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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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3월 25일 《통일의 메아리》
봄의 고향(28)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신홍섭작 《봄의 고향》, 오늘은 스물여덟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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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13

오늘은 일요일이다. 오후 네시쯤 되자 리성원은 혼자 조용히 집을 나섰다. 그의 집에서 소로길을 따라 5분정도 나오면 마이클거리가 나진다.

거리의 좌우로는 나지막한 5~6층짜리 주택건물들이 지붕을 맞대고 늘어져 서있는데 그 거리는 넉넉히 잡아서 한마장쯤 되였다. 그 중간쯤에 이딸리아식당이 있고 백메터쯤 더 가면 해피댄스홀이라는 무도장이 눈에 뜨인다. 리성원이 지금 찾아가는 죠이티룸이라는 차집은 거기서 오십여메터정도 떨어진 도로옆에 있었다.

이름그대로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지는 몰라도 프랑스계카나다인가정이 운영하는 자그마한 이 차집은 리성원이 외로울 때마다 찾군 하는 일종의 안식처나 다름이 없었다. 안해나 서해수는 그것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리성원은 언제 한번 그들과 함께 와본적이 없었다.

차집안에 들어서니 5~6명의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그는 계산탁앞에 서있는 녀주인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나서 자기의 고정좌석인 7번탁으로 다가가 팔걸이의자에 앉았다.

백평방메터가 채 못되는 실내이지만 차탁이 일여덟개뿐이여서 널직해보였다. 창가림을 드리우고 붉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조명빛에 서정적인 프랑스의 고전음악까지 흘러나와 그윽한 정서를 자아내고있었다.

잠시후에 녀주인이 그의 차탁으로 다가왔다. 단골손님들에게는 각별히 환대를 베푼다는 녀인이였다. 하지만 리성원은 40대라고는 해도 나이보다 퍽 젊어보이는 이 녀자가 특별히 자기한테 더 관심을 돌려주는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혹시 이것이 리성원자신의 일방적인 생각일지도 몰랐다.

확실히 이 녀주인에게는 류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것은 그자신은 두말할것도 없고 이 차집의 품격까지 더해주는 친절하고 사려깊은 지성이였다. 처녀시절에는 빠리의 루브르미술박물관에서 일했다고 하는데 프랑스문학과 미술작품을 분석하는걸 보면 상당한 수준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자기 민족의 문호인 빅또르 유고를 무척 사랑했다.

언제인가 리성원은 손님들이 거의 비다싶이 한 차집에 들린 기회에 녀주인과 오랜 시간 마주앉아 한담을 나눈적이 있었다. 그때 유고의 장편소설 《노뜨르담대사원》의 독후감을 가지고 이야기가 벌어지게 되였다.

녀주인이 에스메랄드의 형상에 대한 아쉬움과 까지모도가 이루지 못한 사랑과 죽음을 두고 안타까움을 토로할 때 리성원은 틀어올린 진회색의 머리칼을 가진 그 녀자의 밤빛눈동자에 어린 눈물을 보았었다.

녀주인이 지니고있는 박식함과 그와 예술적인 조화를 이루는 감정의 섬세함에 리성원은 매혹되게 되였다.

《선생님께서 오래간만에 오셨군요.》

《친절한 <꼬제뜨>, 그새 잘 있었소?》

두사람은 마주앉을 때면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군 했다.

녀인은 가볍게 무릎을 꿇는 자세를 취했다. 그것이 특별히 반가움을 표시하는 인사라는것을 리성원은 잘 알고있었다.

《꼬제뜨》는 이 녀자의 이름이 아니였다. 리성원은 그에게서 유고의 작품에 대한 일가견을 들은 후부터 그를 그렇게 불렀다. 그 이름은 유고의 어느 대표작에서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이였다. 그것으로 하여 그들의 사이는 더 친밀해졌다.

녀주인이 차탁에 커피를 올려놓자 리성원은 불안해졌다. 그가 훌 가버릴것 같아서였다.

《정 바쁘지 않다면 잠시 앉아주면 고맙겠소. 당신을 보면 무엇인가 잘 떠오르군 하오. 그래주었으면 하오.》

《바라신다면 그렇게 하죠.》

그 녀자는 리성원의 청을 기꺼이 들어주었다.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짓고 두손으로 턱을 고인채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가는 리성원을 사려깊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커피잔을 내려놓던 리성원은 녀인의 눈가에 어려있는 눈물자욱을 보았다.

《혹시 방금전까지 에스메랄드와 까지모도를 생각한게 아니요?》

《물론이지요. 왜 그뿐이겠어요. 빠리를 그려보았지요. 몽마르뜨언덕과 샹젤리제거리도 걸어보고요.》

《난 당신을 보며 살아있는 몬나리자부인이 아닌가고 생각해본적이 있었소.》

녀주인은 눈가를 손수건으로 훔치고는 활짝 웃었다.

《선생님은 년세에 어울리지 않게 아첨을 곧잘하세요. 하지만 그 몬나리자부인도 지금은 빠리의 루브르박물관에 있지요. 비록 그림속의 인물이라도 나는 그가 나보다는 행복하다고 생각돼요.》

리성원은 동정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프랑스가 그렇게도 그립소?》

《그럼 선생님은 조국이 그립지 않은가요?》

녀주인은 악의없는 미소를 머금고 되물었다.

《?!》

리성원은 한방망이 얻어맞은듯 했다.

어디선가 거치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기의 조상이 있고 태를 묻은 조상의 땅까지도 영원히 잊어버리고 살 작정이시우?》

그렇지, 서해수가 나를 질타하던 말이였지.

《선생님, 미안합니다.》

녀주인이 새 손님이 들어오자 두손을 가볍게 펼쳐보이며 일어섰다.

《괜찮소, <꼬제뜨>. 어서 가보오.》

그 녀자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리성원은 한손으로 이마를 싸쥐였다.

《여기에 누가 고국땅을 웃으며 하직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한편 이렇게도 생각해볼수 있지 않을가요. 그래도 그때 고국을 떠나 이렇게 이민을 오셨기에 오늘 이런 인생의 성공을 거둘수 있지 않았는가 하고 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고국을 탓하기만 할것이 아니라 고맙게 여길수도 있지 않을가요?》

서해수의 석쉼한 목소리가 어느덧 한시명부령사의 경쾌해진 목소리로 바뀌여 그의 뇌리를 울리고있었다.

나에게도 그런 고국이 있단 말이지. 그럼, 그 말이 옳기야 옳지. 내가 그때 그 땅을 떠나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살아서 이렇게 숨이나 쉬고있을가. 고향인 인천의 그 어느 주변에선가 뜨내기어부가 되여 페선이나 다름없는 목선을 타고 풍랑세찬 바다에 나갔다가 벌써 오래전에 물고기밥이 되였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누구도 들어가기 끔찍해하는 삼척이나 녕월탄전의 어느 탄갱에 들어갔다가 탄층이 무너져내려 순장이 되고마는 신세를 면치 못했을테지. 물론 가정도 이루지 못한 처지라 내 주검앞에 술 부어줄 자식이나 마누라도 있을리 만무하고 외토리까마귀 한마리가 묘비도 없는 무덤가옆에서 구슬프게 장송곡을 불러주었을테지. 그래, 난 그 땅을 저주만 할것이 아니라 고맙게도 여겨야 한다. 그 땅이 나를 수륙만리 파도너머로 죽든살든 아랑곳없이 제때에 내던져주었기에 나는 죽지 않고 살아서 이렇게 가정도 이룰수 있었고 이름도 자자한 챠일드의 주인이 될수 있은것이 아닌가. 하다면 내가 떠나온 후 고국이라는 말로밖에 달리 부를수 없는 그 땅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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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봄의 고향》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스물여덟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