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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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5월 20일 《통일의 메아리》
봄의 고향(56)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신홍섭작 《봄의 고향》, 오늘은 쉰여섯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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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24

리성원은 한참이나 어둠이 내려앉은 평양의 밤풍경을 내려다보고있었다.

낮에는 별로 느끼지 못하던 랭기가 저녁이면 어김없이 찾아들었고 해지는 시간도 빨라지는것이 느껴진다.

리성원은 오늘 홍송미와 함께 평양산원과 문수물놀이장을 돌아보았다. 참관에 동행한 그곳의 관리인들이라는 사람들의 설명을 들으며 리성원은 마음속으로 적잖게 놀랐다. 부자나 관리들을 비롯한 특정한 계층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국가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러한 봉사를 한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위하고 바친다는것도 그 어떤 보상을 전제로 하는것이다. 하다면 이 땅에서는 무엇을 목적하여 평민들을 위해 수입과 지출이 맞지 않는 밑지는 놀음을 하는것인가. 미국이나 서방에서 말하듯 선전용이라고 밀몰아붙이기에는 도대체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투자가 아닌가.

호텔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건너다보이는 거리들의 불야경이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조명색채와 은근한 배경바탕빛이 신비한 예술적조화를 이룬것이 품들여 만든 피사체나 공연무대를 보는듯 눈맛을 흠뻑 돋구었다.

지금껏 보아온 유럽과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대도시들의 밤풍경들이 그의 뇌리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거만하게 치솟은 마천루들이 악마의 눈처럼 번쩍거린다. 밤은 모든 주택들과 건물, 탑들과 공원, 성당과 무도장들을 미치광이같은 몰골로 만들어낸다. 광신적인 육감으로 번쩍거리는 적황색의 불빛이 쉼없이 껌뻑이고 검푸른 색갈의 란무하는 조명빛속에서는 반라체가 된 녀자들의 육체들이 그 땅우에 살아움직이는 모든것을 로골적으로 그리고 닥치는대로 유혹한다. 그 세계의 밤은 영원히 안식을 모르는 각종 음모와 범죄, 쾌락과 타락으로 순간순간이 이어지는 지옥의 시간이다.

하다면 평양의 밤은 어떠할가.

리성원은 문득 평양의 밤거리를 돌아보고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대낮과는 달리 밤에는 사람들이 자기를 곧잘 드러내는 법이다. 력사의 중대사변들은 대부분 밤에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리성원은 호실에 올라와 겉보기에도 표가 나는 연미색덧옷을 벗어던지고 밤색와이샤쯔차림에 진곤색양복을 걸쳤다.

침실에 있는 경대에 비쳐보니 자기라고 믿어지지 않는 사람이 마주보고있었다.

호텔 주차장에서 택시에 오른 리성원은 운전사더러 평양역에 가자고 했다.

10분쯤 지난 후에 평양역에서 내린 리성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주변은 대낮같이 환한데 승용차들이며 대중뻐스들이 쉬임없이 분주히 오가고있었다. 역앞의 그리 크지 않은 야외공원은 렬차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거리고있었다. 몇메터높이우에 서있는 대형전광판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것이 보였다.

리성원은 흥미가 동해 어슬렁거리며 그쪽으로 몇발자욱 옮겼다.

전광판에서는 생기있고 이쁜 처녀들로 이루어진 어떤 악단의 공연이 펼쳐지고있었다. 무슨 대중류행가수들로 보이는데 시원한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것이 매우 청신해보였다.

어떤 노래를 부르는가 귀를 도사려보니 뜻밖에도 이건 손녀 혜림이가 집에서 코노래로 즐겨부르던 신데렐라의 18번이 아닌가. 느닷없이 가슴이 찌르르해왔다. 너무도 귀에 익은 노래를 듣고보니 손녀애가 이 노래를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가 대중잡아보았다.

내가 지금 와있는 곳이 평양이 옳긴 옳은가?

가만히 손잔등을 꼬집어본 리성원은 좀처럼 리해가 가지않아 머리를 흔들었다.

그 노래가 끝나기 바쁘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고전명곡들이 련곡으로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리성원은 더욱 놀랐다. 어림짐작으로 보아도 스무살안팎인 일여덟명의 처녀배우들이 잠간사이에 흠잡을데 없는 기악연주와 노래로써 세계를 일주하고있는것이 아닌가. 전광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례사롭고 평온한것도 무척 놀라움을 자아냈다.

발길을 돌리는데 여기저기서 밝은 웃음소리들이 그칠새없이 들려왔다. 무료함을 달래려는듯 끼리끼리 모여앉아 장기판이며 주패놀이판을 펼쳐놓은 사람들이 성수가 나서 들썩이고있었다. 저쪽에서는 유희오락장이 흥성거리는데 공기보총사격과 오리목걸기, 수류탄던지기에 열이 오른 아이들과 어른들이 연방 환성을 질러댔다. 아무리 살펴봐도 동냥을 구하는 걸인 같은것은 눈에 띄우지조차 않았다.

리성원은 지나가는 한 처녀에게 여기 가까운 곳에 식당이 어디 있는가고 물었다. 대학생인듯 한 처녀는 앞뒤방향을 다 가리켜주는것이였다.

고맙다고 말한 리성원은 고려호텔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호텔앞에 이르자 은하수식당, 창광식당 등 친근하면서도 부드럽게 안겨드는 각이한 이름을 단 식당들이 차도의 량켠으로 쭉 늘어선것이 대충 훑어도 스무여군데는 잘되는것 같았다.

값비싼 고급건축재료들을 아낌없이 들인것이 분명한 호화로운 식당안의 넓다란 홀들과 흥성거리는 손님들이 대형유리창너머로 환히 들여다보였다.

서양료리집이라든가, 삐짜전문이라고 써붙이고 외국료리들을 봉사하는곳들도 여러곳이나 되는데 역시 사람들로 붐비고있었다.

재미있다는듯 음식점거리 식당들의 네온등으로 장식된 이름들을 띄여보던 그의 눈이 갑자기 번쩍했다. 한쪽끝에서 재미나는 이름을 발견한것이였다.

강냉이전문식당이라?!

리성원은 내심 동하는 흥미를 느끼며 반달음을 놓았다.

식당안은 많은 사람들로 분주했고 빈 좌석이 거의 없다싶이 했다. 안에서는 흥겨운 농악 같은것이 흘러나오고있었다.

얼마쯤 기다려서 좌석을 잡았으나 봉사시간이 끝날무렵이 되여오는듯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어 한결 조용해졌다.

봉사복을 가뜬하게 차려입은 처녀접대원이 다가와 다소곳이 인사를 하며 어떤 음식을 청하려는가고 상냥스레 물었다.

대답이 궁해진 리성원은 할수없이 이렇게 되묻고말았다.

《이 식당에서 가격이 제일 눅은 음식이 뭔가요?》

말투때문인지 해외동포라는것을 알아차렸던지 의아해진 두눈을 깜박이던 접대원이 얼른 출납쪽에 가서 비교적 두툼한 책자를 가져다주었다.

《이걸 보시고 신청하시면 됩니다.》

음식차림표였다. 강냉이로 만든 음식들이 종류별로 사진과 가격까지 받쳐 올라있는데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중에는 강냉이음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희한한 료리들도 있었다.

《그럼 이중에서 손님들이 제일 많이 찾는 음식을 가져다주시오.》

곧 접대원이 보기에도 푸짐한 음식들을 내다주었다.

물수건에 손을 씻으며 차려진 식탁을 내려다보던 리성원은 놀라웠다.

정말 이게 다 강냉이로 만든 음식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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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봄의 고향》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쉰여섯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