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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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5월 16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32)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서른두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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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에서 내린 리진미는 어둠속에 잠긴 바다를 마주해 걸었다.

세찬 바람결에 그의 머리카락은 마구 흩날렸다. 추억깊은 도래굽이벼랑은 산악같은 파도의 시달림에 정신을 못 차리고있었다. 파도는 검푸른 갈기로 사납게 바위를 후려친다. 그리고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다시 몸싸움에 나선다.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가 하는 승부는 뒤전에 밀어놓은 치렬한 싸움이였다.

아, 내가 성옥이를 죽였어. 내가…

부향녀의 집을 뛰쳐나간 리진미의 생활은 그야말로 갈래없는 방랑인의 행적이였다. 처음에는 도꾜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목숨을 유지하려고 모지름썼다. 연약한 어린 소녀의 몸으로 도저히 구복을 채울수 없어 나중엔 망나니들의 패에도 들어갔다. 다행히도 그의 미츨한 몸매와 싸늘한 랭기를 뿜는듯 한 두눈은 사내들의 눈길을 모았다.

몇달의 생활기간 이 무리속에서 자신을 보호할수 없다는 생각에 죽음을 각오하고 달아났다. 도꾜와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옮겨 배워둔 소매치기로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어느날 렬차칸에서 한 귀부인의 돈가방을 챈적이 있었다. 값비싼 가죽으로 깜찍하면서도 맵시있게 만든 최신류행의 가방이였다. 약차한 량의 돈이 들어있었다. 이젠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그의 입에 미소가 피여올랐다. 량부모를 잃고 처음으로 변화를 일으킨 그의 얼굴이였다.

다음역에 내리는데 양장을 한 중키의 녀성이 앞을 막아섰다. 순간적으로 돈가방의 주인이다는 생각에 몸을 빼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뛰지 말아!》

귀부인의 입에서는 뜻밖에도 조선말이 흘러나왔다.

리진미는 그 녀자의 손에 잡힌 팔목도 팔목이지만 같은 조선사람이라는 의식에 얼어붙은듯 굳어졌다.

그 귀부인은 한때 일본에서 공부하고 나중에는 미국으로 간 조선사람이였다. 지금은 제 고향이 있는 남조선을 떠나 미국국적을 가지고 캘리포니아주에서 기업을 하는 녀자였다. 그러한 그가 일본에 있는 옛 동창생을 만나려고 왔다가 이렇게 진미와 부딪친것이다.

그때부터 리진미의 생활에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다같이 조국과 떨어져 해외에서 사는 처지인지라 그 녀자는 불쌍하고 어린 생명의 보호자로 나섰던것이다.

운명의 희롱으로 하여 진미는 미국으로 가게 되였으며 또 그곳에서 공부했다. 그러나 사춘기시절에 형성된 그의 야생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동양의 사꾸라> 그놈이…》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말을 뼈에 새겨안고 살아온 그였다. 두 가문의 원쑤인 그놈을 찾아내여 부향녀앞에 아버지를 증명하고싶었다. 그래서 그는 실업계로 나갈것을 권고하는 스승의 요구를 거절하고 탐방기자로 직업을 선택하였다. 그 명분으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동양의 사꾸라》의 행처를 탐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흐르지 않았다. 나이 마흔이 되여오도록 미혼인 그는 자기의 기구한 운명은 바로 자신이 조선사람이라는데서부터 오는것이라고 생각했다. 살인자를 찾아내면 스승처럼 안착된 생활을 찾고싶었다.

그렇게 되여 그는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처음으로 부닥친것이 다름아닌 부향녀였다. 그 녀자는 남편의 뒤를 이어 일본보수당국의 력사정책을 반대해나서고있었다.

리진미는 그를 경멸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들이 아버지를 력사라는 길에 끌어들였고 그것으로 하여 나중에는 자기의 가정을 파산이라는 서리속에 묻히게 했다. 그런데 오늘도 부향녀는 말만 들어도 신물이 나는 력사를 그러안고 늙어가고있지 않는가. 지난날의 아픔에 대해서, 자기 가정의 운명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한 그였다.

무엇때문에 아직도 토끼가 황소를 쫓는것 같은 부질없는짓을 한단 말인가? 그래, 제 남편과 우리 아버지의 피가 모자란단 말인가. 또다시 이 땅에 이 진미와 같은 불행아가 태여나기를 바라는가.

리진미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의 걸음을 멈춰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앞에서 매몰스럽고 경망스러운 행동도 해보았으며 그의 아픈 가슴을 찌르기도 했다. 하지만 도저히 막을수 없는 부향녀의 걸음이였다. 오히려 자신이 그에게 끌려들어가는듯 한 심정이였다.

그 과정에 리진미는 일본극우보수세력들의 사촉밑에 부향녀를 암살하기 위한 음모를 꾸민자가 다름아닌 마에다 사부로, 《동양의 사꾸라》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돌려세우지 못할바엔 그를 야수들의 촉수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이런 결심은 그를 분발하게 하였다. 그러나 오늘 고성옥이를 보호하지 못했다. 사람들을 보내긴 했지만 그만 때늦은 걸음이였다.

《저, 미국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허우대가 큰 사나이가 다가와 조심히 말했다.

리진미는 돌아서서 종이장을 받아들었다. 스승에게서 온것이였다.

사나이가 비쳐주는 전지불빛에 그는 글줄들을 읽어갔다.

《… 진미야, 네 소식을 받고 늦게야 이 글을 쓰는 나를 리해해다오. 나는 얼마전 미국에서 사는 우리 동포와 함께 조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리진미는 차거운 물방울에 정수리를 맞은듯 흠칫 놀랐다.

선생님이야 이미 오래전에 남조선에 침을 뱉고 떠난분이 아닌가. 그런데…

그는 미덥지 않은 시선을 사나이에게 보냈다.

《이게 사실이예요?》

사나이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너무 조급해말고 마저 읽으십시오.》

리진미는 종이에 다시 눈길을 주었다.

《바로 평양에 말이다. 네가 곁에 없는게 정말 아쉽더구나. 바로 너에게 진정한 조국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것이 말이다. … 이 글에 어찌 하많은 이야기를 다 담겠니. 그렇지만 명백히 말할것은 나도 인생말년에야 내가 조선사람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다는것이다. …》

조선사람! … 남조선에서 배척을 당하고 민족적수치와 울분을 금치 못하던 선생님이 아니였던가. 미국시민권을 받던 그날 태묻은 땅의 버림을 받은 설음으로 밤새도록 피눈물을 흘린 그가 아니였던가. 다시는 조선사람으로 살지 않겠노라고 눈물속에 굳힌 그 결심을 이렇듯 한순간에 허물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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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서른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