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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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12월 1일 《통일의 메아리》
하늘에서 떨어질 공짜를 바라다가

옛날 쾌청한 어느 가을

그날도 들에선 농부들 벼가을 바쁜데

마을의 소문난 건달뱅이
   뒤산의 포근한 잔디밭에 팔베개 하고 누워
   높이 들린 청청하늘에
   점점이 떠있는 햇솜같은 구름덩이들에
   턱없이 얹어보는 생각

 

   (저 구름들이 날
   매일 기름지게 먹고 놀수 있는 곳에
   태워다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가)

 

그런데 이때 하늘중천에
   겨울철 보금자리 찾아오는
   기러기떼 너울너울
   멍청하니 그 기러기떼 바라보는
   그의 머리에 느닷없이 얹어보는 생각


   (소도 말도 살이 찌는 계절이니
   조것들도 살이 통통 올랐겠지)

 

저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하는
   그의 입에서 뿜어져나오는 장탄식
  《이 미련한 기러기들아
   너희들은 어쩌면 그리도 무정하냐?

그 맛좋은 살덩이를
   나 하나 줄 생각 않고
   훨훨 지나가기만 하니
   더두말고 한마리만 내려와주렴
   술병까지 하나 차고 내앞에 떨어져주면야
   너희들이 더욱 귀엽지》

 

걸탐스런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아니 글쎄 이게 웬일인가
   그의 말을 명령으로라도 들은듯
   기러기떼의 한마리가 돌덩이처럼 내리꼰지더니

그의 발치에 툴렁털썩 떨어지는것 아닌가

하도 놀랍고 신기하여


   건달뱅이 벌떡 일어나 살펴보니
   대가리에 화살이 꽂힌 기러기!
   그는 제꺽 알아차렸네

(아하, 어느 솜씨있는 사냥군의 화살이
   정말 기막히게도 잘 맞혔는걸)

 

주위를 한번 휘익 둘러본 그
   풀덤불속에 얼른 기러기 감추어놓고
   다시 번듯 드러누워
   굳잠이 들은듯 눈을 지리 감았는데
   아니나다를가 잠시후 활을 멘 사냥군
   황급히 달려와 그를 툭툭 건드렸네
  《여보시우, 이자 방금 기러기 한마리
   이 근방에 떨어졌는데 못 봤소?》

 

건달뱅이 마지못해 눈을 뜨고
   귀찮은듯 하품을 하며
   발끝으로 아래켠을 가리켰네
  《잠결이여서 똑똑히는 못 봤는데
   무엇인가 저아래에 떨어지는 소리가 납디다》

 

마음이 황급해난 사냥군
   목을 빼들며 아래를 굽어살피네
  《내 분명 대가리쪽을 면바로 맞혔으니
   멀리는 못 갔겠지
   여보시우, 이 망태기 좀 봐주시우
   내 얼른 집어가지고 올테니》
   망태기 벗어놓고 달려가는 사냥군

건달뱅이 옆에 놓인 망태기를 기웃이 들여다보니
   아구리에 비죽이 내밀려있는 병모가지
  《이건 뭐야?》
   뉭큼 당겨 병마개를 열어보니
   오, 독한 소주의 향기로운 냄새!

 

코가 먼저 벌름벌름
   목젖이 벌써 꿀떡꿀떡 그네질 하니
   무엇을 더 주저하랴
   건달뱅이 기러기와 술병을 걷어안고
   얼씨구나 줄행랑을 놓았네

샘물터곁에 모닥불 피워놓고
   고소하게 구워낸 기러기고기에
   향기로운 소주를 병나발로 꿀꺽꿀꺽

그는 자못 흥에 겨웠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하늘에 나는 고기덩이가
   술까지 받쳐 내앞에 떨어지게 해주었으니
   하늘도 무심치 않아 내 마음 알아준거야
   하늘도 알아주는 내 팔자도
   그만하면 괜찮은 팔자로다》

또 한모금 또 한모금 연방 들이키여
   술병을 거의다 비웠는데
   웬일인가 그가 갑자기 눈을 흡뜨며
   배를 움켜잡고 아이구 아이구
   가슴을 두드리며 헉헉
  《에구 에구 나 죽는다
   누가 나 좀 살려주오》
   몸을 뒤틀며 비명을 련발하던 그
   그만에야 구워놓은 고기에
   코를 박고 뻐드럭뻐드럭

이때 마침 온종일 헛물만 켜고
   목이 말라 빈 망태기 메고
   샘물터를 찾아온 사냥군
   뜻밖의 광경에 어리둥절했다가
   나딩구는 술병을 보고 모든 사연 짐작했네
  《이런 참, 이 일을 어찌하나
   공짜에 미쳐 화살에 바를 독술을
   혼자서 다 먹어댔으니 이 아니 큰일인가》
   마음 착한 사냥군
   건달뱅이 둘쳐업고
   의원을 찾아 허둥지둥 내달렸네

침을 맞고 약을 먹고 토하고
   건달뱅이 천만다행 정신을 차렸을 때
   사냥군이 준절히 꾸짖으며 하는 말
  《여보게, 이제부터라두 명심하게
   그렇게 공짜만 좋아하다가는
   어느때건 제 신세
   망치는 때가 있게 된다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