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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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8월 2일 《통일의 메아리》
봄의 고향(93)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신홍섭작 《봄의 고향》, 오늘은 아흔세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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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무테안경을 낀 한시명이 하의영의 안내를 받으며 응접실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아, 서사장님께서도 와계셨군요. 이거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좀 섭섭한데요. 그 좋은 길을 떠나시면서 저한테 한마디 말씀도 안하시다니요. 저도 동포로서 사장님들의 가까운 친구가 될수 있다고 자부해왔었는데 정말 유감천만입니다.》

《같은 동포라고 해서 다 친구가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소. 또 아들벌이 되는 사람과 아버지의 나이벌 되는 사람끼리 친구가 될수야 없지. 안그렇소, 부령사어른? 자, 어서 앉으시오.》하며 리성원이 점잖게 안락의자쪽을 가리켰다.

《흐음, 그래요? 감사합니다.》

안락의자에 앉은 한시명이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웃턱을 별스레 씰룩거렸다.

《손녀와 며느리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군요. 아무쪼록 집밖을 나다녀도 살아가는 재미는 괜찮은것 같습니다. … 뭐, 달리 생각지는 말아주십시오. 이래저래 축하드릴 일이 생겨 들렸습니다.》

《뭔가 삭갈린건 아니요?》

《천만에요. 너무 긴장하실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내 집에서 긴장할거야 뭐 있소. 하물며 이렇게 친절하고 세심한 부령사나리까지 와계시는데야.》

《흐음, 역시 말할 재미가 있군요. … 우선 서사장님께서 여기 H시에 동포조직지부를 내온데 대해서와 보다 중요하게는 사장님께서 평양방문을 다녀오신데 대해 축하를 드리자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리성원과 서해수의 눈길이 마주쳤다.

《모든게 무사히 진행되였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 그래서 말입니다. 뭐라 할가. 이제 사장님의 평양방문소식이 파다하게 퍼지면 그에 대한 동포사회의 호기심이랄가, 반향이랄가 하는것이 만만치 않을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령사관에서는 사장님의 평양방문소감과 관련한 간담회 같은것을 한번 조직해볼 생각인데… 어떻습니까?》

상대방의 심중을 떠보는듯 눈망울을 이러저리 굴리며 한시명이 말을 주어섬겼다.

《고맙소. 그런건 우리가 알아 조처할테니 그런 걱정까지 안해도 되오. 가뜩이나 바쁘신 부령사어른께 그런 부담까지 줘서야 되겠소.》

리성원이 시답지 않아하는 어조로 대꾸했다.

《그렇게까지 겸손할 필요가 있을가요. 사장님, 전 진심을 터놓고있는중인데요.》

한시명이 안락의자에서 몸을 솟구며 리성원에게로 바싹 다가들었다.

《이것 보오. 부령사나리! 사실 이건 후에 말하자고 하던건데 마침 나리가 먼저 진심을 말한다니 나도 한가지 보여주고싶은게 있소. 잠간만…》

리성원은 앞탁우에 놓여있는 트렁크에서 연미색종이봉투를 꺼내들었다.

모두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그가 봉투에서 여러장의 흰종이들을 꺼내드는것을 지켜보았다.

리성원은 그중에서 어느 한장을 한시명에게 내밀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이 낯이 익지 않소? 이 사람이 누구인것 같소?》

뚫어지게 그림을 들여다보던 한시명이 꿈틀 놀랐다.

목을 잔뜩 뽑아들고 넘겨다보던 서해수가 반색을 했다.

《아이구, 이거 부령사님이 언제 이런 모델노릇까지 하셨소? 정말 신통하우다. 참 잘 그렸군요.》

《글쎄, 누가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형상한것만은 틀림이 없군요. 이 미술가분에게 인사를 올려야겠군요.》

한시명이 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림을 넘겨주려 했다.

《본인도 인정하는 그림이니 그러지 말구 기념으로 건사하오. 내겐 또 있으니까. 그건 내가 평양에서 만났던 류광원이라고 하는 한 미술대학 학생이 구면지기인 장목사님께 전해주는거요. 3년전의 일이라던지… 북의 인권을 비방하는 기자회견발언문을 외우지 않는다고 우산대로 사정없이 찔러 얼굴에 영원히 지울수 없는 흔적을 남겨놓은 소년! 그도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했소.》

얼굴이 파리해지다 못해 새까맣게 질린 한시명이 중풍을 만난듯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도 그 대학생의 말을 듣고는 차마 믿을수가 없었소. 하지만 기억력이 사진기와도 같은 순진한 그의 머리속에 잊을수 없는 상처를 남긴 당신의 모색이야 어디 가겠소.

장목사! 그래, 그때 바람같이 자취를 감추었던 당신이 여기엔 왜 나타났소? 그리구 나를 기자간담회에 끌어내려는 진목적은 뭐요? 이 늙은걸 제2의 류광원으로 만들어볼 생각이였소?!》

리성원은 비지땀을 쏟으며 씩씩거리는 한시명을 가소로이 바라보았다.

《지금 북에서는 사람들의 인권이 최대로 중시되고 훌륭히 보장되고있소. 누구라 할것없이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지니고 근심걱정없이 살고있으며 정치적안정을 누리고있소. 다시말해서 사람을 제일로 귀중히 여기고 모든것이 근로민중을 위해 복무하며 후대들에게 만복이 차례지는 별천지가 바로 북이란 말이요. 당신같이 동족대결을 업으로 삼고있는 무리들이 외세의 추종밑에 여기 해외에까지 기여나와 정체를 위장해가며 북의 이러한 현실을 아무리 외곡하고 훼손해보려고 해도 그건 한갖 시대착오적인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뿐이요.》

리성원의 준렬한 론조에 한시명은 완전히 기가 꺾인듯 축 늘어진채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아마 당신은 오늘 우리 집에 온것을 두고두고 후회할거요. 하지만 나는 그보다도 당신이 나라의 통일과 민족의 대단합이라는 대업에 역행해온 자신의 행위에 대해 더 후회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이젠 우리 집에 다시는 발길질을 마오, 부령사나으리!》

리성원은 겨우 자신을 진정하며 거칠게 숨을 톺았다.

서해수도 입을 딱 벌리고 리성원을 놀라운 눈길로 지켜보고있었다.

기진맥진한 한시명이 리성원을 노려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터벌터벌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하의영이 바래우려 움직이는데 리성원이 제지시켰다.

《개는 바래주는 법이 없소.》

서해수와 하의영이 경탄의 눈빛으로 리성원을 바라보았다.

《그새 형님은 평양에 가서 도를 닦은게 아니요? 나 같은건 쳐다보지도 못할 아득히 높은 상상봉에 거연히 서있으니 말이요. 형수님! 이거 우리가 사람을 헛갈린건 아닌지 모르겠수다.》

《나도 지금 그 생각이예요. 갑자기 젊어진것 같기도 하고 기운이 팔팔해보이는것이 뭐가 뭔지 모르겠군요. 분명 나의 님이 틀림없다는것밖에는…》

리성원이 방금전과는 달리 훤한 웃음을 지으며 안해의 어깨에 슬며시 손을 얹었다.

《이제야 당신이 나를 정확히 본것 같소. 아무렴. 봄의 고향을 다녀왔으니 젊어지고 팔팔해질수밖에. 그렇다고 나를 질투하진 마오. 당신도 이제 나처럼 젊어지게 될테니까.》

《그게 정말이예요?!》

하의영이 믿어지지 않는듯 깔끔한 눈으로 그의 아래우를 훑어본다.

《정말이 아니면 내가 언제 실없는 소릴 한적이 있소. 내 말만 믿으면 되오.》

리성원은 속이 후련하도록 껄껄 웃으며 안해와 서해수를 안락의자에 끌어다 앉혔다. 그리고는 량쪽에 자기 손을 내맡기고 웨치듯 말했다.

《명년 봄엔 우리 다같이 가자구.》

《어디로요, 에덴으로요?》하고 약속이나 한듯 두사람이 동시에 묻는다.

《에덴같은 소릴… 따스한 곳, 봄의 고향이지!》

리성원의 목소리는 어느새 푹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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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봄의 고향》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아흔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