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11월 29일  
첫페지/ 북녘의 오늘/ 주요방송기사/ 방송극/ 보도/ 아시는지요?/ 유모아와 일화/ 꽃망울실/ 문예물/ 동영상/ 사진/ 청취자마당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주체110(2021)년 9월 3일 《통일의 메아리》
언제나 차렷자세로

이 시간에는 본 방송기자 홍려명의 글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차렷자세로》

 

생활에서는 혼자서 인식할수도 없고 느낄수도 없던것을 사람들속에 거울처럼 비쳐지는 자신을 보며 자각하는 그런 때가 있다. 또 잊지 말자고 해도 무수한 생활속에서 잊혀지는것도 있고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것도 있다.

하많은 꿈과 리상을 안고 또 신심에 넘쳐 맡은 일을 시작한 어제날 병사인 내가 자신을 두고 깊이 자각해보게 된 그런 계기가 있었다.

며칠째 고심하던 과제를 오늘중으로 끝내리라 마음먹고 콤퓨터앞에서 씨름질하던 나는 퇴근시간을 가리키는 시계바늘을 보고 자못 긴장해졌다.

시간은 왜 이렇게도 빨리 가는지...

나는 이렇게 생각을 하며 퇴근길에 올랐다.

어느덧 평양역앞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부소대장!》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며 몸을 돌렸다.

키가 훤칠한 한 인민군군관이 무척 반가운 자세로 내앞으로 다가오다가 앞쯤에서 당황하여 걸음을 멈추는것이였다. 아마 사람을 헛갈린 모양이였다.

제대된지 기껏 1년밖에 안되다나니 아직도 나의 걸음새에서 군인다운 체취가 다분히 풍기는데다가 용모마저 그가 찾는 사람과 엇비슷해보였던 모양이다. 나는 무안해하는 그에게 빙그레 웃어보였다.

《군관동지, 저도 1년전까지 부소대장이였습니다. 오래간만에 군사복무시절처럼 불리워보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자 그는 뒤더수기로 손을 가져가며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병사시절 마음속에 후덥게 인박힌 군인의 성격이 대번에 온몸을 휘감았다. 잠시후 그는 나를 바라보며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무, 미안하오. 내가 그만 사람을 헛갈렸소. 이거 군인이라는게 대상물파악이 좀 서툴었구만. 어쨌든 미안하오. 그럼 잘 가오.》

그는 나와 이렇게 헤여졌다.

제대되여 오래간만에 군인과 만난것때문인지 나는 그가 걸어가는 모습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별안간 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의 옛 분대장에 대한 생각이 치밀어올랐다.

처음 보는 그였지만 어째선지 그의 말과 행동은 나로 하여금 분대장에 대한 생각을 불러오게 하였다.

추억은 어느새 나의 병사시절의 나날에로 줄달음쳤다.

나는 외아들로 태여나 부모들의 애지중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란때문인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나갔지만 입대한 첫날부터 신입병사들속에서 생활력도 약했고 훈련에서도 남에게 뒤지기가 일쑤였다.

이것을 제일 안타까와한것이 우리 분대장이였다.

자강도 랑림군이 고향이라는 우리 분대장은 산골사람특유의 기질대로 종일 가도 말 한마디 없는 무뚝뚝한 성미였다.

그저 부단한 숙련동작으로 해서 지쳐 맥을 놓고 나앉은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러나 우리 분대장은 조금도 에누리를 몰랐다. 분대장은 나때문에 더 많은 땀을 흘렸고 밤잠을 잊으며 생활해야 했다.

드디여 분대장에게서 첫 합격을 받게 되였을 때 나는 너무 기뻐 눈물까지 흘렸다.

그날 취침시간에 나는 분대장의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의 진정을 터놓았다. 그러자 분대장은 씩 웃으며 《그새 힘들었지. 동무가 견디여내니 내가 도리여 고마웠어.》 하면서 아무일 없었던듯 돌아눕는것이 전부였다. 5분도 못되여 분대장의 코고는 소리는 나의 격동된 심정을 조금이나마 눅잦혀주었다.

나는 한동안 그의 잠든 모습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나때문에 더 꺼칠해진 분대장의 얼굴을 보느라니 뜨거운 불뭉치가 또다시 가슴에서 솟구쳐 올랐다...

분대장에 대한 나의 표상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였다.

어느해 겨울 자정이 넘은 깊은 밤 분대장과 함께 순찰임무를 수행하던 나는 그만 뜻밖의 실수로 하여 살얼음진 산골의 개울물속에 온 몸이 통채로 빠져들게 되였다. 엄동설한인데다가 개울물이 어지간한 소를 이룬 하류쪽이여서 나는 그야말로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물참봉이 되고말았다. 분대장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왔으나 온몸은 바늘로 사정없이 찌르는듯이 짜릿했다.

그때 분대장은 와락와락 제 군복을 벗어 나와 바꿔입고는 나의 손발을 손목이 시큰하도록 비벼주었다. 젖은 군복을 입은 그의 얼굴은 시퍼렇게 얼어있었으나 나를 위한 마음만은 따스했다.

이윽고 나의 온몸은 훈훈히 녹아내렸지만 분대장의 옷과 신발은 여전히 꽛꽛하게 얼어있었다.

《분대장동지!...》 나는 더 말을 이을수가 없어 그의 군복에 얼굴을 콱 묻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날과 달이 흘러 어느덧 그는 군관학교에 추천되여 소대장이 되여 중대로 돌아왔고 나는 어엿한 부소대장이 되였다.

내가 제대되여 평양으로 떠나던 날 초소의 고개길을 내리며 그가 하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부소대장, 제대됐다고 쉬엿으로 살면 안돼. 우리 군인들은 늘 차렷에 습관된 사람들이 아닌가.》

나의 옛 분대장은 이렇게 나와 헤여지며 나를 향해 엄숙히 거수경례를 하였다. 한생 차렷으로 살자는 말없는 약속으로...

나도 그에게 어찌보면 내 일생에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거수경례를 올리며 그와 헤여졌다.

그런데 오늘 이처럼 뜻밖에도 잊지 못할 그날의 가슴속격정을 생생히 다시 되새겨본것이다.

차렷과 쉬엿!

눈앞에는 나의 옛 분대장 - 소대장의 바래움을 받으며 초소를 내리던 그 고개길이 보여온다.

그 고개길에는 여전히 나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차렷으로 서있던 그의 모습이 생생히 남아있다.

나는 옛 분대장의 모습을 다시금 새기면서 자기자신에게 명령하였다.

(제대병사, 너는 쉬엿을 몰라야 한다. 언제나 차렷자세로!)

 

지금까지 본 방송기자 홍려명의 글을 보내드렸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
:
:
:
:  protect_autoins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