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2(2023)년 1월 30일  
첫페지/ 북녘의 오늘/ 주요방송기사/ 방송극/ 보도/ 아시는지요?/ 문예물/ 동영상/ 사진/ 유모아와 일화/ 꽃망울실/ 청취자마당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주체105(2016)년 10월 10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31)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 오늘은 서른한번째시간입니다.

 

영옥은 영준이의 발자국소리가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린 뒤에도 한참동안이나 길모퉁이에 정신없이 서있었다.

영옥은 그때 웬 일인지 자기 오빠를 영영 잃어버리고마는것만 같은 슬픈 생각이 불쑥 솟아올라왔다.

그러나 영옥은 오빠가 남기고 간 말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쉬이 만나게 될 때가 있을것이다. 그때를 위해서 너두 싸워야 한다.》

영옥은 영준이의 이 말을 잊지 않으려고 생각하면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틈에 그의 두눈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영옥은 그때 곧 간직해두라는 서적뭉테기를 꽁꽁 묶어 부엌골방 다락에 깊이깊이 감추어두었다.

바로 그 이튿날 새벽 골목에서 개짖는 요란스런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자기네 집 담장을 훌훌 뛰여넘어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형사녀석들이 영준이를 잡으러 덤벼들었던것이였다.

그때 덤벼든 녀석들가운데 앞장에 서서 집안팎을 샅샅이 뒤지던 형사놈이 바로 아까 찾아왔던 강태근이였다.

다행히 골방 다락만은 뒤지지 않았으나 건너방에 남아있던 많은 서적들은 물론 교과서까지도 모두다 휩쓸어 압수해갔던것이다.

영옥은 이렇게 지난 일을 회상하면서 멍하니 책상우에 고개를 수그리고있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불쑥 솟아오르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는 캄캄한 뒤뜨락으로 돌아갔다. 거기에는 장독대가 있었다.

어름어름 더듬으며 장독대로 올라간 영옥은 간장독뒤에 있는 어떤 독뚜껑을 가만히 열고 손을 집어넣어봤다. 독안에는 팥이 7홉이나 담겨져있었다.

영옥은 그제야 안심이 되였다. 그 독 밑바닥에는 오빠가 간직해두라던 그 책뭉치가 들어있기때문이였다.

부엌골방 다락에 두는것이 암만해도 안심이 되지 않았기때문에 영옥은 어머니와 의논하고 이 독안으로 옮긴것이였고 그 책뭉테기를 감추어두기 위하여 팥을 일부러 사다가 넣어두었던것이다.

영옥은 그래도 혹시 알수 없어서 손으로 팥을 헤치고 팔을 깊이 넣어 손가락끝으로 밑바닥을 더듬었다. 딱딱한 책뭉테기가 만져졌다. 그제야 영옥은 안심이 되였다.

이때 대문흔드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였다.

영옥은 얼른 뚜껑을 닫고 마당으로 뛰여나왔다.

《아버님이세요?》

《오냐.》

영옥은 얼른 대문을 열었다.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약주냄새가 물컥 풍기였다.

아버지는 곤드레만드레가 되여 비틀거리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어느 틈에 영옥이 어머니가 나왔다. 모녀의 부축을 받아 손종모는 겨우 마루로 올라갔다.

그는 두루마기를 입은채 아래목에 힘없이 쓰러져버렸다.

영옥과 어머니는 두루마기를 벗기고 대님을 풀어 그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손종모는 잠이 들어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숨을 톺으며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잠꼬대였다.

《아! 그렇지, 80만환… 음! 안돼? 두번 저당은 안돼? 너무 괄시말구 이번만 봐주구려. …》

영옥이 어머니는 령감의 잠꼬대를 들으며 한숨을 후우 하고 내쉬였다.

《얘, 오늘 밤 아버지 일이 틀리셨나부다. 공연히 그자들 술만 사먹이느라구 생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모르겠구나!》

손종모는 또 코를 세차게 골다가 잠꼬대를 계속하였다.

《이, 이, 이놈아! 너때문에 우리 집이… 이놈아, 뼈빠지게 공부시켜놓으니까 가루꿰져서 빨갱이가 돼 나가?》

영옥은 아버지의 잠꼬대가 듣기 싫어졌기때문에 건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오빠가 집에 못 들어오는것을 가로꿰져서 난봉이나 난 자식처럼 생각하는 아버지의 생각이 너무도 답답하고 안타까왔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서른한번째시간이였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
:
:
:
:  protect_autoins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