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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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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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8월 25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0)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오늘은 열번째시간입니다.

 

얼마가 지난 뒤였다. 또 전화가 따르릉 울리였다. 수화기를 든 찬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수화기에서는 란잡스러운 캬바레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듯 한 저속한 쟈즈음악이 울려나왔던것이다.

《홍선생이요?》

《네.》

《나 교장이요. 아까 놀랬지? 군인기분에 그럴수도 있는것이니깐 과히 노여워마시오. 사실은 오늘 밤 연회에 홍선생도 참석하기로 되였던것인데 홍선생이 숙직당번이 돼서 유감스럽게 됐구려.》

수화기에서 울려나오는 김치선의 목소리는 제법 부드러웠는데 그는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오늘 밤 일부 학부형들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았소? 앞으로 전화가 반드시 올게요. 오거든 연회가 좀 늦게 파했기때문에 일부 학생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기숙사에다 재울 작정이라고 말하시오. 그래야 학부형들이 안심하지 않겠소? 꼭 그렇게 말해주시오!》

《네.》

찬수는 교장의 지시를 들으며 기계적으로 대답은 했으나 갑자기 분격이 치받쳐올랐고 정신이 얼떨떨해졌다.

과연 교장지시대로 학부형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대답을 해야 옳을가? 그렇지 않으면 아까 오영애의 학부형에게처럼 사실대로 알려주어야 옳을가? 찬수는 자기 머리로써는 얼른 판단할수 없었다.

그러나 과년한 딸들이 밤이 이슥토록 집에 돌아오지 않는것이 궁금하고 불안스러워서 전화를 걸어오는 학부형들을 어떻게 교장의 말대로 거짓말로 속여넘길수 있으며 또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그들에게 사실대로 미군장교들이 자기 차에 태워가지고 갔다고 솔직하게 말할수 있을것인가?

찬수는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괴로웠다. 전화가 아예 오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러나 또 얼마 되지 않아 전화가 따르릉… 하고 요란스럽게 울려왔다.

찬수는 생각하던 끝에 수화기를 떼여놓고말았다.

이때 갑자기 숙직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앞치마를 걸친 녀학생 둘이 손에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쟁반우에는 흰종이가 덮여있었다.

《선생님, 이거 잡수세요.》

두 녀학생은 쟁반을 찬수앞에 내밀고 종이를 벗기였다.

연회에서 먹다남은듯 한 과자와 료리들이 담겨져있었다.

《아니야. 나 이거 별생각 없으니 도루 가져가지.》

찬수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못했으나 내색을 하지는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찬수의 기분을 어느 정도 짐작했는지 《이거 선생님 드리려구 우리가 따로 담아두었댔어요. 기분나쁘게 생각마시고 잡수세요.》 하고 한 녀학생이 방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무슨 기분 나쁜게 아니야. 원래 난 양식이나 양과자를 좋아하지 않아.》

찬수는 태연하게 말하며 굳이 사양하였다.

이때 박로인이 들어왔다. 그는 무엇인가 신문지로 싼 뭉테기를 손에 들었다.

《아니, 학생들두 딱하지. 선생님께 무얼 갖다드릴 맘이 있으면 일찌감치 한상 갖다드려야지 뒤설겆이 다하고나서 가져오는걸 누가 잡술거라구 그래? 어서 학생들이나 가져다 먹으라구.》

박로인이 날카롭게 한마디 쏘아붙이였다.

《아이참, 이게 무슨 찌꺼긴줄 아세요?》

학생 하나는 성을 왈칵 내며 나가버리고 한 학생은 어름어름하다가 열적은듯이 슬그머니 나가버리였다.

박로인은 학생들이 가져온 쟁반 두개를 한쪽귀퉁이로 몰아놓고 자기가 들고 온 신문지를 펼쳐놓았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군고구마였다.

《자, 선생님! 우리 이거나 듭시다.》

박로인은 차잔에 차를 따라서 찬수에게 권했다.

찬수는 빙그레 웃으며 군고구마 한개를 집어들었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열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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