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는 방송극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약속》
△배역
정우: 화학공장 현장실습생
라영: 정우의 애인
정녀: 정우의 어머니
남1, 2
해설: 이 이야기는 남조선의 어느 한 화학공장에서 있은 실재한 사실에 기초하였다.
△밝은 음악속에 청춘남녀의 웃음소리
라영: 정우씨, 오늘 정말 오래간만에 잘 놀았지요?
정우: 라영씨, 다 라영씨가 준비한 덕이지요. 아, 정말 쌓였던 피로가 다 풀리는것 같소. 라영씨, 고맙소 , 그리구 사랑하오.
라영: 어마나 정우씨, 누가 보겠어요. 저~ 그리구 한가지 말할게 있는데...
정우: 뭔데?!
라영: 우리 이젠 만나지 말자요 .
정우: 뭐?! 뭐? 만나지 말자구 ?!
라영: 당분간만. 많이 생각해봤는데 우리 사인 안될것같애요.
정우: 그건 갑자기 무슨 소리요?!
라영: 생각해보세요. 정우씨도 백수, 나도 백수. 둘중 하나야 정규직은 아니래도 비정규직이야 돼야 하잖나요? 그런데 우린 대학은 졸업했지만 둘 다 백수들이니 이래가지구 어떻게 우리 앞날을 그리겠어요. 정우씨, 우리 당분간만이래두 직업마련하구 다시 만나는게 어때요? 예?! 정우씨,우리 약속할가요?
정우: (한숨)후~
라영: 아, 왜 말이 없어요. 사내잖나요. 시원히 대답해봐요. 이게 다 정우씨와 나의 사랑이 너무 소중해서 그런다는걸 왜 모르나요? 에이~
정우: 그~ 그~ 그래 약속하자구. 난 항상 한집에서 라영이와 함께 재미나게 사는걸 꿈꿔왔소. 그래서 오늘 정식으로 청혼하려고 했댔구. 그런데 라영씨 말을 듣고보니 너무 객적은 생각이였소. 고맙소, 라영씨 정신차리게 해줘서. 나에겐 오직 나 하나 바라보고 사시는 홀어머니도 계시지 않소. 내 생각이 참 너무 감상적이였던가보오. 그래, 직업마련하구서 다시 이 공원에서 만나는거 대찬성이요. 라영씨 말대로 우리 약속하자!
(음악속에)
정우, 라영: 정우와 라영이는 정규직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만나지 않는다. 한쪽이래도 정규직로동자가 되였을 때 우리가 만나던 이 공원에서 만난다.
(공명속에) 우리가 늘 만나던 이 사랑의 공원에서 말이요! 약속했어요!
△음악속에
설화: 그로부터 몇달동안 최정우는 일자리를 얻자고 동분서주하다가 어느 한 화학공장의 현장실습생으로 취직하게 되였다.
남1: 자, 자 조용들 하시오. 호명하는분들만 남고 나머지분들은 돌아가도 되겠습니다. 최태영씨.
소리: 예.
남1: 송인순씨.
소리: 예
남1: 최정우씨.
정우: 예.
남1: 이상의 분들은 오늘 정규직을 위한 화학공장 현장실습생으로 되였습니다. 당신들은 자기가 전공한 분야와 완전히 다른 우리 공장현장에서 실습을 받지만 열심히 분투하여 꼭 정규직로동자로 채용되길 바랍니다. 모두들 현장실습기간 《근로기준법》을 도통하기 바랍니다.
모두: 《근로기준법》?
남1: 《근로기준법》은 당국에서 기업체들과 합의를 보고 현장로동자들의 로동안전과 생산을 위해 특별히 제정한 《법》이니까 현장실습기간 열심히 배우시오. 그래야 정규직로동자가 되니까.
모두: 알았습니다.
정우: 감사합니다. 전력하여 정규직로동자가 꼭 되겠습니다.
남1: 그리고 지금 정규직로동자들도 뻐근해하는 주 69시간로동제가 당신들한테는 그 이상으로 부과된다는걸 명심하시오.
모두: 주 69시간이상이라니요?! 아니 저...
남2:(조용히) 왜 거 몰라? 지금 윤석열이 강제로 내려먹이려는 《로동개혁》인지 개악인지 모르는가 말이야?! 엎친데 덮친격이라구 그건 정말 로동자들의 편이 아니라 기업가들의 편에 서서 내미는 로동자죽이기개혁이라고 모두가 윽윽하지만 그러거나말거나 명분얻은 회사측은 그걸 무작정 내려먹이는거지. 에이 어찌겠어. 울며 겨자먹기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대로 따르는수밖에... 여, 젊은 친구 꽤 뻗칠수 있어?
정우: 걱정마십시오. 제 전력하여 정규직로동자가 꼭 되겠습니다.
모두: 대단한데...
△음악속에
정우: (독백)어머니, 기뻐하세요. 제가 끝내 현장실습생이 되였습니다. 라영씨, 내 라영씨와 한 약속 지킬수 있게 됐소.
△밝은 음악으로 전환
정녀: 정우야, 어서 일어나거라. 출근시간이 됐다. 자, 어서 일어…
정우: 엄마. 나 다 준비했어요. 아침밥 주세요.
정녀: 아니, 벌써 일어났니? 어이구 다 준비했구나. 우리 정우가 정말 확 달라졌어. 자, 어서 밥 먹자.
정우: 엄마, 아빠도 없는데 이젠 이 아들을 믿고 사세요. 내 꼭 이 가정을 끌구 나갈테니…
정녀: 고맙다. 이젠 다 자랐구나. 그래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한다구?
정우: 아마 대학졸업까지 했으니 험한 일은 시키지 않겠지요, 뭐. 엄마, 나 보구싶어두 참아야 해요. 6개월후에 꼭 정규직로동자가 되여 돌아올테니 집에 못들어온다구 너무 걱정말아요.
정녀: 그래 그래. 현장실습을 잘 받거라. 밥이랑 꼭 챙겨먹구…
정우: 엄마두 내가 없다구 식사를 건느지 말구 꼭 꼭 잡숴야 해요.
정녀: 그래그래. 너무 걱정말아.
△음악속에 공장소음
남1: 여 정우 이자식, 어디 갔댔어.
정우: 예. 구내식당에 밥먹으러 갔댔습니다.
남1: 뭐 구내식당에? 똑바루 알아들으라. 현장실습생은 밥두 일하면서 먹구 잠두 선채로 자야 해!
정우: 예?
△이때 들려오는 소리
남2: 사람이 죽었다. (웅성임)
정우: 아니, 나보다 6개월 먼저 들어온 현장실습선배가? 무슨 일로 저렇게 생을 마감한단 말입니까.
남2: 일반로동자보다 절반밖에 안되는 저임금을 받구 그들의 몇배로 일을 하니 강쇠인들 견디겠나. 제대로 먹지두 못하구 잠도 못자서 어리어리하다가 그만 류산탕크에 빠져 저렇게 비명횡사한거지.
정우: 아니?!
설화: 그래도 정우는 안전장치도 없는 일터에서 끼니를 굶어가며 오로지 《정규직》이라는 꿈을 이루려고 꾸준히 일했다. 하다면 정우는 렬악한 로동환경의 고된 현장에서 과연 무엇을 실습했던가.
△전화종소리
정녀: 여보세요. 예 정우네 집이예요. 엉 이게 누구냐?. 라영이구나.
라영: 예, 어머니 그간 앓지 않고 건강하셨어요?
정녀: 그래, 나야 뭘 그저 그렇지. 라영인 그래 잘 있었냐? 헌데 어디 아프냐? 목소리가 왜 그렇냐?
라영: 예. 정우씨가 있는가 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정우씨 손전화기는 항상 꺼져있어서 혹시 무슨 일이래두 있는가 해서 집에 전화했어요.
정녀: 그래, 아마 바쁠거다. 그앤 지금 화학공장에 현장실습생으로 취직했어. 맡은 일에 전력하겠다면서 다섯달째 집에두 안들어오는구나. 녀석두~
라영: 그래요? 역시 정우씨 일은 잘되는군요.
정녀: 그래. 전에 한번 전화왔댔어. 시간이 없다면서도 짬을 내서 종종 전화하는거겠지. 목소릴 들으니 아마 괜찮은것같애.
라영: 어쨌든 정우씨가 부러워요.
정녀: 헌데 라영아, 네 일은 어떻게 되고있냐?
라영: 어머니, 전 다 죽게 됐습니다.
정녀: 뭐?! 다 죽게 되다니? 라영아!
라영: 어머니, 나 페결핵이예요.
정녀: 뭐, 페결핵?!
라영: 어머니. 난 아무래도 정우씨와 한 약속 지킬것같지 못합니다. 우리가 만나자던 그 공원에도 못갈것같아요. 흑…
정녀: 아니, 라영아, 너 그게 무슨 약한 말이냐? 엉?
라영: 어머니, 사랑하는 정우씨와의 약속을 지켜 나는 피복회사에 현장실습생으로 들어가서 고되고도 유해로운 로동을 정말 열심히, 억척스레 했습니다. 그 일자리는 내가 생각하던것하군 달랐어요. 그러다 몸이 병들고 허약해졌다구 해고당했어요. 흑… 어머니, 의사들의 말이 내 병이 너무 깊어져서 가망이 없다나봐요. 이젠 모든 희망과 꿈을 포기하고 죽음만을 기다립니다.
정녀: 아니, 라영아. 너 지금 어느 병원이냐. 엉? 내 당장 가겠으니까 맥놓으면 안된다.
(전화발신음만 울린다.) 붕~ (미구에) 그럼 우리 정우는?
△이때 전화종소리 울린다.
정녀: 예 전화받습니다. 예 화학공장이라구요? 예, 우리 정우가요? 뭐 우리 정우가 현장에서 갑자기 사고로 죽었다구요?! 아~
(효과음)
설화: 청춘의 열정과 희열에 넘쳤던 최정우는 《정규직》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현장실습생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호주머니에는 먹다만 마른 즉석국수가 있었고 일기장에는 채 쓰지 못한 이런 글이 있었다.
정우: 《벌써 넉달째 나는 현장실습생으로 일하고있다. 그 넉달새에 몸무게는 10kg이나 줄었다. 집에 가고싶어도 홀로 계신 어머니가 허약해진 내 몸을 보고 걱정하실가봐 못가겠고… 그냥 현장과 맞서보겠다. 밥먹을 짬도 없고 더욱 그리운건 잠이다.
당국이 기업체들의 리익을 옹호해 만들어낸 정경유착의 산물 <현장실습생>!
우리는 현장에서 과연 무엇을 실습하는가.
실습생들이 현장에서 터득해가는 이른바 <근로기준법>, 그것은 죽음을 포장한 살인법이였다. 그렇다. 윤석열은 역시 기업가편이다. 로동자들의 피땀을 짜서 기업들의 돈주머니를 불리는 이런 불공평한 사회, 로동자의 시체로 부의 산을 쌓고 좋아라 너털웃음치는 윤석열과 극소수의 부자들이 활개치는 이런 땅, 바로 우린 그 땅에서 죽음을 실습한다. 죽음을!》
정녀: 아! 현장실습생이 됐다구 그리두 기뻐하던 우리 정우가 이렇게 죽다니... 그러니 너는 현장에서 죽음을 실습했구나. 네가 택한 길이 정규직이 아니라 죽음을 택한 길이였어. 아! 정우야, 오늘은 네가 가고 래일은 라영이가 가는 길, 온 근로민중이 가야 하는 그 죽음의 길로 이 《개한민국》도 콱 가거라. 이 잔악한 세상 콱 망해라. (공명속에 음악)
설화: 이처럼 사랑의 공원에서 만나자던 정우와 라영이의 약속은 끝끝내 이뤄질수 없었다. 련인들의 깨끗하고 순결한 약속도 황금만능의 저주로운 남조선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비참하고 눈물겹고 어리석은것이였으니 그들이 다시 만난 곳. 그곳은 사랑의 공원이 아니였다. 지옥이였다. (음악)
죽어서 지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찌 그들뿐이랴.
극소수 부자들의 세상, 대다수 근로대중의 무덤인 남조선사회야말로 진짜 인간생지옥이다.
산자나 죽은자나 다 함께 사는 지옥같은 사회, 이것이 바로 남조선땅의 실상이다.
지금까지 방송극을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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