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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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9월 10일 《통일의 메아리》
《물재 손순효》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물재 손순효》

 

물재 손순효는 평해사람인데 교생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문장에 능하였으나 시험지를 마련할 돈조차 없는 가난한 살림이여서 과거시험치러도 못가고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고을원이 그를 불러 자기의 두 아들과 함께 향시를 치도록 해주었다. 향시에서는 한사람에게 세 문제씩 주었는데 그는 두 문제가 합격되고 태수의 두 아들은 각각 한 문제씩만 합격되였다.

그후 고을원은 다시 물재와 자기의 두 아들을 식년과거시험을 치도록 하였는데 이 시험에서 물재는 장원급제하였고 고을원의 두 아들중에서는 한 아들만 겨우 합격하였다.

그리하여 물재와 고을원의 한 아들은 복시를 치러 올라가게 되였다.

충주읍에 이르니 저녁이 되여 호장의 집에서 하루밤을 묵게 되였다.

고을원의 아들은 손님방에서 자고 물재는 피곤한 김에 방아간에서 곤드라졌다.

그날밤 호장네 부부와 두 딸은 꼭같이 큰 룡이 자기 집 방아간에 몸을 사리고있는 꿈을 꾸었다.

깜짝 놀라 깨여난 네사람은 이상하여 초불을 켜들고 방아간으로 가보았다. 방아간에는 물재가 웅크리고 자고있었다.

깨워서 까닭을 물은 호장부부는 곧 물재를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내게 딸이 둘인데 한 딸을 자네의 처로 삼아주었으면 하는데 어떻겠나? 마음이 있으면 자네의 마음대로 고르게.》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던 물재가 입을 열었다.

《이 집 딸을 첩으로 삼겠다면 호장어른이 좋아하지 않을것이고 처로 맞아들이라면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 어떻게 장가를 들겠습니까.》

《첩으로 맞아도 반대없네.》

《그렇다면 맏딸을 제게 주십시오.》

호장네 집에서는 물재와 호장의 맏딸사이에 인연을 맺는 혼인례식이 벌어졌다.

고을원의 아들은 그것을 보고 대노하여 혼자서 떠나갔다.

물재는 호장의 집에서 푸짐한 대우를 받으며 여러날 머물러 있다가 려비와 종이, 붓, 벼루, 먹 등을 마련해가지고 서울로 올라갔다.

진사시험에서 어렵지 않게 합격한 물재는 이어 원시에서 장원급제하였다.

과거시험성적을 알아보던 성종은 훌륭한 인재를 얻었다고 매우 기뻐하면서 리조판서 신공의 딸을 처로 삼으라고 지시하였다.

합격자명단이 발표된 날 물재는 신공의 딸과 잔치를 하였다.

물재와 함께 과거시험에서 합격한 선비들과 여러 대신들이 결혼식장을 에워싸니 결혼식이 여간 성대하지 않았다.

정언으로 임명된 물재가 고향으로 내려가던 도중에 충주고을 호장네 집에 들리니 온 고을이 떨쳐나 역참까지 나와 마중하였다.

호장네 집에서 하루밤을 자고난 물재는 첩으로 삼은 호장의 맏딸을 데리고 집으로 내려가 부모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말미기일이 끝나가게 되자 물재는 아버지, 어머니와 첩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갔다. 임금은 묵시동에 집을 정해주었다.

물재에 대한 성종의 총애는 다른 사람들속에서 시샘이 날 정도였다.

그후 물재는 병조와 리조의 참의벼슬을 거쳐 찬성벼슬까지 하였다.

어느날 성종이 여러 대신들과 함께 편전에 술좌석을 벌려놓고 술을 마신 일이 있었다.

그때 물재는 술취한데 턱대고 임금이 앉은 평상을 어루만지며 《전하, 이 자리가 아깝소이다.》라고 하였다. 그 말은 세자로 정한 성종의 맏아들 연산군을 가리켜 한 말이였다.

대간에서 규탄하는 글이 비발치듯 올라오자 성종은 웃으며 《그가 과인을 아버지처럼 여겨 내가 과음하는것을 념려하던 나머지 그만 저도 모르게 례의를 잃은것이니 그리 알라.》고 하였다.

삼사에서 와 하고 들고일어나 물재의 죄를 따지는통에 성종은 하는수없이 물재를 한강에 정배보내라고 지시하였다가 다음날 찬성으로 임명하여 도로 불러들였다.

임금치고 술 좋아하지 않는 임금이 어데 있었으랴만 성종만큼 술 좋아하는 임금은 드물었다고 한다.

술을 좋아하던 성종은 끝내 술병으로 앓다가 세상을 하직하였다.

물재는 산에 올라가 목이 쉬도록 슬피 울었다. 울면서 손으로 땅을 치고 이마로 받고 하는통에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였다.

그리고는 미친체 하면서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뛰여다녔다. 앞으로 있을 재앙에서 벗어나려면 미친체 하는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물재의 예견은 정확한것이였다.

성종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연산군은 폭군이 되여 신하들을 수많이 살륙하였다. 그러나 공만은 무사하였다.

《내 본래는 그를 죽이려 하였는데 지금은 미쳐 돌아가기때문에 죽이지 않는다.》

그후 물재는 집에 돌아와서 살다가 76살에 죽었다. 물재의 자손들도 총명하여 여러대에 걸쳐 조정의 높은 관리들로 있었다.

 

야담을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