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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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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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8월 23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9)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오늘은 아홉번째시간입니다.

 

5

 

찬수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는 본관 교실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찬수는 잠간동안 발길을 주춤하고 서서 그 근방을 자세히 살펴봤다.

아니나다를가 구석진 곳에 우아래 하얀 옷을 입은 녀학생 하나가 쪼그리고 앉아서 흐느껴울고있었다.

《누구야?》

찬수는 가만히 소리쳤다. 녀학생은 벌떡 일어나 찬수에게 인사를 했다.

찬수는 녀학생곁으로 바싹 다가갔다.

《아, 영옥이야? 왜 집에 안 가고있어? 어서 가라구!》

《아까 선생님 놀래셨지요? 그런 짐승같은 놈들이 어디 있어요. 권총을 막 쏘아대니…》

영옥은 눈물어린 목소리로 찬수를 바라보았다.

《자, 어서 옷을 바꿔입고 집에 가야지. 밤이 늦었어.》

찬수는 영옥이를 데리고 본관안으로 들어섰다.

치마저고리를 벗고 교복을 바꿔입기 위하여 재봉실로 들어간 영옥은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고 새삼스럽게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최선생의 강요로 진한 화장을 하여 입술에는 쥐잡아 먹고난 고양이주둥이처럼 새빨간 칠까지 한 자기의 얼굴은 흡사 카페녀급이나 기생같이 보이였다. 게다가 장교놈이 강제로 먹인 술에 취해 두눈은 시뻘겋게 보이였고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 얼룩이 졌다.

영옥은 갑자기 진저리가 쳐지며 소름이 돋았다.

연회가 끝날무렵 얼른 빠져나오려 하였으나 미군장교놈이 짐승같이 달려들어 자기 몸을 덥석 안고 운동장으로 뛰여나오며 그 더러운 주둥이로 자기의 얼굴을 문지르려 하던 순간의 악몽이 떠올랐던것이다.

영옥은 눈을 감고 머리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도 력력한 그 순간의 기억을 잊어버리려 함이였다. 그리고 그는 얼른 교복을 바꾸어입고 숙직실곁 수도로 가서 꼭지를 틀어놓고 세면을 했다.

얼굴을 씻어 본얼굴로 돌아왔으리라고는 생각되였으나 아직도 가시지 않은 술기운에 그는 량볼이 홧홧 달고있었다.

영옥은 찬수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숙직실문을 가만히 열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쳐들고 찬수에게 자기 얼굴을 내보이기가 몹시 부끄러웠다.

《선생님, 안녕히 주무세요.》

영옥은 고개를 얼른 들어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려 했다.

《음, 혼자 가지 말고 박로인하고 같이 가. 별일이야 없겠지만 밤거리엔 부랑자가 많으니깐…》

찬수는 박로인을 대동해서 영옥을 집으로 돌려보내였다.

숙직실안은 또다시 고요해졌으나 소강당쪽에서는 학생들이 떠들썩하는 소리, 코노래 부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들은 연회장의 뒤설겆이를 하고있는 모양이였다.

찬수는 박로인이 영옥이를 큰길까지 바래다주고 올 때까지 기다리느라고 잠을 자지 않고 신문만 뒤적거리였다.

어디서인지 전화가 따르릉 왔다. 어느 학부형에게서 온 전화였다.

《연회가 끝났습니까?》

《네.》

《언제쯤 끝이 났습니까?》

《벌써 한시간전에 끝났습니다.》

《네? 한시간전에요? 그럼 학생들은 다 보내셨습니까?》

《네.》

찬수는 이렇게 대답은 했으나 선뜻 머리에 미군장교들이 일부 학생들을 강제로 태워간 사실이 떠오르며 이 학부형은 그런 학생의 학부형이나 아닌가 생각되였다.

《아니, 그럼 어떻게 된셈입니까? 아직도 우리 집 아이가 들어오지 않으니… 미안하지만 혹시 학교안에 남아있지나 않나 좀 알아봐주실수 없습니까?》

학부형의 목소리는 안타깝고 초조했다.

《네, 알아봐드리죠. 학생이름이 뭡니까?》

《네, 졸업반 2조 오영애입니다.》

《잠간만 좀 기다리십시오.》

찬수는 수화기를 떼여놓고 기숙사쪽으로 바삐 걸어가보았다. 그러나 오영애는 벌써 가고 없었다. 뒤설겆이를 하고있는 학생들의 말에 의하면 오영애는 미군찌프차가 태워갔다는것이다.

찬수는 바삐 돌아와 수화기를 들고 사실을 말했다.

《뭣이요? 미군찌프차에?》

학부형은 불쾌한 목소리로 깜짝 놀라면서 전화를 딱 끊어버렸다.

찬수도 좀 불쾌해졌으나 학부형으로서 당연히 흥분되고 놀랄 사실인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아홉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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