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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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10월 1일 《통일의 메아리》
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며 더듬은 생각

이 시간에는 남조선특수청소업체 《에버그린》에서 일하고있는 한 청소부의 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며 더듬은 생각》

 

얼마전 나를 비롯한 《에버그린》의 청소부들은 자살한지 두달이 지나 발견된 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달라는 의뢰인의 청탁을 받고 자살현장에 갔었다.

두눈으로 직접 본 현장은 참혹했다.

비좁은 부엌에는 텅빈 라면봉지와 생수병들이 나딩굴었고 화장실바닥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의뢰인의 말을 들어보니 고인은 어느 한 항구에서 일하고있던 30대의 하역로동자였다. 매달 차례지는 급여를 가지고는 살아가기에도 빚을 갚기에도 역부족하여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고 한다.

24살때부터 사망자들의 유품을 정리해온 나로서는 같은나이또래의 고인이 남긴 물건들을 거두면서 속이 울컥해짐을 금할수 없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고민하였을 그 순간순간들과 구만리같은 앞길을 접는 무서운 선택을 한 고인의 가긍한 정상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더욱 그랬다.

고인이 살던 방에 들어서니 선참으로 눈에 띄운것이 있었다.

책상에 놓여있는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는 제명의 책자였다.

고인의 손때가 묻은 책자, 서른에 행복해지고싶었을 고인.

그러나 그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어쩔수없이 인생을 고해야 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이 그가 그토록 원했던 《행복》이였을가.

다음순간 떠오른것은 20대, 30대의 삶이 편안해지도록 하겠다는 여야《대선》주자들의 열변이였다.

선거철마다 늘 귀아프게 읊조리군 하던 감언리설, 어제도 오늘도 정치권은 청년층을 향해 《천국》같은 세상을 펼쳐주겠다고 약속하고있지만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우리 흙수저들의 비참한 삶.

《대선》을 향해 경쟁적으로 달음치던 주자들가운데 그 누가 당선되여도 20대, 30대의 고독사가 변함없이 이어질것이라는것을 나는 너무도 잘 안다. 설사 그네들이 빛좋은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것은 한갖 《사후약방문》일뿐이다. 즉 죽은 후에 형식상의 약처방을 떼주는 격이다.

우리 업체에 고인들이 사용하던 유품수습을 요구하는 의뢰중 30%가 청년자살자들의것이라고 볼 때 이 사회에서 속절없이 죽어가는것이 젊은 세대라는것을 직감할수 있다. 더우기 고독하게 혼자서 자살한 후 발견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그것이 관련당국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청년자살자의 수가 훨씬 더 많을것이다.

실업과 해고, 빚독촉에 몰려 가급적으로 이루어진 비관적자살, 대학졸업후 직업을 얻을수 없어 궁지에 몰린 나머지 택하는 저주형자살, 직장에서의 괴롭힘에 참을길없어 유서를 남기고 죽는 극단적자살, 이처럼 자살의 류형은 각이하지만 거기에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이 사회의 악의 그림자가 어둑시니 드리워져있다.

내 옆집에서 세방살이를 하는 28살난 청년도 지금 삶이냐 죽음이냐 하는 경계점에서 몸부림치고있다. 그가 하는 말이 이 사회에서는 자기같은 사람을 받아줄 회사도 없고 도움을 청할곳도 없다는것이다. 자기도 방안에서 온종일 보내는 시간이 무의미하다는것을 알고있지만 세상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것이다. 이렇게 그는 주위의 모든것과 결별하고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가고있다. 이제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그도 자살을 시도할지 모른다. 아니 이 시각 자살했을수도 있다.

나는 그가 매일과 같이 자살의 문어구를 맴돌고있다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있다. 내 삶도 유지하기 버거운데 어떻게 여력이 있을수 있겠는가. 단지 동정만 할뿐이고 또 그가 죽으면 유품이나 정리해주며 고달픈 추억이나 해주는 정도일것이다.

한마디로 이 땅에서 사는 20대, 30대의 삶은 한강변의 거품에 불과하다.

이렇듯 젊은 세대의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타살이다. 이러한 사회적타살이 수자로도 잡히지 않고있다는것은 이 사회가 부조리한 사회라는것을 반증해준다.

이 세상은 젊은 세대들에겐 너무도 힘든 《무대》로 되고있다.

과연 어그러진 이 사회에서 우리 세대가 자살을 강요당해야만 하는가. 과연 《대권》주자들의 정략적술수에 롱락당하여 일개 표로 리용당한 뒤 구겨져 버림당하는 신세를 이어가야 하는가.

30대 하역로동자의 유품을 정리하는 이 시각 회개지심이 불쑥 솟구친다. 젊은 세대를 죽음의 나락으로 떠미는 이 사회, 여의도정치권을 더이상 용납할수 없다는 분노심이 주먹을 으스러지게 한다.

 

지금까지 남조선특수청소업체 《에버그린》에서 일하고있는 한 청소부의 글 《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며 더듬은 생각》을 소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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