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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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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10월 18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35)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오늘은 서른다섯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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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식은 《한미무역사》 사장일뿐만아니라 고리대금기관인 《대한공익사》와 《융자사》, 《한국산업사》에도 직접, 간접으로 손을 뻗치고있는 대주주란것을 손종모는 미리부터 잘 알고있었으나 그동안 그를 찾아와 고리대금을 간청하기는 어쩐지 자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것이다.

그러나 오늘 그는 어쩔수없이 자존심을 꺾어버리고 박춘식을 찾아온것이였다.

(옛날의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내 청을 들어주겠지!)

손종모는 이렇게 소박한 생각을 하면서 얼른 박춘식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였다.

이윽고 사장실로 통한 응접실문이 열리며 박춘식이가 나타났다. 부대한 몸집에 로이드안경을 낀 그는 확실히 손종모보다 젊고 혈색이 좋았다.

《아! 손선생이요? 안녕하시우.》

박춘식은 별로 반가운 표정도 없이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사교적인 말투로 인사를 하였다.

손종모는 머리끝이 선뜩해졌다. 8. 15해방전까지는 《이 자식, 저 자식》 하며 너나들이하던 사이였는데, 또 몇해전만 해도 서로 《자네》니, 《이 사람아!》 하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갑자기 그가 경어를 쓰는 리유는 무엇인가?

잠간 생각에 잠겼던 손종모에게는 어느덧 느껴지는바가 있었다.

(자네와 나는 이젠 거리가 머네. 옛날엔 서로 그저 단순한 생각에서 너나들이해가며 터놓고 지냈지만 이제부터는 그러지 마세. 나는 《국회》의원이며 무역사 사장일세. 자네는 옛날엔 내 친구였지만 지금은 지위도 권력도 없는 한개 소시민이 아닌가. 내 말을 섭섭히 생각을 말고 내게 경어를 쓰게.)

손종모는 박춘식의 이러한 목소리가 자기의 귀를 울리는것만 같았다.

그는 잠간 당황했으나 거기에 답례를 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 그동안 사업에 얼마나 바쁘시오?》

손종모는 정색을 하며 경어로 말했다.

《내야, 뭐 늘 이렇쇠다. 그런데 손선생은 지금 뭘 하시우?》

《그저 그 피복공장을 합니다.》

《아니, 여태까지 그 공장을? 하하하… 손선생은 수단이 좋으시니깐…》

박춘식은 서글픈듯이 껄껄 웃는다.

그는 손종모의 공장쯤은 벌써 망해 없어진줄 알았던것이였다.

손종모는 이 순간 몹시 불쾌하였다. 그러나 박춘식이가 그렇게 놀라며 서글프게 웃는것은 일리가 없는것도 아니였다.

근래 수년간에 걸쳐서 자기의 공장과 같은 중소공장들이 어느 하나도 옳게 되여나가는것이 없고 턱턱 망해 없어져버리는것이 보통일인데 그에 비추어보더라도 그래도 아직 명맥이 붙어있는 공장은 한낱 신기스러운 존재로 볼수밖에 없기때문이였다.

《그래, 사실은 오늘 박사장을 뵈러 온것은…》

손종모가 이렇게 래방목적을 말하려는 판에 박춘식은 벌써 눈치를 채고 말을 턱 가로막으며 《결국 손선생이 내게 융자하려고 오셨쇠다그려. 허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쳤다.

손종모는 이 순간 말문이 막히고말았다.

그러나 기왕에 내친 걸음이니 되든 안되든 로골적으로 간청해보는수밖에 별수 없다고 생각되였다.

《지금 내 공장은 위기에 빠졌소이다. 로동자들의 임금을 3개월이상이나 지불 못했쇠다.》

박춘식은 비죽이 웃으며 《그까짓 3개월쯤이야 항용 있는 일이지. 아, 헌다는 정부기관에서두 요즘 5~6개월분씩 지불 못하고있는것이 보통인데 그게 무슨 걱정이요. 손선생이 원래 배짱이 적어. 허허허…》 하고 손종모를 비웃는것이였다.

손종모는 박춘식의 수작으로 보아 융자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말밑천도 찾지 못하고말것 같았으므로 입을 다물고있을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그래 동산, 부동산은 다 제대루 있소?》

《제대루 있을리 있소이까. 다 한번 저당은 됐쇠다.》

《…》

박춘식은 입을 다문채 고개를 힘없이 좌우로 쩔레쩔레 흔드는것이였다.

그리고는 어느덧 랭정한 얼굴로 변하며 《공연히 두번 저당까지 해가지고 그나마 몽땅 날려보낼 생각말구 하루속히 문을 닫으시우. 그게 상책이요!》 하고 내뱉았다.

그리고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듯이 자기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에- 내 좀 바쁜 일이 있쇠다.》 하며 얼른 가라는듯이 벌떡 일어나버리는것이였다.

손종모는 얼굴에 모닥불을 뒤집어쓴것 같이 화끈한 모욕감에 부딪쳤다.

그래도 옛 우정을 생각하고 박춘식을 찾아온 자기가 한없이 어리석었다고 후회하면서 그는 힘없는 발길로 거리에 나섰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서른다섯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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