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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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5월 22일 《통일의 메아리》
봄의 고향(57)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신홍섭작 《봄의 고향》, 오늘은 쉰일곱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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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원이 해쭉이며 설명해주었다.

강냉이지짐, 강냉이꽈배기, 강냉이튀기완자, 강냉이비빔국수…

리성원은 아직도 김을 몰몰 피우는 지짐을 집어들고 입에 조금 물었다. 따끈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와 입을 유혹하는듯 했다. 그는 접대원이 언제 사라졌는지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료리들의 이름도 그렇고 맛도 자기대로 특색이 있지만 공통적이라고 할수 있는 강냉이특유의 구수한 맛만은 한결같았다.

(허- 거 생각과는 다른걸. 믿어지지 않는군.)

거퍼 감탄을 하며 골고루 맛을 보던 그의 눈앞에 정숙하면서도 사려가 있어보이는 한 로년의 녀인이 띄였다. 녀인은 눈길을 천천히 휘두르고있었다.

리성원은 그가 식사를 하러 온 녀성일거라 생각되였다. 동무하면서 평양녀인과 이야기를 나눌 의향이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나이로 보아도 자기와 비슷해보였다. 그는 여기에 빈자리가 있다는 의미로 녀인을 건너보며 바닥이 보이게 편 손으로 마주한 자리를 가리켜주었다.

녀인이 그러는 리성원을 알아보고 반색을 하며 다가왔다.

《자리가 비였습니다. 밤거리를 바라보며 먹는 기분도 좋습니다.》

리성원은 자기옆의 커다란 창문을 피끗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녀인은 나이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듯 한 웃음만 짓더니 조용히 앉으며 입을 열었다.

《음식맛이 좋습니까?》

《예, 사실 놀랐습니다. 난 해외에서 온 동포입니다.》

《그렇다고 짐작이 갔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들의 말은 대체로 료리에 대한 이야기로 오고갔다.

한창 그들이 말을 주고받는데 좀전에 음식을 내다주었던 접대원이 급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연구사선생님, 대학에서 전화입니다.》

그 녀인은 리성원에게 사의를 표하고 자리를 떴다.

리성원은 한동안 멍하니 멀어져가는 녀인을 바라보다 뒤이어 돌아서는 접대원을 불러세웠다.

《연구사라니… 저 년세에 아직도 일을 한다는 소린가요? 손님이 아닌가요? 어느 대학의…》

자기가 순간에 너무 많은 질문을 한다고 생각되여 리성원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고보면 다 물은것이였다. 그런데 더 놀라는건 접대원이였다.

《그러니 손님도 모르신단 말이군요?》

《예? 예예, 나도 그저 손님으로만…》

접대원은 입을 가리우고 호호호 웃었다.

《장철구평양상업대학 연구사선생님이십니다. 오늘처럼 자주 급양부문들에 나와 연구사업을 보신답니다.》

연구사였구나. 그래서 료리에 대해 박식했군.

식당문을 나서니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했다.

리성원은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나 어디로 가야 할지 알수 없었다.

한동안 택시라도 잡아볼가 궁싯대던 그가 평양역방향으로 나가볼가 하여 움직이려던 참이였다.

식당문이 열리며 한 녀인이 밖으로 나왔다.

《아니?!》

리성원은 반가웠다. 퇴근길에 오른 녀성연구사였다.

《아니, 선생님이 어떻게 아직 여기 계십니까?》

《실은 호텔을 찾아가야 할텐데 방향을 알수 없어 그럽니다.》

《그렇습니까? 저와 함께 가십시다. 제가 택시를 잡아드리지요.》

《이거 참,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호텔방향과 녀인의 집방향이 같은것을 알게 된 리성원은 택시를 마다하고 함께 걸었다.

깊은 밤이여서인지 인적이 드문데도 리성원은 고요한 밤거리를 걷는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몰랐다. 그는 유정한 이밤에 만난 초면의 녀인과 대화를 계속 나누고싶은 충동을 누를수 없었다. 물어보거나 알고싶은것이 너무도 많은 그였다.

《실례되는 말입니다만 좀 묻겠습니다. 일없겠습니까?》

리성원의 물음에 녀인은 헌헌하게 《어서.》하고 말했다.

《선생께서 그 년세에도 연구사업을 하신다니 놀랍습니다. 그런데… 글쎄, 모욕으로 생각되신다면 대답은 안하셔도 됩니다. 하도 많은 직업중에 하필 식료연구에 종사하시는지… 내 경우와는 하도 멀기에 물은것입니다.》

녀인의 대답은 역시 거침이 없었다.

《허허, 아무 일이든 자기 인민에게 복무하면 되는거지요. 그리고 전 녀성이니까요. 주부란 가정에서 자기가 한 음식을 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가 제일 즐거운게 아니겠습니까. 전 그저 나라의 주부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는거랍니다. … 말해놓고보니 쑥스럽군요. 그저 그렇게 살려고 할뿐입니다.》

《주부라… 흔한 말인데 새롭게 들리는게 저로서도 이상하군요.》

리성원은 더는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너무도 많은것을 너무도 짧은 사이에 깨달은 사람의 심리를 체험하며 묵묵히 걷기만 했다. …

잠자리에 들었으나 리성원은 자정이 넘도록 잠들수 없었다.

《음-》

신음소리 같은것이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이어 베개에 묻은 머리가 가로흔들려졌다.

이 땅에서 사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인정미와 선량함은 고맙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했으나 아직은 다 리해할수가 없었다.

진실은 리해하는것이 아니라 깨달아야 보게 되는것이다.

그의 마음속에서 의혹이 줄어든 대신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하는지 결단을 내릴수 없는 리유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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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봄의 고향》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쉰일곱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