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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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2월 17일 《통일의 메아리》
물고기《보초》

 

무서운 왕가물에 바닥이 거의 다 드러난 작은 호수에서 있은 일입니다.

물촉새 한마리가 물고기를 향해 내리꽂히는데 난데없는 돌멩이가 연방 날아왔습니다.

《요놈, 물이 줄어들어 숨도 쉬기 힘들어하는 물고기들이 불쌍하지도 않느냐? 내 아무리 바빠도 큰비가 올 때까지는 물고기들을 지켜야겠다.》

급해맞아 날아가는 물촉새에게 퍼붓는 늙은 승냥이의 욕설이였습니다.

조금있어 이번에는 낚시대를 멘 멍멍이가 자리를 잡으려고 호수가주변을 어슬렁거렸습니다.

승냥이는 들고오던 물초롱을 꽝 내려놓고 멍멍이에게로 달려가 낚시대를 꺾어버리며 야단쳤습니다.

《이놈들, 한가하게 낚시질을 할 시간이 있으면 나처럼 물 한초롱이라도 길어다 부어라.》

승냥이는 멍멍이를 쫓아버렸습니다.

시간이 퍽 지나자 이번에는 또 송곳이를 삐죽이 내민 메돼지가 큰 그물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렴치없는 놈, 숨막혀 고생하는 물고기들을 도와주지 못할망정 제 배때기를 채우겠다고 씨종자까지 말리려들어?! 죽일놈같으니.》

바른소리를 탕탕 하면서 당장 물어메칠듯 길길이 날뛰는 늙은 승냥이의 서슬푸른 기상에 메돼지는 허둥지둥 꽁무니를 뺐습니다.

하지만 짐승들은 이발이 다 빠지고 기운이 진해 더는 사냥을 할수 없게 된 늙은 승냥이의 본심을 알수 없었습니다.

캄캄한 밤에 커다란 물초롱을 두개나 들고 호수가에 나타난 승냥이는 호수를 들여다보며 혼자 씨벌여댔습니다.

《이놈들아, 내가 할일이 없어 하루종일 뙤약볕밑에서 물고기<보초>를 선줄 알아, 네놈들은 다 내거다.

멍멍이랑 메돼지는 못잡아두 물고기쯤이야, 흐흐…》

승냥이는 호수를 아예 말려버릴 잡도리로 물을 냅다 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승냥이의 란폭한 짓에 물고기들은 기가 막혀 물우로 텀벙텀벙 뛰여올랐습니다.

그걸 본 승냥이는 너울너울 춤을 추었습니다.

(이것이 다 내것이다, 내것.)

우선 큰놈부터 몇놈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승냥이는 펄떡펄떡 뛰는 잉어들을 쫓아 호수가운데로 들어서며 마구 헤덤벼치다가 그만 깊은 웅뎅이에 빠졌습니다.

그 웅뎅이는 잉어들이 가물을 이겨내기 위해 샘을 찾느라 파내던 곳이였습니다.

승냥이놈이 웅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자 큰 잉어들이 센 꼬리로 놈의 낯짝이며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습니다.

노한 물고기들의 된매에 승냥이는 물속에서 끝내 헤여나오지 못했습니다.

《어이쿠– 물고기<보초>로 둔갑해서 물고기들을 독차지하려다가 도리여 물고기밥이 되고마는구나.》

승냥이의 마지막넉두리는 때마침 쏟아지는 소낙비에 사라져버리고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