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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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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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9월 10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8)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 오늘은 열여덟번째시간입니다.

 

 

그는 붓에 푸른 채색을 찍어 화폭으로 옮기였다.

그는 오늘 이 소나무의 배경으로 들어갈 서울시가지를 바라보다가 아직도 전쟁의 상처를 가시지 못한채 파괴된 건물흔적이 군데군데 그대로 남아있는것을 발견하였다. 뿐만아니라 자기가 현재 그림을 그리고있는 소나무밑에서 불과 50메터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도 폭탄구뎅이를 손쉽게 발견할수 있었다.

불벼락을 맞아 한쪽귀퉁이가 다 타버린 산기슭, 폭탄과 포탄에 바스러지고 갈라진 바위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였다.

그는 전쟁이란 인간을 죽이고 생활을 파괴할뿐만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까지도 모조리 파괴하고 죽이고 빼앗아가는 무서운 악마라고 생각되였다.

어느덧 해살이 높이 솟아올랐다. 시가지에 자욱하던 아침연기도 차차 사라졌다.

그는 광선관계가 달라진데서 오는 색채의 차이, 명암과 원근의 변화로 인하여 그림을 더 그릴 생각을 단념하였다.

그는 화구를 정리해 가방에 넣고 화판을 다시 등에 졌다. 그는 무심코 자기 시선이 마리야녀학교가 보이는 산기슭으로 옮겨졌을 때 얼른 고개를 돌리며 북악산쪽을 건너다보았다.

마리야녀학교의 지붕까지도 보기 싫었기때문이였다.

그는 다시 아까 걷던 성터길을 걸어내려갔다.

자하문고개로 넘어오는 신작로로는 세검정로정을 거쳐 북한산으로 등산을 가는 미국인남녀들을 태운 찌프차들이 먼지를 날리며 련달아 달려왔다.

등산모를 쓰고 등산배낭을 멘 젊은 남녀들, 학생들, 단장을 짚은 늙수그레한 신사들이 서로 지껄이며 희롱질하며 걸어오고있었다.

자하문밖에 능금꽃이 피기 시작할 때부터 첫겨울이 될 때까지 일요일만 되면 등산을 가는 일부 유한계층들을 볼 때마다 찬수의 기분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찬수는 이 사람들처럼 등산을 해본 일이라고는 한번도 없었다.

속사를 하기 위하여 화판과 화구가방을 들고 산에 올라간 일은 적지 않았으나 술과 과일과 음식을 흠뻑 싸서 지고 녀자와 희롱거리며 가본 일은 더구나 없었다.

지난날 그의 생활이 그러한 환경에 처해있지 못했기때문이였다.

고학으로 화가가 된 그는 20전후의 꽃다운 시절에 가질수 있는 화려한 랑만의 세계를 가져보지 못했던것이였다.

그는 화려하고 경쾌하게 차린 젊은 남녀들이 쌍쌍이 짝을 지어 소곤거리며 세검정쪽으로 내려가는것을 보며 한편 부러운 생각도 났고 다른 한편 가벼운 질투심에 가까운 기분도 느끼였다.

그러나 그는 그런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아니라는듯이 고개를 흔들며 그런 생각을 잊으려 하였다.

지금 자기앞에 긴박하게 다달은 문제는 현실적인 생활문제인것이다.

앞으로 자기 생활문제를 어떻게 타개해나가야 옳을것인가? 그는 생각할수록 막연하였고 불안스러웠다.

이제는 다시 학교에 미술선생으로 취직이 되기는 글렀고 또 하고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벗어붙이고 로동자가 될수 있느냐 하면 그런것도 될수 없었다.

로동에 대한 경험도 기술도 없었을뿐더러 실직자가 사태가 난 판에 무슨 일자리가 있단 말인가!

그러면 어떻게 할것인가? 그림을 그려 팔아서 먹고 살것인가? 그것은 더구나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그는 이렇게 절박한 문제를 생각하면서 하숙이 있는 골짜기로 들어섰다.

그는 하숙집대문에 들어서다가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 화실문앞에 뜻밖에 녀자의 흰 고무신 한컬레가 놓여있었기때문이였다.

찬수는 가볍게 기침을 하고 문을 드르렁 열었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열여덟번째시간이였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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