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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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2월 14일 《통일의 메아리》
봄의 고향(8)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신홍섭작 《봄의 고향》, 오늘은 여덟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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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4

《롱》악단의 초대공연은 막을 내렸다. 아니, 아예 막이 오르지조차 못했다고 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애오라지 희망이라는 한가닥의 미련을 가지고 허우적이는 혜림이와 그의 동료들의 꿈을 외면해버리고말았다.

리혜림은 거의 반시간나마 텅 빈 극장의 객석 한가운데 서있었다.

천명이나 수용할수 있는 객석을 차지한것은 수십명쯤 되여보이는 고등학교 남녀학생들과 틀림없는 불량배로 보이는 몇몇 청년들뿐이였다.

그러면 나머지 숱한 관객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메마른 사막의 한줄기 물처럼 순식간에 증발되여버렸는가.

혜림은 무대우에 서있는 악단동료들을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공연의 흥행은 전적으로 그의 소임이였던것이다.

멀리 2층의 초대석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의 모습이 어렴풋이 안겨왔다. 불시에 눈물이 왈칵 솟구치는것을 가까스로 억제했다.

이때였다.

《여, 깽깽이악단! 공연을 안할테요?》

《기악연주를 시작해라! 객석도 넓은데 춤이라도 한바탕 추자꾸나. 하하하…》

사자머리를 한 패거리들이 객석의 입구통로를 차지하고 야유조로 줴치는 소리였다. 어떤 년놈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흐물대며 벌써 궁둥이들을 맞대고 몸을 비틀며 돌아간다.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이요?! 이 엄중한 사태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보상하시오. 돈은 둘째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극장의 명예가 훼손되였단 말이요. 이런 철부지들의 말을 믿었던 내가 어리석었지.》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눈확이 푹 꺼져들어가고 머리가 완전히 벗어진 극장 지배인이 노란 눈알을 희번득이며 엄숙히 항의했다.

리혜림은 눈길을 떨구고 몸을 옹송그리였다. 비에 함빡 젖은 참새처럼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그지없이 가엾어보였다. 마치 큰죄를 저지른 사람 같았다.

《여보시오, 지배인어른! 체통에 어울리지 않게 무슨 과장이요!》

갑자기 객석을 드렁드렁 울리며 지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한 지배인이 돌아보니 몇발자국 떨어진 곳에 리성원이 서있었다.

《솔직히 당신이야 손해가 아니라 리득을 본 사람이 아니요! 오늘이야말로 극장력사에 있어본적이 없는 최대수익을 올리지 않았소. 내가 보건대 이 극장은 엄중한 사태가 아니라 최대의 호황기를 맞이했구만. 아마도 보상은 당신이 아니라 우리 손녀애가 받아야 할거요!》

메사해진 지배인은 입을 쓰겁게 다시더니 어디론가 훌 사라지고말았다.

《할아버지!》

혜림이가 자기를 곤경에서 구원해준 할아버지의 목에 매달렸다. 참고참았던 울음이 터져나왔다.

《진정해라. 이쯤한 일을 두고 눈물까지 흘리다니. 세상만사란 다 이런거다. 욕망만으로 일이 다된다면 얼마나 좋겠니. 자기가 자기를 아는게 가장 중요한거다. 하지만 걱정말아. 이것도 중대한 기회로 삼으면 되는거다. 가장 중요한것은 자기가 나아갈 길을 옳바로 찾는거다. 물론 그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자, 할머니랑 어머니랑 집에 가자꾸나.》

리성원은 인자한 할아버지답게 손녀의 등을 어루만져주며 위로해주었다.

《미안해요, 할아버지. 먼저 가세요. 난 좀 있다가 가겠어요.》

조금 진정된듯 하나 아직 울먹이는 목소리로 혜림이가 대답했다.

《그럼, 인차 들어오거라. 저녁에 우리 앞일을 론의해보자.》

리성원은 발길을 떼지 못하는 안해와 며느리를 재촉하며 객석출입구로 향했다.

잠시후 홀로 남은 혜림은 얼굴을 싸쥐였다. 그러더니 객석의자에 다가가 무너지듯 주저앉고말았다.

《롱》로크악단의 초대공연은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완전히 실패했다. 원인을 규명해야 했다. 공연수준이 문제였던가. 아니!

그는 며칠전 H시교외 공원에서 진행한 준비공연이며 이름있는 무도장 《무쵸》에서의 초청공연때를 돌이켜보았다. 분명 신생악단임에도 불구하고 찬사가 비발쳤고 좀 란잡하고 무례하기는 했어도 호응이 대단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도중에 여기저기서 카메라들이 경쟁적으로 섬광을 터뜨렸는가 하면 손전화기로 록음하는 사람들과 노래를 따라부르는 사람들사이에 서로 비난하는 고성에 공연이 일시 중지되기까지 했었다. 공연이 끝났음에도 돌아갈 생각을 않고 휘파람을 불어대며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들은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것은 신선함이였다, 분화구를 찾아 무섭게 몸부림치는 열망과 욕구가 매력적이였다며 제나름대로의 분석을 가하기도 했다.

아직도 그때의 격동이 망막과 기억속에 생생한 혜림이였다.

그런데 그처럼 품들여 준비해온 오늘의 초대공연은 어째서?!

혜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비칠거리며 동료들이 서있는 무대우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그의 모습을 객석의 바른쪽 출입구의 휘장속에서 오래도록 지켜보는 한 반백의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뜻밖의 사정으로 공연개시시간을 불과 5분 앞두고서야 극장에 도착한 서해수였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오후 4시경에 그는 뜻밖에도 리성원이 보낸 챠일드회사의 상무를 만나 사전일정에 없던 《벼락면담》을 진행해야 했던것이다.

면담의제는 이미 한창 인쇄추진중에 있는 완구상표문제였다. 그런데 상무는 전에없이 기술적인 애로와 회사의 어려운 재정형편을 토로하며 시간과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우는소리를 늘어놓았다.

자기와 리성원과의 각별한 친분관계를 잘 아는 상무의 말에 그는 심사숙고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다나니 면담은 자연히 길어졌고 서해수는 아귀를 채 짓지 못한채 량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달려온것이였다.

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극장의 분위기에 그만 가슴이 철렁해졌다.

즉시 손전화기로 자기의 서기를 찾은 그는 오늘공연을 관람하기로 되여있는 회사사원들이 어디에 갔는가고 물었다.

서기의 대답은 상상밖이였다. 공연관람을 갔던 사람들이 방금전에 모두 되돌아왔다는것이였다.

리유는 간단했다. 극장 출입구에서 어떤 젊은이들이 갖은 감언리설로 사정하는 바람에, 돈을 더 주겠다기에 관람표들을 모두 팔아버렸다는것이였다. 의문스러운것은 그들이 자기들의 요구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사람들은 위협절반, 회유절반으로 순응시켜버렸다는 사실이였다.

서해수는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이미 케가 글렀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래, 그 젊은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봤다오?》

《다는 모르겠는데 그중의 몇몇 사람은 알리권투구락부에서 본 기억이 있다고 합니다.》

순간 서해수는 뒤통수를 되게 얻어맞은듯싶었다.

그 권투구락부는 리성원의 아들 정석이가 고등학교시절에 다닌 곳이였다. 그 구락부가 불경기를 겪을 때면 리성원이 가끔 후원을 해준다는 말을 언제인가 들은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실마리를 잡은것 같았다. 짙은 안개속에 휘감겨있던 어떤 형체가 자기를 서서히 드러내보이는것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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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봄의 고향》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여덟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