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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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12월 2일 《통일의 메아리》
민족의 얼 (74)

장편실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원주, 리원갑 작 《민족의 얼》, 오늘은 일흔네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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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는 침구를 쌓아올려놓은 궤짝 하나밖에는 아무 가구도 없다. 방아래목에 앉아서 책을 읽고있던 신사복차림의 중년사나이가 벌떡 일어서며 환성을 질렀다.

《고루선생, 안녕하십니까?》

그는 최형우였다. 리극로는 놀라서 솥뚜껑만 한 손으로 그의 갱핏한 손을 덥석 쥐였다.

《아니, 그 멀고 위험한 길을 또 오셨군. 지난해 왔다가신 다음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적들의 한복판에서 살얼음을 걷듯 하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하고 최형우가 단심을 가리켰다.

셋이 자리를 잡고 앉자 리극로는 최형우와 단심을 번갈아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두분은 어떤 사이이시오?》

《장춘에 오셨을 때 내가 최기봉군에 대해서 이야기한 일이 있었는데 생각이 납니까?》

리극로가 그 큰 눈을 디룩거리다가 말했다.

《아, 생각나요. 그 최기봉군이 바로 이 단심대사란 말이요? 허허, 참.》

《그후 나는 장춘에서 <동아일보> 지국장을 하게 되였고 최군은 국내에 들어와 동냥중이 되였습니다. 가는 길이 각각 다른것 같지만 우리는 일성장군님께서 이끄시는 한길을 걷고있습니다.》

《허, 희한한 이야기로군.》하고 리극로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최형우가 말을 이었다.

일성장군님께서는 조선어학회에 대하여 커다란 관심을 돌리고계십니다. 지금 왜놈들이 발광적으로 벌리고있는 조선민족말살정책에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고있는것이 국내 조선어학자들의 조선어고수를 위한 투쟁입니다. 이는 곧 민족정신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서 온 민족에게 주는 영향이 대단히 큽니다. 장군님께서는 국내 조선어학자들의 투쟁을 백방으로 지지성원하고계십니다.》

리극로의 얼굴에는 감격의 빛이 어리였다. 그의 심중을 살피듯 지그시 바라보던 최형우가 말을 이었다.

《왜놈의 중일전쟁확대는 우리 나라 혁명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열어줄겁니다. 민족적대단결에 의한 반일항쟁은 오늘날 우리의 초미의 과제입니다. 조선어학회 학자들이 반일민족통일전선체인 조국광복회에 망라된다면 이 전민항쟁의 일익을 담당하게 될겁니다. 고루선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학회사람들의 정치적동향을 잘 아는 리극로는 이 일이 너무도 엄청나게 생각되여 한참 대답을 못했다.

《그동안 내가 몇분을 개별적으로 접촉해보았습니다.》하고 최기봉이 말참녜했다.

《리윤재선생은 일성장군님께서 나라를 해방시켜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것을 믿고 사노라고 말했습니다.

한징선생은 조국광복회10대강령을 보고 어떤 보수적인 사람도 흠잡을데 없는 민족적인 정치강령이라고 이야기했고 정렬모선생은 간도에서 생활하실 때부터 청년공산주의자들의 혁명적영향을 많이 받은분입니다. 리윤재선생은 령어(감옥)의 몸이 되셨지만 한징, 정렬모선생 같은분들과 손잡고 조국광복회조직을 꾸릴수 있지 않습니까, 고루선생?》

리극로는 이 말에 놀라서 최기봉을 새삼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는 최형우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래서 조직을 뭇는다면 그 상급은 어디이고 지도는 누가 합니까?》

《그 조직을 령도하시는분은 일성장군님이십니다. 그이의 령도를 받들고 앞으로 최형우, 최기봉, 리극로로 조직의 선이 이어집니다.》

리극로는 자기를 일성장군님과 조직적으로 련결시키는 최형우를 경이의 눈으로 쳐다볼뿐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는 자기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게 되는가 하는것을 똑똑히 깨달은듯 흥분할 때 하는 버릇으로 눈을 디룩거리며 벌름벌름 코김을 불고있었다.

밤이 이슥해서 그 집에서 나온 리극로는 청량리의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며 자기 생애에서 어제와 오늘을 확연히 갈라놓는 중대한 전변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했다.

(이제는 조선어학회가 일성장군님의 항일혁명에 직접 잇닿게 되고 그이의 령도를 받게 되였다! 어학회의 력사에서 이이상 획기적인 일은 없었다. 이제는 조선어학회의 활동이 전민항쟁의 일익을 담당하는 새로운 투쟁단계에 들어서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할것인가?

일성장군님께서는 왜놈의 조선민족말살정책에 저항하여 조선어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애국적인 투쟁이라고 평가하시였다. 그렇다, 우리로서 할수 있는 가장 위력한 투쟁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니 나의 할 일은 우선 조선어학회를 끝까지 지켜가는것이다.)

결심이 서니 초가을의 선기가 그의 가슴속까지 스며드는것 같았다.

며칠후 저녁 텅 빈 조선어학회 회관 2층 사전편찬실에서 리극로, 한징, 정렬모가 모여앉아 조국광복회지하조직을 결성했다. 여기에 최기봉이 참가하여 후날 전하지 않았더라면 영원한 비밀로 묻혀버릴 회의였다.

회의에서는 연설도 토론도 없었다. 비밀리에 의견을 나누고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고서야 가질수 있었던 이 비밀회의에서는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한몸바치겠다는 확고한 결심 이외에는 요구되지도 않았다.

셋이 조용히 손을 들어 조선어학회에 조국광복회지하조직이 탄생했음을 선포했다. 이 고고성을 들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것은 일성장군님을 민족해방의 구성으로 받드는 민족주의자의 선언이였으며 온 민족을 반일항쟁으로 부르는 지성인들의 웨침이였다.

회의는 조용히 끝났다. 너무도 짧은 회의의 너무도 벅찬 흥분으로 사람들은 회의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회의하듯 조용히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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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실화소설 《민족의 얼》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일흔네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