 전투장을 떠나 마을로 내려가자고 하면서도 전혀 아무러한 긴장감도 얼굴에 내비치지 않았었다. 오히려 옆에서 근심하는 기옥에게 마음을 푹 놓으라고 하면서 여유있게 웃어보이기까지 하였다. 하긴 아까 경식의 말대로 그냥 아무 승인도 받지 않고 몰래 얼른 갔다고 해도 그새 아무런 일이 없이 무난히 지날수도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때 흔히는 가만, 내가 자리를 뜬 사이에 혹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가 하는 불안감이 앞서는것이 상례이지만 한편 아무러면 그새 무슨 일이 생기랴 하고 무사태평스럽게 생각하는 부류도 혹 없지는 않다.

기옥은 어쩐지 경식이가 후자부류에 속하는것이 아닐가 하는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전처럼 아무런 긴장감이 없이 마음을 푹 놓고 어데 가서 제볼장을 보고있는것은 아닌지. …

경식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기옥이로서는 십분 그런 우려를 가질수도 있었다. 또한 남다른 경식의 특이한 개성을 기옥은 오늘 하루사이에 벌써 정확히 보았다고도 할수 있다. 기옥은 어쩐지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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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식은 공사장에 나오면서 제가 어릴 때부터 《귀동자》로 자라온 지난날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애써 마음먹었다. 그것은 중학교를 같이 졸업하고 군대에 나가서 모범군인이 되여 표창휴가를 받고 찾아온 동무들을 만나는 때이면 더욱 충격이 컸다.

어쩐지 그들앞에서 자기는 아직도 아이로 남아있고 그들은 모두가 어른처럼 보이였다. 짧은 휴가기간이나마 무엇인가 한가지라도 좋은 일을 더 해놓고 부대로 돌아가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면서 경식은 어린시절을 곰곰히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그때 벌써 그 애들은 건설장이랑 찾아다니면서 제 손으로 파고철을 주어다가 학교에 바쳤다. 그러나 경식은 자기를 대신해서 부모들이 학교에 바쳐주었다.

경쟁도표판에 홍경식의 붉은 줄이 제일 높이 올라갔으나 선생님은 어째서인지 늘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만 칭찬해주었다. 모든 인간들에 대한 사회적평가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경식은 그때 너무도 깨닫지 못했었다.

경식의 어릴적 동무들속에는 영예군인이 되여 돌아온 제대군인도 있었다. 성준이라는 그 동무는 경식이가 소년단야영소에 가서 알게 된 다른 학교의 학생이였다.

즐거운 야영생활의 어느날 경식은 제 동무들을 너럭바위우에 앉혀놓고 사진을 찍는데 어째선지 필림이 잘 돌아가지 않았다. 당황한김에 사진기의 뚜껑을 열고 이것저것 풀어보면서 한창 역사질을 하다가 도로 맞추자고 하니 그것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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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열아홉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