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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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9(2020)년 2월 12일 《통일의 메아리》
봄의 고향(7)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신홍섭작 《봄의 고향》, 오늘은 일곱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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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을 맺어준것은 리성원의 아들이며 혜림의 아버지인 리정석이였다. 리성원과 서해수는 H시병원 구급소생과 대기실에서 서로 인연을 맺었다.

그때 리성원내외는 미국류학도중에 집에 돌아와 소란을 피우다가 차사고를 당한 정석이의 수술때문에 병원에 와있었다.

갑자기 심장발작을 일으킨 안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가려던 서해수는 비록 초면이기는 하지만 인사불성이 되여버린 리성원의 량주의 모습이 가긍하여 쉽게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서해수는 정석이 수술을 받는 두시간동안 리성원부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과정에 두사람은 타향만리 이국땅에서 피줄과 처지의 공통점을 확인하면서 마음속으로 함께 피눈물을 삼키였다.

동병상련이라고 자기들이 겪은 불행들이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은것도 물론이였다.

이후에 그들은 더욱 친밀해졌다. 같은 동포인데다가 서해수에게 필요되는 완구상표인쇄라는 사업건까지 겹치다보니 이모저모로 도와주고 도움도 받는 사이가 되였던것이다.

리성원은 서해수의 안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친형의 심정으로 돌보아주었다. 서해수 역시 리성원에게 있어서 제일 골치거리인 정석이의 건강회복을 위해 아글타글 애썼다.

정석이가 석달이상의 치료를 받고 챠일드회사 사원으로 취직한 후에는 인물도 마음씨도 고운 처녀를 물색하여 가정을 이루도록 도와주었다. 그 처녀가 바로 서해수의 완구회사에서 상표도안가로 일하던 안희경이였다.

하지만 얼마후 정석이는 불행하게도 지난날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모와 안해 몰래 마약을 사용하며 환락을 추구하다가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고야말았다.

그의 죽음이 서해수의 가슴을 얼마나 허비였는지 모른다. 그는 자기가 조금만 더 심혈을 기울였더라면 정석이를 구원할수 있을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외웠다. 그가 정석이가 남기고 간 유일한 살붙이인 혜림이를 그처럼 애지중지해하는것도 바로 이런 리유에서였다.

언제인가 서해수는 리성원과 마주앉아 한담을 나누다가 자기들이 당한 박복에 대한 심회를 터놓은적이 있었다.

《왜 세상이 점점 이리돼가는거요. 인간에게 대체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가르치고있냐 말이요. 내가 양아들녀석한테 들인 공이 그래 부족했단 말이요?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더 크다는 말이 과연 거짓이요?》

리성원은 꺼질듯 한숨을 쉬였다. 그리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인간이 건전하고 정돈된 교육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건 누구나 인식하고있는 엄정한 요구이고 리치라 해야 하겠지. 하지만 미련을 깨야 하네. 이 세상에 그런 리상적인 사회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마 있어본적도 없고 있을수도 없다고 보는것이 정설일걸세. 한갖 꿈에 불과한거지. 오직 자신과 가정의 주인노릇만 바로하면 되는거야. 그외에는 랭정하고 무자비해야 하는거야.》

아무리 리성원과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라고 해도 서해수는 그의 인생관에는 선뜻 공감이 가지 않았다. 객관에 대해 너무도 타산적이며 인간관계는 두말할것 없고 가정생활에서도 수지타산을 앞세우며 정확도를 초월하여 지어 처절하기까지 한 그 가혹함에는 아연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오죽했으면 손녀인 혜림이까지도 혀를 차며 제 할아버지를 가리켜 현대판곱세크라고 했겠는가. 지금 혜림이에게 절실히 필요한것은 돈이나 재물보다도 애정인것이다. 그런데 그 귀중한것을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제대로 섭렵할수 없는 처녀의 고달픔과 안타까움을 할아버지인 리성원은 애써 외면하고있는것이다.

가관은 리성원이가 그처럼 한사코 차단해보려고 하는 혜림이의 탈선을 다름아닌 서해수 그자신이 추동하고있는 사실이였다. 앞으로 그 차단력이 거세질수록 반발력도 배가될것이였다.

불가사의하게도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두사람사이에 끼우지 않으면 안되는 불유쾌한 처지에 이른 서해수로서는 제나름대로 그들을 도우려 했다.

그 무슨 로크악단이라는것이 마음에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정과 사랑의 세계를 애처롭게 갈망하는 혜림이의 심정이 안겨와 발을 벗고 나섰다. 혜림이와 동행하여온 악단성원들의 체류기간 숙식장소와 비용을 자기가 부담해나섰고 괜찮은 공연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뛰여다녔다.

넬슨극장에서 하루 공연을 한다는게 보통 교섭으로는 어렵지만 서해수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초만원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관람석은 채워야 하는데 아직 이름도 없는 악단의 초대공연이라 분위기가 한적할수밖에 없는것은 당연할것이였다.

하는수없이 그는 공연관람표를 대량 사들여 자기 회사의 사원들과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되여 서해수는 그들에게 가족이나 동료들을 데리고 와도 좋다고 선포하고는 그만큼 관람표를 더 주었다.

이쯤되니 천명짜리 객석을 거의다 채울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일이 끝나는것은 아니였다. 서해수는 이미 잘 아는 사이인 H시신문사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공연을 취재보도해줄것을 정식 부탁했다.

이제는 공연만 제대로 하면 만사는 해결되는셈이다.

어느새 기분이 흥그러워진 서해수는 술잔을 들이키고 두손을 썩썩 비볐다. 이것은 그가 기분이 좋을 때 하는 습관이였다.

이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전화기를 드니 리성원의 근심어린 목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아침일찍 안됐네. 실은 어제 밤 전화를 하려다가 너무 늦어 그만두었지. 오늘 혜림이네 공연말이야. 실패하지나 않겠는지 걱정일세.》

서해수는 너무 걱정을 말라며 자기가 혜림이네를 후원하여 벌려놓은 일들과 공연관람과 관련한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리성원은 반색을 했다.

《해수, 자네가 나보다 낫구만. 할아버지인 난 걱정이나 하고있는데 자넨 벌써 성공의 열쇠까지 손에 쥐고있구만.》

서해수는 대방의 목소리에 어딘가 비양조가 어려있는듯이 느껴졌으나 애써 부정하며 허허 웃었다.

《그런데 해수, 자네 이번에 쓴 그 많은 돈을 날 보구 내놓으라구 할 작정은 아닐테지?》

《허 참… 겁이 나오? 형님, 내 아무렴 깍쟁이형님한테 손을 빌릴 사람 같소? 혜림인 내게도 손녀나 같수다.》

《자네 그 마음을 내 왜 모르겠나. 자네의 수고가 은을 내야 하겠기에 하는 말일세.》

《그건 념려마시우.》

《오늘 오후에 넬슨극장에서 만나기로 하세. 공연시간이 몇시던가?》

《오후 5시라고 했수다.》

《알겠네.》

전화기를 놓은 리성원은 자기앞에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는 손녀를 바라보았다.

혜림이는 밤새 잠을 설친듯 눈이 좀 부은것처럼 보였다. 마음이 안스러웠으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다 들었겠지? 얘, 온 집안의 기대가 크니 부디 오늘공연을 잘해라.》

《할아버지, 념려마세요. 꼭 성공하겠어요.》

손녀의 잔등을 두드려준 리성원은 안해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당신도 준비를 하고있소. 시간이 되면 혜림이 에미랑 같이 가기요. 관람표는 내가 특별석으로 미리 예약하지.》

다들 기뻐하는데 안희경이만이 긴장한 눈길로 시아버지의 얼굴을 살피다가 호- 하고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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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봄의 고향》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일곱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